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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고속철 20편성 도입 위해 한국에 차관 요청

EDCF 우대차관 4억5천만 달러 투입…전후 재건 협력 본격화
러시아 공습 파괴 전동차 대체…5년 내 고속철 비중 40% 목표
우크라이나 철도공사가 현대로템이 제작한 고속 전동차 20편성을 추가 도입한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파괴된 철도망을 복구하고 5년 내 고속철 운행 비중을 40%까지 확대하기 위한 것이다. 총 4억5000만 달러 규모의 이번 사업은 한국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의 우대 차관으로 추진되며, 양국 간 전후 재건 협력을 상징하는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사진=현대로템이미지 확대보기
우크라이나 철도공사가 현대로템이 제작한 고속 전동차 20편성을 추가 도입한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파괴된 철도망을 복구하고 5년 내 고속철 운행 비중을 40%까지 확대하기 위한 것이다. 총 4억5000만 달러 규모의 이번 사업은 한국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의 우대 차관으로 추진되며, 양국 간 전후 재건 협력을 상징하는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사진=현대로템

우크라이나가 현대로템이 제작한 고속 전동차 20편성을 추가로 도입하고자 한국 정부에 4억5000만 달러(약 6200억 원) 규모의 차관을 공식 요청했다고 인테르팍스-우크라이나가 1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번 사업은 한국의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통한 장기 저리 차관 방식으로 추진되며, 전쟁 중에도 국가 재건과 핵심 교통 기반 시설 현대화를 동시에 이루려는 우크라이나의 강력한 의지가 담겼다. 이번 결정으로 양국 경제 협력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우크라이나 내각은 지난 10일 회의에서 '한국산 고속 전기열차 20편성 구매' 공공 투자 프로젝트를 위해 대한민국 정부에 차관을 요청하는 공식 서한 초안을 최종 승인했다. 사업 발주기관은 우크라이나 철도공사(JSC Ukrzaliznytsia)다. 이 사업은 단순한 차량 구매를 넘어 양국 경제와 외교 관계를 한층 심화하는 중요한 이정표로 평가받는다.

타라스 멜니추크 우크라이나 최고라다(의회) 주재 내각 대표는 "이번 서한에 서명하면 EDCF의 우대 차관으로 한국산 고속 전동차 20편성 구매를 보장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우크라이나 철도공사의 지역 간 및 국제 여객 수송 수요를 충족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40년 만기·10년 거치…'파격 조건' 재건 사업 참여

이번 차관 요청은 지난해 8월 우크라이나 최고라다가 비준한 '2024-2029년 EDCF 기본 협정'에 법적 기반을 두고 있다. 이 협정으로 우크라이나는 현대로템으로부터 인터시티+(Intercity+)급 고속 전동차 20편성을 추가 구매할 수 있게 됐다. 우크라이나는 2012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12)를 앞두고 현대로템 고속철 10편성을 도입해 성공적으로 운용한 경험을 통해 한국 기술에 대한 높은 신뢰를 입증했다.

사전 합의에 따르면 프로젝트 총사업비는 약 4억5000만 달러(약 6200억 원)에 이른다. 여기에는 차량 구매 비용뿐 아니라, 앞으로 5년간의 유지보수 계약까지 포함돼 안정적인 운영을 뒷받침한다. 최종 계약이 체결되면 18개월에서 24개월 안에 모든 차량이 우크라이나에 도착할 예정이다.

특히 한국 정부가 제공할 EDCF 차관 조건은 매우 파격적이다. 총 대출 상환 기간은 최대 40년이며, 첫 10년 동안은 원금 상환을 미루는 거치기간을 둔다. 우크라이나 철도공사 측은 전후 재건과 대중교통 현대화라는 사회적 필요성을 고려한 우대 조건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기본 협정에 따라 앞으로 20편성을 추가 구매할 수 있어 장기적으로는 총 40편성까지 운용을 확대할 길도 열렸다.

운행 비중 40% 목표…한 해 600만 명 추가 수송


우크라이나 철도공사는 이번 사업으로 철도 기반 시설을 한 단계 도약시킨다는 구상이다. 현재 전체 교통량의 12~15% 수준인 주간 고속철 운행 비중을 앞으로 3년 안에 30%, 5년 안에는 4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새로운 고속 전동차 20편성 도입은 이 목표 달성에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목표를 이루면 한 해 600만 명을 추가로 수송하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기반 시설 확충 노력은 러시아의 침공에 따른 피해 복구와도 맞물려 있다. 지난 9월 러시아군의 공습으로 기존에 운행하던 현대로템 전동차 10편성 중 1편이 파괴돼 운행이 멈췄고, 철도망 타격은 계속되고 있다. 신규 고속철 도입이 단순한 현대화를 넘어 전쟁으로 훼손된 국가 대동맥을 복원하고 국민의 이동권을 보장하는 시급한 과제로 떠오른 이유다.

현대로템이 제안한 인터시티+급 전동차는 최고 속도 160~200km/h로 동유럽·CIS 지역 철도 표준에 맞춰 설계했으며, 기존 운행 실적으로 신뢰성을 입증했다. K-방산에 이어 K-기반시설이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본격 참여하는 신호탄이 되면서, 양국의 전략적 협력 관계 또한 한층 굳건해질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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