한화시스템·LIG넥스원·한화에어로 등 핵심 수혜 기업 판도 변화 주목
HD현대중공업과 '원팀' 구성, 독일과 최종 2파전
HD현대중공업과 '원팀' 구성, 독일과 최종 2파전
이미지 확대보기캐나다 해군이 기존 빅토리아급 잠수함 4척을 대체해 12척의 신형 잠수함을 도입하고 유지·보수·정비(MRO)까지 포함하는 이 장기 대형 사업은 단순한 선박 수출을 넘어, 잠수함의 핵심 장비와 추진체계를 공급하는 국내 기업들에 안정적인 대형 프로젝트 물량을 제공하고 기술력 고도화와 글로벌 경쟁력 강화라는 산업·경제적 이점도 함께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HD현대중공업과 '원팀', 독일과 최종 경쟁
캐나다 정부는 최근 한화오션에 CPSP 사업 입찰제안요청서(RFP)를 전달했다. 업계에 따르면 제안서 제출 기한은 내년 3월 초까지다.
보도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이번 사업에 참여한다. HD현대중공업은 리튬이온 배터리 기반 잠수함 기술 개발 경험과 건조 역량을 바탕으로 사업을 지원하는 구조다. 양사는 국내에서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을 두고 경쟁하고 있지만, K-해양 방산의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해외에서는 협력하고 있다.
캐나다 정부는 지난 8월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 컨소시엄과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즈(TKMS)를 적격후보로 선정했다. 프랑스 나발그룹, 스페인 나반티아, 스웨덴 사브 등 유럽 유수의 방산업체들과 경쟁한 끝에 최종 2파전 구도로 좁혀진 것이다.
지난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한화오션 거제조선소를 방문해 장영실함(장보고-III 배치-II)에 직접 승함했다. 최근에는 주한 영국 대사가 "영국 정부는 캐나다 잠수함 사업에서 한화를 지지한다"고 언급하는 등 우호적인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한화그룹 계열사 및 방산 파트너사의 구체적 수혜 전망
한화시스템은 잠수함의 '두뇌' 역할을 하는 전투체계(CMS, Combat Management System)를 공급하며 가장 직접적이고 큰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시스템은 30여 년간 구축함, 호위함, 고속정, 잠수함 등 80여 척의 함정에 전투체계를 개발·공급하며 국내 잠수함 CMS 공급률 99%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장보고-III 잠수함 전투체계를 성공적으로 개발·납품한 경험을 바탕으로, 턴키(Turn-Key) 방식 수주 시 12척 규모의 CMS 공급으로 수천억 원 규모의 대규모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
이는 단순 매출 증대를 넘어, 첨단 전투체계 기술력을 북미 시장에 입증하고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CMS 분야 입지를 확고히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장기간에 걸친 안정적 수주 물량은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해 인공지능(AI) 기반 지휘통제 시스템 등 차세대 기술 개발을 가속화하는 동력이 될 수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잠수함의 잠항 능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는 리튬이온 배터리 체계를 공급할 수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기존 납축전지 대비 에너지 밀도가 높아 잠항 시간 연장, 충전 시간 단축, 유지보수 용이성 등 월등한 성능을 제공한다.
리튬전지 체계를 활용할 경우, 기존 대비 경제속도 운용시간이 약 1.6배, 최대속도 운용시간이 약 3배 이상 연장될 전망이다. 이는 잠수함의 작전 능력을 극대화하는 핵심 요소로, 사업 수주 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배터리 체계 공급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미 장보고-III 배치-II 잠수함의 리튬이온 배터리 체계를 확보한 상태다. 캐나다 프로젝트 수주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잠수함용 리튬이온 배터리라는 첨단 기술 분야에서 글로벌 독점적 위치를 공고히 하며, 미래 해양 방산 분야의 게임 체인저로 자리매김할 기회가 될 것이다.
