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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무제한 잠항' 핵잠수함 시대 가시화”

한미 공동 건조, 킬체인 완성 및 방산 수출 50억 불 '골든 티켓' 확보 기대
한국 주도 한미 공동건조, 세계 7번째 핵잠 보유 가시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한화필리조선소. 사진=한화오션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한화필리조선소. 사진=한화오션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핵잠수함) 보유 현실화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미국과의 공동 건조 추진을 통해 무제한 잠항 능력 확보와 첨단 방산기술 도약이 기대되며, 한국은 세계 7번째 핵잠수함 보유국 진입이 가시화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14(현지시각)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양국이 한국 주도로 한미 양국 조선소에서 핵잠수함을 공동 생산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한국 주도 양국 조선소 활용 방안 논의


협의 중인 시나리오에 따르면, 한국이 주도해 한미 양국 조선소에서 양국용 잠수함을 건조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미국 버지니아급 잠수함 설계로 먼저 건조를 시작한 뒤 한국 독자 설계로 전환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한화그룹이 지난해 1억 달러(1455억 원)에 인수한 필라델피아 조선소가 핵심 거점으로 부상했다. 소식통들은 한화가 10년 안에 잠수함 2~3척을 생산한다는 내부 목표를 세웠다고 전했다. 알렉스 웡 한화 필리조선소 최고전략책임자는 "한화 필리조선소는 미국 해군 조선의 역사에서 중심 조선소였으며, 우리의 노력이 미국 첨단 조선 미래로 가는 길을 열 것"이라고 밝혔다.

디젤 잠수함 한계 극복, 대양 작전 능력 확보


현재 한국 해군은 최신예 KSS-III(장보고-III) 잠수함 3척을 운용 중이다. 도산안창호함, 안무함, 신채호함이 배치돼 있으며, 수직발사대(VLS)와 리튬이온 배터리, 공기불요추진체계(AIP)를 갖춘 세계 최고 수준의 디젤 잠수함이다.

하지만 디젤 잠수함은 배터리 충전을 위해 2~3주마다 부상해야 하는 한계가 있다. 반면 핵추진 잠수함은 원자로가 계속 전력을 만들어 수십 년 동안 잠항할 수 있다. 속도도 디젤 잠수함은 수중에서 시속 20노트인 반면, 핵잠수함은 30노트 이상으로 빠르다.

작전 범위도 크게 다르다. 디젤 잠수함은 주로 우리나라 근해에서 활동하지만, 핵잠수함은 태평양이나 인도양까지 가서 몇 달씩 작전할 수 있다. 중국은 이미 핵추진 공격 잠수함 6척 이상과 핵추진 탄도미사일 잠수함 6척 이상을 운용하며 먼 바다까지 진출하고 있다.

동북아 안보 판도 변화시키는 '킬체인' 핵심


한국이 핵추진 잠수함을 갖게 되면 동북아 안보 판도가 바뀐다. 무제한 잠항으로 북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위협을 거의 완벽히 막을 수 있다. 북한 SLBM 잠수함을 발사 전 몰래 추적해 필요하면 먼저 타격할 수 있어 킬체인의 핵심이 된다.

중국 견제력도 커진다. 중국 해군이 태평양으로 나가는 것을 한국 핵잠수함이 오랫동안 추적·감시할 수 있다. 남중국해나 대만해협 등 중요한 바닷길에서 균형을 잡는 역할도 가능하다.

미국과 합동작전도 훨씬 좋아진다. 지금은 한국 디젤 잠수함이 오래 잠수하지 못해 미국 핵잠수함과 함께 훈련하기 어렵다. 핵잠수함을 갖게 되면 미국, 영국, 호주와 함께 인도-태평양 전체에서 몇 달씩 작전할 수 있다.

국제무대에서 발언권도 세진다.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인도에 이어 7번째 핵잠수함 보유국이 되면 해양 안보 분야에서 강대국 수준의 영향력을 갖게 된다. 해군 출신 한 군사 전문가는 "핵잠수함은 해군력의 상징으로, 이를 보유한 국가는 국제 안보 논의에서 목소리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첨단 기술 도약 및 50억 불 '방산 수출' 경제 효과


핵추진 잠수함을 만들면 한국 방위산업이 한 단계 도약한다. 잠수함용 소형 원자로를 설계하고 만드는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 필요하다. 이 기술을 갖게 되면 바다 위 원자력 발전소, 우주선 동력, 남극 기지 전력 공급 등에도 쓸 수 있다.

소음을 줄이는 기술도 크게 발전한다. 핵잠수함은 원자로를 식히는 펌프 때문에 소음이 더 크다. 그래서 디젤 잠수함보다 훨씬 조용하게 만드는 기술이 필요하다. 이 기술은 민간 선박에도 활용된다.

특수 소재 산업도 함께 큰다. 핵잠수함은 400미터 깊이에서도 견디는 특별한 강철이 필요하다. 방사선을 막는 소재, 극한 환경에서 쓰는 신소재 개발도 활발해진다.

경제 효과도 크다. 전 세계 잠수함 400여 척 가운데 핵잠수함은 25~30%. 핵잠수함 1척 값은 40~50억 달러(58300~72900억 원)로 디젤 잠수함보다 5~10배 비싸다. 한국이 이 기술을 갖게 되면 호주, 캐나다 같은 나라에 기술을 팔 수 있다.

일자리도 많이 생긴다. 핵잠수함 건조는 국가 기간 산업과 첨단 기술이 총집결되는 사업으로, 대규모의 고용 창출 효과를 동반한다. 핵잠수함 1척을 만들려면 설계, 원자로, 무기, 전자장비 분야에서 수천 명의 고급 기술자가 필요하다. 운영과 정비 인력까지 합치면 직간접으로 대략 1척당 1만 명 이상이 일하게 된다는 것이 업계의 통설이다.

부품 산업도 발전한다. 핵잠수함에는 10만 개가 넘는 부품이 들어간다. 이 가운데 많은 부품이 극한 성능을 요구한다. 국내 중소기업들이 이런 고급 부품을 만들어 팔 수 있게 된다.

한국 방산업계 한 관계자는 "핵잠수함 건조는 단순한 무기 개발이 아니라 국가 전체 기술 수준을 끌어올리는 일"이라며 "특히 원자로 기술과 특수 소재 기술은 미래 산업 전반에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미 원자력협정과 법적 제약은 넘어야 할 과제


핵잠수함을 갖기 위해서는 한미 원자력협정을 바꾸거나 군사용 핵연료 사용 금지 조항을 고쳐야 한다. 한국은 20% 미만 저농축 우라늄을 쓰길 원한다. 해군 출신 한 군사 전문가는 "트럼프 대통령이 승인해도 핵잠수함을 만드는 데 10년이 걸리고, 미국에는 핵확산 금지와 기밀 보호 등 많은 법적 제약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합의는 한국이 조선 분야에 1500억 달러(2188300억 원)를 포함해 총 3500억 달러(5105400억 원)를 투자하는 대신 관세를 낮추는 큰 거래의 일부다. 백악관 대변인 애나 켈리는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역사적 투자를 확보해 미국 해양 전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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