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100% 관세폭탄…삼성·SK하이닉스 희비 교차
인도·브라질엔 '징벌 관세'…'미국 배제' 움직임 촉발 우려
인도·브라질엔 '징벌 관세'…'미국 배제' 움직임 촉발 우려

미국 동부 시간으로 7일 0시 1분부터 발효한 이번 조처에 따라 미국은 70여 나라와 지역에 10%에서 최대 41%에 이르는 상호 관세를 물린다. 6일 공시한 미 연방 관보를 보면 일본과 한국 등 40여 나라와 지역에는 15% 세율을 적용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월 2일 발표한 처음 안과 비하면 일부 달라진 내용이다. 스위스를 포함한 19개 나라는 세율을 39%의 높은 관세로 올렸고, 일본과 유럽연합(EU) 등 42개 나라와 지역은 세율을 낮췄다. 영국 등 8개 나라는 세율을 그대로 뒀다. 하지만 기존에 10% 기본세율만 적용받던 것과 견주면, 일본을 포함한 대부분 나라는 사실상 세금 부담이 늘어난 셈이다.
이미 '분야별 관세'를 적용하는 자동차, 철강·알루미늄, 구리 등은 이번 상호 관세 대상에서 빠졌다. 합성 마약 펜타닐 대응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추가 관세를 무는 캐나다와 멕시코도 대상에 넣지 않았다.
◇ 반도체 100% 관세, 韓 기업 셈법 복잡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6일, 상호 관세와는 따로 미국 밖에서 만드는 반도체에 100%에 이르는 관세를 물리겠다고 발표해 전 세계 반도체 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 조처는 미국이 아닌 곳에서 만드는 모든 반도체 제품에 해당하지만, 미국 안에서 이미 만들고 있거나 만들기로 약속한 기업의 제품에는 관세를 물리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공장을 짓겠다고 약속만 하고 실제로 짓지 않으면, 쌓인 관세를 물리겠다"고 직접 경고하며 단순한 약속만으로는 관세 면제를 보장받을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다만 관세 면제를 위한 구체적인 현지 제조 비율이나 투자 규모, 생산 시점 같은 세부 조건은 아직 공개하지 않아 불확실성이 크다.
이에 한국 기업들의 희비는 엇갈릴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시스템 반도체 공장을 짓는 등 미국 안에 생산 기반을 갖춰 관세 면제 가능성이 크다. 반면 SK하이닉스는 생산 공장이 한국과 중국에 몰려 있어 당장 관세 부담이 크다. 하지만 인디애나주에 고대역폭 메모리(HBM) 패키징과 R&D 시설을 짓기로 해, 앞으로 협상 결과에 따라 면제받을 수도 있다. 한국 정부는 미국과 무역협상에서 반도체 품목에 최혜국 대우를 얻어내 관세 부담을 낮추는 길을 찾고 있다.
이번 조처에서 가장 큰 갈등은 부담을 덜어주는 문제를 둘러싼 미국과 일본의 엇박자다. 미국 정부는 유럽연합(EU)에 한해서만 세금 부담을 덜어주는 특별 조처를 마련했다. 기존 관세율이 15%를 밑도는 품목은 상호 관세를 더해 일괄 15%까지만 물리되, 15%를 웃도는 품목에는 상호 관세를 추가로 얹지 않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자국도 똑같은 특별 조처 대상이 된다고 설명해왔지만, 6일 자 관보의 대상은 여전히 유럽연합뿐이었다. 이에 일본 정부는 미국에 대통령령을 고쳐 일본도 특별 조처 대상에 넣어달라고 요구할 방침이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미국을 찾은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재정·재생상은 6일 오전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90분 동안 회담하고, 상호 관세 관련 합의 내용을 바로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아카자와 경제재정상은 미국과 일본의 협상 책임자인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 회담도 추진하고 있다.
◇ '본보기' 징벌 관세…신흥국 반발 확산
미국은 일부 나라에는 '본보기' 성격의 징벌 관세를 물리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대표적인 예가 인도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를 사는 것을 문제 삼아 25% 추가 관세를 물리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이로써 인도는 기존 상호 관세 25%에 추가 관세까지 더해져 모두 50%의 관세를 물게 될 전망이다.
브라질도 징벌 관세를 피하지 못했다. 미국은 룰라 현 브라질 정권이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을 형사 소추했다는 구실로 40% 추가 관세를 물렸다. 이 때문에 기존 상호 관세 10%와 합쳐 브라질의 실효 관세율은 50%로 치솟았다. 브라질 정부는 이에 강하게 반발하며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포함한 법적 절차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런 강경 일변도 관세 정책이 중국을 중심으로 한 '미국 따돌리기' 움직임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브라질의 대중국 수출 비중은 28%에 이르는 반면, 대미 수출은 12%에 그친다. 지난 25년 동안 두 나라의 무역액이 70배 가까이 늘어난 가운데 이번 관세 조처는 브라질이 중국에 더욱 다가서는 동기가 될 수 있다.
룰라 브라질 대통령은 로이터 통신과 한 인터뷰에서 "중국, 러시아 등 브릭스(BRICS) 나라들과 손잡고 미국에 맞서기 위해 곧 전화로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미국에 보복 관세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