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연방대법원이 6일(이하 현지시각) 새 회기에 들어가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부과권과 행정기관 인사권 등 광범위한 행정권한을 둘러싼 핵심 사안들을 본격 심리한다.
이번 판단은 행정부 권한의 한계를 다시 규정함과 동시에 미국과 중국 간 무역 현안과 글로벌 경제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고 폭스뉴스가 5일 보도했다.
폭스뉴스에 따르면 이번 회기에서 대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비상사태를 근거로 수십 개국에 부과한 고율 관세 조치에 대한 하급심의 제동 결정을 재검토한다.
구체적으로는 대통령이 국가비상권을 근거로 무역제재를 단독 발동할 수 있는지, 의회의 통제 범위는 어디까지인지가 쟁점이다. 구두 변론은 다음달 중 열릴 예정이다.
대법원은 이어 오는 12월 연방규제위원회 위원 해임권과 관련된 90년 전 판례(1935년 ‘험프리스 대 행정부’ 사건)의 재검토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또 내년 1월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리사 쿡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이사를 해임할 수 있는지 여부를 다루게 된다. 이로써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통화정책 인사권이 헌법상 어디까지 미칠 수 있는지가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회기가 사실상 ‘트럼프 행정부의 권한 구조를 가늠할 잣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헌법 전문 변호사 토머스 듀프리는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번 대법원 회기의 절반은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의 한계’에 관한 문제”라며 “그것이 관세든, 독립기관 인사든, 연방 예산 집행이든 모두 대통령 권한의 범위를 가를 결정적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들어 대법원 긴급심에서 잇달아 승소하며 행정력 강화의 흐름을 이어왔다. 지난 8개월간 하급심이 제동을 건 정책 중 약 90%가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대법원은 이 기간 동안 약 24건의 전국 단위 가처분을 해제했으며 그중에는 보건연구 예산 삭감, 이민정책 강화, 연방 지출 축소 등이 포함돼 있다.
대법원 내 보수 성향 대법관 6명은 대통령 권한을 폭넓게 인정하는 입장을 보이는 반면, 진보 성향 대법관들은 권력 집중에 대한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케탄지 브라운 잭슨 대법관은 “법원이 오히려 정부 권력의 견제보다는 편의를 우선시하는 위험한 선례를 남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브렛 캐버노 대법관은 “권력의 분립은 자유 보장을 위한 핵심”이라며 “사법부는 정치가 아니라 법리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대법원 회기가 트럼프 행정부뿐 아니라 향후 차기 정권의 정책운용 방식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통령 권한이 폭넓게 인정될 경우, 행정부는 의회의 승인 없이도 대규모 관세 조정이나 독립기관 인사개편 등을 단행할 수 있게 된다. 반면 제한적 판단이 내려질 경우 의회 권한이 강화되고 행정 개입 여지는 줄어들 전망이다.
이러한 판결 방향은 글로벌 시장에도 즉각적인 파급력을 가질 수 있다. 특히 미·중 간 무역 마찰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대법원이 대통령의 단독 관세 부과권을 인정할 경우, 교역 불확실성이 다시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제한적 판단이 내려질 경우, 달러 가치 안정과 함께 일부 수입물가 완화 효과도 기대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폭스뉴스는 “이번 회기에서 나올 판결들은 향후 수십 년간 대통령 권한의 범위를 결정지을 수 있는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