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정부가 미국과 합의한 대규모 투자·대출 패키지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권을 갖는다는 주장을 정면으로 부인했다.
동시에 일본은 이번 무역협정 자체가 아직 최종 확정되지 않았다고 강조하며 핵심 분야에서 후속 조치가 빠져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 “투자 배분, 트럼프 독단 아냐”
7일(이하 현지시각) 지지통신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재생상은 전날 미국 출장에서 귀국한 뒤 도쿄 하네다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일본이 약속한 5500억 달러(약 743조 원) 규모의 투자·대출 자금은 미·일 협의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미국 투자위원회가 제안하는 프로젝트 중에서 결정된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독단적으로 자금을 배분하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앞서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CNBC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 자금을 어디에 사용할지 전적인 재량권을 가진다”고 주장했으나 이에 대해 아카자와 재생상이 직접 반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언론을 향해 “모호한 보도를 자제해 달라”며 일본도 분명히 사업 선정 과정에 참여한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 “제약·반도체 관세 조치 미발표…협정 확정 아냐”
아카자와 재생상은 이번 협정이 아직 ‘미완성’ 단계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 조정, 일부 일반 품목 관세 조정과 관련해서는 미국 대통령의 명령이 발효됐지만 제약과 반도체에 대해 최혜국 대우(MFN)를 부여하는 명령은 아직 내려지지 않았다”며 “따라서 이번 협정을 최종적으로 타결됐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이 같은 미발표 조치에 대해 미국 측에 지속적으로 요구할 계획이다. 아카자와는 또 “향후 미국의 자동차 관세 조정이 일본 경제와 산업에 미칠 영향, 그리고 일본이 다른 교역국과 비교해 어떤 경쟁 조건에 놓이는지를 전면적으로 분석하겠다”고 말했다.
◇ 일부 발효, 그러나 핵심은 미완
트럼프 대통령이 자동차와 일부 품목에 대한 관세 조정 명령에 서명한 것은 사실이지만 일본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제약·반도체 분야 조치가 빠져 있다는 것이 일본 정부의 입장이다. 일본 정부가 “협정 확정은 아직”이라고 강조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즉 일부 분야는 발효됐으나 협정 전체가 완성된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 남은 과제와 전망
이번 방미 기간 동안 미·일 양국 정부는 공동 성명과 양해각서를 발표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산 자동차 관세 인하와 상호 관세 조정을 포함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러나 핵심 품목에서 후속 조치가 누락되면서 양측의 협상이 여전히 진행 중임이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일본은 미국 내 투자를 확대해 교역 마찰을 완화하고 자국 기업들의 시장 접근성을 확보하려는 구상을 갖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하는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언제든 추가 요구가 나올 수 있어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다는 관측이다. 일본 내부에서는 “대규모 자금 지원이 정치적 변수에 휘둘릴 경우 기업 경쟁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