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글로벌이코노믹 로고 검색
검색버튼

한미 정상회담 실망 매물에 코스피 3200선 '붕괴'...원전·조선주 '털썩'

26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표시 돼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26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표시 돼 있다. 사진=뉴시스
26일 코스피는 1% 가까이 급락하며 3200선이 무너졌다.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간 경제·안보 협력이 강화됐다는 긍정적 신호에도 불구하고, 단기 차익 실현 매물이 출회되면서 지수가 하방 압력을 받았다. 특히 조선·원전 등이 수혜를 받을 것이란 전망에도 급락했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0.50포인트(0.95%) 내린 3179.36에 마감했다. 전날까지 이어진 랠리로 단기 과열 부담이 높아진 데다, 미국 증시의 혼조세와 차익 실현 매물이 맞물리며 지수 하락으로 이어졌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이 홀로 8470억 원 사들였지만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6821억 원, 2639억 원 팔아치우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업종별로는 조선주가 부진을 주도했다. 한화오션은 6.18% 급락했고 HD한국조선해양(-5.71%), HD현대중공업(-3.80%)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STX엔진(-0.86%)도 소폭 내렸으며, HD현대마린솔루션만 0.91% 상승하며 선방했다. 최근 글로벌 선박 발주 증가와 원전 수출 기대 등으로 주목받던 조선·에너지 관련 종목들이 일제히 약세를 보이면서 투자자들의 체감 온도는 차갑게 식었다.
원전주도 부진했다. 두산에너빌리티(-3.95%)를 비롯해 현대건설(-4.04%), 한전기술(-6.72%) 등이 동반 하락했다. 전날 두산에너빌리티(5.95%), 현대건설(2.88%), 한전기술(1.3%)이 상승했던 흐름과는 대조적이다.

전날 상승한 것은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가 시장에 크게 반영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실제 정상회담에서 구체적인 성과가 언급되지 않으면서 실망감이 시장에 반영되고 있다. 한국과 미국 기업들이 정상회담 이후 원전을 비롯한 전략 산업 분야에서 공통 투자펀드 조성, 기술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지만 시장 기대를 충족시키지는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조선·원전 업종의 중장기 전망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진단하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 강화로 친환경 선박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고, 한국 조선업체들의 수주 잔량은 사상 최고 수준에 근접해 있기 때문이다. 원전 분야에서도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원자력 협력 확대가 공식화되면서 향후 수주 기회가 넓어질 것이란 기대도 커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한미 간 원자력 동맹 강화를 통해 해외 원전 수주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증권가 역시 조선주의 단기 변동성을 차익 실현 구간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메리츠증권은 보고서에서 "조선업종은 단기 급등 이후 차익 매물 출회로 조정을 겪고 있으나, LNG선·초대형 컨테이너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중심의 수주 환경이 유지되고 있다"며 "3분기 이후 다시 실적 모멘텀이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원전 관련주에 대해서도 긍정적 시각이 이어진다. 한국은 최근 체코·폴란드·사우디아라비아 등 해외 원전 프로젝트에서 주요 경쟁국으로 거론되고 있다.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기술 협력과 금융 지원 확대가 논의되면서 수주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는 분석이다. NH투자증권은 "한국 원전의 수출 경쟁력이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국면에 진입했다"며 "관련 기업들의 주가 조정은 오히려 저가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미 정상회담의 후속 효과도 시장의 하반기 흐름을 좌우할 변수다. 정상회담 공동성명에는 반도체 공급망 협력 강화, 원전 수출 지원, 방산 협력 확대 등 산업 전반에 걸친 협력 의제가 포함됐다. 업계에서는 "이번 회담이 국내 대표 수출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단기 변동성에 휘둘리기보다는 정책 수혜 업종과 글로벌 수요가 뒷받침되는 기업에 주목할 것을 조언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3200선에서 차익 매물이 불가피하지만,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되는 업종은 중장기적으로 탄탄한 흐름을 보일 것"이라며 "특히 조선·원전·방산 등은 정책 지원과 글로벌 수주 호재가 맞물려 향후 반등 여력이 크다"고 말했다.
한국 시각 기준 26일 새벽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경제·안보·산업 전반에 걸친 협력 확대에 합의하며, 조선·에너지·원전 분야를 포함한 전략적 분야에서 상당한 후속 조치가 기대된다. 특히 한국 대기업들이 미국 내에 총 1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약속해 투자·산업 정책 모멘텀을 동시에 강화했다.

주요 투자 스펙트럼은 인공지능, 반도체, 바이오, 조선, 원전 등 다양하다. 대한항공은 보잉 항공기 362억 달러 규모 계약과 GE 에어로스페이스와 137억 달러 엔진 공급 계약을 맺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내 신규 제철소와 로보틱스 허브 건설에 260억 달러 투자 의사를 공식화했다. 또한 HD현대는 글로벌 해양 역량 강화를 위해 Cerberus Capital과 협력해 미국 조선 인프라 재건에 참여하고, 삼성중공업은 미 해군 조선소 현대화 예비 계약을 체결했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한국가스공사가 장기 LNG 공급 계약을 체결했으며, 미 기업들과 소형 모듈 원자로(SMR) 기반 원자력 기술 협력도 추진된다. 아울러 한국아연은 로켓 및 반도체 부품에 활용되는 게르마늄·희귀 금속 공급을 위해 록히드마틴과 공급 계약을 맺었다. 양국은 향후 배터리·칩·AI·양자컴퓨팅 등의 전략 산업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약 3500억 달러 규모 한국 투자 기금을 관리하는 비구속적 프레임워크를 마련하는 데 합의했다.

특히 이번 회담은 'MASGA(Make America Shipbuilding Great Again)'라는 대규모 조선 산업 협력 이니셔티브를 공식화한 것이 주목받는다. 한국은 미국의 해양 역량 재건을 돕는다는 목표로 조선 산업 재편에 참여하고, 이를 통해 다국적 해양 공급망 내 전략적 지위를 강화할 계획이다.


김성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0328syu@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

맨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