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표준·低가격 무장…폴란드·페루·이스라엘 잇단 수출로 ‘게임체인저’ 부상

폴란드 2차 수출 계약, 9조 1500억 원
지난 9월 폴란드는 현대로템과 K2 전차 180문을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액은 65억 달러(약 9조1500억 원)으로, 훈련·정비·지원 서비스를 함께 제공한다. 이 가운데 일부 전차는 폴란드 현지에서 조립 생산하기로 해 공급 시간을 줄이고 부품 수급을 원활하게 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현지 생산이 유럽 방산 협력 확대를 위한 교두보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페루·이스라엘 수출로 이어진 성장세
페루와는 군 현대화 계획에 따라 K2 전차와 K808 장갑차를 묶어 수출하기로 합의했다. 계약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남미 시장에 한국 방산 장비가 본격 진출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스라엘 라파엘사와는 K2 전차에 토피 능동방어체계를 얹기로 했다. 토피는 대전차 미사일을 요격하는 실전 검증된 장비로, 폴란드 배치 물량에도 순차 도입된다.
나토 호환·가격 경쟁력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2023년 한국 국방비는 전년보다 1.1% 늘어난 479억 달러(약 67조 원)에 이르렀다. SIPRI는 “한국 방산업체가 짧은 시간에 대량 생산 능력을 갖춰 인근 국가의 수요를 맞추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K2 전차는 나토 표준 탄약을 그대로 쓰며, 서방 경쟁 장비보다 최대 20% 저렴한 가격이 장점이다. 미국 패트리어트 요격 미사일 한 발 가격이 약 400만 달러(약 56억 원)인 점을 고려하면, K2 전차 운용 비용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평가가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가성비를 따지는 시장 흐름에 K2가 부합했다”고 분석한다.
차세대 K3 개발 착수
현대로템은 또한 차세대 전차 K3 개발에 나섰다. K3에는 130㎜ 주포 장착 가능성이 거론되며, 기존 나토·구 바르샤바조약 탄약 규격을 넘어서는 화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시제품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고, 동력원도 디젤·가스터빈·하이브리드 등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K3가 실전 배치되면 작전 지속력과 화력 대응 능력에서 한 차원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수출 성과는 ‘자동차에서 전차로’ 전환에 속도를 내 온 현대로템 전략이 글로벌 시장에서 통했다는 방증이다. 방위사업청은 “K2 수출 확대가 국내 방산 생태계 전반에 긍정적 파급 효과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