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글로벌이코노믹 로고 검색
검색버튼

[초점] 씨울프마린, 첨단 F-35 미끼기 공개…현대 기만전의 새 장

실물과 동일한 크기에 열·전자파 방출…적 첨단 감시망 완벽 기만
우크라이나 전쟁 계기로 군사 기만체계 급부상…10년 내 2조 6700억 원 시장 전망
씨울프마린이 공개한 F-35 스텔스 전투기 공기주입식 미끼기. 실제 전투기와 동일한 크기는 물론, 열과 전자파까지 방출해 적의 첨단 감시망을 완벽하게 기만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군사 기만체계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관련 시장은 10년 내 2조 60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사진=씨울프마린이미지 확대보기
씨울프마린이 공개한 F-35 스텔스 전투기 공기주입식 미끼기. 실제 전투기와 동일한 크기는 물론, 열과 전자파까지 방출해 적의 첨단 감시망을 완벽하게 기만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군사 기만체계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관련 시장은 10년 내 2조 60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사진=씨울프마린
대한민국의 한 방산업체가 F-35 스텔스 전투기의 외형은 물론 열과 전자파 신호까지 완벽히 모방하는 공기주입식 미끼기(Decoy)를 개발했다고 미 국방 전문매체 넥스트젠 디펜스는 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드론과 정밀 유도무기가 전장의 핵심으로 떠오른 현대전에서 적의 첨단 감시망을 교란하고 값비싼 탄약을 소모시키는 군사 기만술의 중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나온 주목할 만한 기술이다. 이번 개발은 아군 핵심 자산의 생존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기만전의 전략적 가치가 한층 부각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구명조끼 같은 해상 안전장비 전문업체로 알려진 씨울프마린(Seawolf Marine)이 그 주인공이다. 경남 김해에 본사를 둔 이 업체는 최근 미 육군 협회(AUSA) 연례 회의와 박람회에서 F-35 스텔스 전투기 모양의 공기주입식 미끼기를 선보여 전 세계 국방 관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 미끼기는 단순히 외형만 흉내 내는 수준을 넘어, 적의 감시와 탐지 체계를 교란하는 복합 기능을 갖췄다.

10분 만에 F-35로 변신…첨단 센서까지 교란


씨울프마린이 공개한 영상을 보면, 이 미끼기는 군용 트레일러로 신속히 이동할 수 있으며, 숙련병 2명이 10분 만에 설치할 수 있다. 공기 주입 전에는 매우 가볍고 부피가 작지만, 공기 펌프를 켜면 순식간에 F-35의 정교한 윤곽을 갖춘다. 실제 F-35와 1:1 비율로 만들며, 길이는 약 18.8m, 너비는 13.56m, 높이는 5.09m에 이른다. 또한 최대 시속 57km의 강풍을 견디고, 영하 20도에서 영상 60도에 이르는 폭넓은 온도 범위에서 운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제대로 관리하면 5년 넘게 쓸 수 있어 장기 작전 배치에도 알맞다. 이러한 특징은 전장에서의 기동성과 운용 편의성을 극대화해, 급변하는 전술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게 한다.

가장 큰 특징은 적의 센서를 속이는 능력이다. 미끼기 내부에 실린 장치로 실제 F-35 전투기에서 나오는 것과 비슷한 수준의 열을 낸다. 특히 엔진 부분에 열 차폐막을 달아 적의 적외선(IR) 센서나 열상 감지 장비가 실제 전투기로 오인시킨다. 또한, 특정 주파수의 전자파를 흘려보내 적 레이더망에 거짓 표적 정보를 주는 전자전 능력도 갖췄다. 최대 2km 밖에서 무선으로 조종하며 실제 전투기가 비행하는 듯한 모습을 따라 할 수 있어 기만 효과를 한층 높였다. 뿐만 아니라 0.7~1.2마이크로미터(㎛) 파장대의 적외선 탐지에 반응하도록 설계해 야간 정찰 장비에도 효과를 낸다.

우크라이나전서 효과 입증…급성장하는 기만체계 시장


이런 군사 기만체계가 주목받는 데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배경에 있다. 저비용 고효율 무기인 드론이 정찰과 공격의 핵심 수단으로 떠오르면서, 전투기나 미사일 발사대 같은 고가치 자산을 보호할 필요가 커졌다. 공기주입식 미끼기는 비교적 싼값에 적의 드론이나 순항미사일 공격을 유인해 실제 자산의 피해를 막는 효과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공기주입식 미끼기는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실효성을 증명했다. 2024년, 한 우크라이나 군 고위 지휘관은 미끼기를 써서 러시아군을 속여 우크라이나 전투기를 파괴했다고 믿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영국 육군 역시 '이케아 스타일'로 불리는 조립식 미끼기를 우크라이나 최전선에 지원하며 이런 기만 전술을 돕고 있다. 영국 해병대의 올리 토드 대령은 현지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그것들은 진짜처럼 보입니다. 아주 쉽게 속을 수 있습니다"라며 미끼기의 높은 완성도를 평가하기도 했다.

군사 기만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관련 시장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 공기주입식 미끼기 시장은 약 11억 달러(약 1조 5400억 원) 규모로 평가되며, 전문가들은 앞으로 10년 안에 그 규모가 19억 달러(약 2조 6700억 원)까지 커질 것으로 내다본다.
씨울프마린이 이런 기술을 개발한 배경에는 70년 넘게 군사적 긴장이 이어진 대한민국의 특수 안보 환경이 있다. 1950년 한국전쟁 뒤 계속된 대치 상황은 실전 대비 전술 개발에 집중하게 했다. 씨울프마린은 이런 환경 속에서 F-35 외에 K9 자주포, K1A2 전차 등 여러 지상 장비의 팽창식 미끼기 개발도 함께하며 독자 국방 기술 역량을 쌓고 있다. 씨울프마린의 F-35 팽창식 미끼기는 단순한 위장 장비를 넘어 레이더, 적외선, 시각 감지까지 모두 속이는 고도화한 전술 기만 장비로 평가받는다. 빠른 배치, 낮은 비용, 높은 재사용성 덕분에 현대 전장에서 중요한 전력 보호 수단으로 자리 잡았으며, 한국의 독자 국방 기술 역량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꼽힌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맨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