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 미국에 1500억 달러 투자...대한항공, 500억 달러 규모 항공기·엔진 계약
알래스카 LNG 공동개발 합의…한미일 3각 공조로 중국·북한 견제
알래스카 LNG 공동개발 합의…한미일 3각 공조로 중국·북한 견제

이 대통령의 첫 백악관 공식 방문을 계기로 열린 이번 회담에서 양국은 한국 기업들의 1500억 달러(약 208조 원) 투자 약속과 대한항공의 보잉 항공기 103대 구매, 한국산 선박 구매와 조선 분야 협력 관계 구축 등을 담은 대규모 경제 협력 꾸러미를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는 서로가 정말 필요하다"며 "우리는 그들의 제품을, 그들의 선박을 사랑한다. 우리는 그들이 만드는 많은 것들을 사랑하고, 그들도 우리가 가진 것을 사랑한다"고 말했다. 양국의 깊은 신뢰와 경제적 유대를 강조한 대목이다.
이번 발표는 지난 7월 한국산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춘 무역 협정의 후속 조치 성격이다. 당시 한국은 미국에 3500억 달러(약 487조 원) 투자를 약속했는데, 이날 발표된 1500억 달러(약 208조 원) 투자 약속을 두고 로이터 통신은 기존 약속과 따로 마련된 추가 투자라고 보도했다. 특히 이번 투자액의 상당 부분은 LNG 운반선과 군수지원선 등 전략 가치가 큰 조선·해운 협력 분야에 쓰인다.
이재명 대통령은 "심각한 수출 둔화 속에서 미국 시장 협력 확대를 통해 활로를 찾고, 조선 분야뿐 아니라 제조업에서도 부흥기가 일어나고 있다고 믿으며, 한국이 그 부흥기의 일부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화답했다.
◇ 1500억 달러 투자·500억 달러 항공기 구매…'선물 보따리' 풀었다
경제 협력의 핵심은 대한항공의 사상 최대 규모 계약이다. 미국 보잉사에서 항공기 103대를 362억 달러(약 50조 원)에 구매하고, GE 에어로스페이스에서 137억 달러(약 19조 원)어치의 항공기 엔진과 정비 서비스를 제공받는다는 내용이다. 총액은 약 499억 달러(약 69조 원)에 이른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대한항공 역사상 최대 규모 계약이라고 평가했다.
에너지 분야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알래스카 천연가스 개발에 한미일 3국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계획을 발표해 협력의 지평을 넓혔다. 지난 4월 브뤼셀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논의된 미국산 LNG 중심의 에너지 안보 협력 구상을 정상 차원에서 구체화했다는 평가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문제와 관련해 "나는 김정은 위원장과 정말 잘 지낸다"며 올해 만남에 대한 희망을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특유의 정상 외교를 재개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되지만, 과거 두 차례 회담이 성과 없이 끝난 점을 고려할 때 실질적인 비핵화 진전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회담 직후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한미 연합훈련을 '인류 위협의 주범'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 한미일 3각 공조 강화…'제조업 부흥' 동맹으로
이번 정상회담은 양국 국내 정치에도 중요한 뜻을 갖는다. 트럼프 행정부는 제조업 부흥과 에너지 수출 확대를 통해 공급망에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탈동조화를 서두르고, 이재명 정부는 실리 외교를 통해 국내 제조업과 고용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어 경제 회복 동력을 마련하려 한다.
앞으로 알래스카 LNG 개발은 북극항로 개척과 러시아 자원 의존도 완화 등 동북아 에너지 안보에 장기적으로 전략적인 뜻을 가질 전망이 나온다. 또한 강화된 한미일 3자 공조는 북한과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 2025년 하반기 북미 간 접촉이 본격화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단순한 외교 행사를 넘어, 한국은 '제조업 부흥 참여국'으로, 미국은 '제조업·자원 회복 추진국'으로 자리매김하고 동북아 질서와 미중 전략 경쟁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