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프·가전·가구·자동차 부품까지 인상…기업들 “비용 전가 불가피”

미 노동통계국의 공식 통계에 따르면 지난 8월까지 6개월 동안 오디오 장비 가격은 14%, 여성용 드레스는 8%, 공구·철물류는 5% 상승했다. 이들 품목은 대부분 수입 의존도가 높은 제품으로, 관세 인상에 따른 직접적인 영향이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전미소매연맹의 마크 매튜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지난 2년간 상품 물가 상승률이 거의 0% 수준이었지만 이제 본격적인 상승 조짐이 보인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6개월 전 사실상 전 세계를 대상으로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FT는 “경제 전반의 타격은 초기 우려만큼 크지 않지만 특정 소비재 가격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업들의 대응도 엇갈리고 있다.
대형 유통업체 코스트코는 수입 완구와 크리스마스 장식품 등 관세 대상 품목을 줄이는 대신, 사우나와 조립식 창고 등 고가 국산품으로 대체하고 있다. 반면 애슐리퍼니처는 오는 6일부터 대부분 제품 가격을 3.5~12% 인상할 계획이다. 회사 측은 “지속되는 관세 부담이 산업 전반의 원가 상승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자동차 부품업체 오토존의 필립 다니엘 최고경영자(CEO)는 “관세 충격이 완전히 반영되면 추가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소비자들은 결국 차량 수리를 위해 비용을 지불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품목으로는 커피와 통조림 식품이 꼽힌다. 브라질산 커피에는 50% 관세가 부과돼 가격이 급등했고, 수입산 석판강(틴플레이트) 관세로 인해 수프용 캔 제조비도 크게 늘었다. 캠벨수프의 캐리 앤더슨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원재료를 대체 조달하기 어렵기 때문에 일부 제품 가격을 선별적으로 인상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FT는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발언도 인용했다. 파월 의장은 “지금까지는 수입업자와 유통업체가 관세 부담의 대부분을 떠안았지만, 향후엔 소비자에게 점차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시티그룹의 네이선 시츠 글로벌 수석이코노미스트 역시 “현재까지는 전체 관세 비용의 약 30~40%만 소비자에게 전가됐다”며 “향후 그 비중이 60%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FT는 “트럼프 대통령의 광범위한 관세 정책이 소비자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이제 시작 단계이며, 앞으로 몇 달 내에 생활필수품 전반의 가격 압력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