LIG넥스원, 해양 무장 체계의 '첨단 방패와 창'
LIG넥스원은 소나 체계와 어뢰 등 핵심 해양 무장 체계를 제공한다. 특히 잠수함의 눈과 귀 역할을 하는 곡면 배열 소나(Conformal Array Sonar)와 잠수함의 주요 공격 무기인 중어뢰 공급이 예상된다.
LIG넥스원은 백상어, 범상어 등 국산 중어뢰를 개발·생산하고 있으며, 장보고-III 잠수함의 소나 체계를 독자 개발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소나 및 어뢰 체계 공급은 한화시스템에 이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보이며, LIG넥스원의 정밀 유도무기 및 수중 감시체계 기술력을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발판이 될 것이다.
캐나다 해군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해양 무장 체계 개발 및 공급은 수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고부가가치 무기 체계의 수출 성공은 차별적인 실적을 확보해 향후 유럽 및 동남아시아 잠수함 시장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하며, 국내 잠수함 무장 공급망의 질적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분석된다.
추진체계 관련 기업, 동반 성장 '견인'
STX엔진은 잠수함의 핵심 동력원 중 하나인 디젤 발전기를 담당하며 안정적인 매출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 디젤 잠수함의 경우 수상 항해 또는 스노클 운항 시 배터리 충전을 위한 디젤 발전기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며, 고도의 신뢰성과 성능이 요구된다.
잠수함 12척에 대한 발전기 공급 및 후속 MRO 사업 참여를 통해 대규모 선박 엔진 시장에서 입지를 다질 것이다. 이는 국산 디젤 엔진 기술의 신뢰성을 북미 지역에 입증하고, 향후 중소형 함정 및 해외 디젤 잠수함 시장으로의 수출 포트폴리오 확장을 가속화할 것이다.
범한퓨얼셀은 잠수함의 수중 잠항 시간을 획기적으로 늘려주는 공기불요추진장치(AIP, Air Independent Propulsion) 시스템의 핵심인 연료전지 모듈을 공급한다. 범한퓨얼셀은 2018년 독일 지멘스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잠수함용 수소연료전지를 상용화한 기업으로, 현재 장보고-III 잠수함에 연료전지 모듈을 독점 공급하고 있다.
이번 캐나다 프로젝트 제안서에도 범한퓨얼셀의 연료전지 모듈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수주 시 수천억 원 규모의 공급이 예상된다. 범한퓨얼셀은 2024년 기준 연간 매출 362억 원 규모지만, 프로젝트 본 계약 체결 시 매출 규모가 수 배 이상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범한퓨얼셀이 글로벌 잠수함 AIP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굳히는 결정적 기회가 될 것이다. 고성능 연료전지 기술의 해외 수출 성공은 국내 수소 및 연료전지 산업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고, 관련 기술의 상업화 및 군수 분야 확대를 견인할 것이다.
K-방산 수출의 '퀀텀 점프' 계기
주요 기업의 수혜 전망은 사업 수주를 전제로 한 기대치로, 실제 계약 규모와 기술 적용 범위에 따라 변동될 수 있지만, 한화오션의 캐나다 잠수함 수주가 성공할 경우 한국형 해양 방위산업 생태계 성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단순한 건조 계약을 넘어, 잠수함 턴키(Turn-Key) 방식 수출을 달성할 경우, 새로운 방산 수출사업의 역사를 쓰는 쾌거가 될 것이다. 이는 조선-방산이 융합된 경쟁력을 전 세계에 입증하는 것이다.
국내 공급망 기업들은 수주가 현실화될 경우, 장기간의 안정적 매출과 더불어 기술력 업그레이드, 글로벌 레퍼런스 확보, 대규모 일자리 창출 등 다각적인 경제적 이점을 누리며 K-방산 수출의 '퀀텀 점프'를 이끌어낼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한화오션은 캐나다가 요구한 2035년보다 앞선 일정으로 초도함을 인도할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또한, 영국 방산업체 밥콕과의 협력, 캐나다 최대 건설사 PCL건설과의 양해각서 체결 등 현지 파트너십 확보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최종 사업자는 이르면 내년 중 선정될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