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랩 이온 기술로 안정성·확장성 확보…경쟁사 대비 우위
라이트싱크·카펠라 인수 등 네트워킹 강화로 인프라 확장
소프트웨어 표준화로 '락인 효과' 창출…생태계 구축 가속화
라이트싱크·카펠라 인수 등 네트워킹 강화로 인프라 확장
소프트웨어 표준화로 '락인 효과' 창출…생태계 구축 가속화

23일(현지시각) 미국 투자 전문매체 모틀리풀이 아이온큐가 '제2의 엔비디아'가 될 수 있는지 엔비디아와 비교 분석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을 장악한 엔비디아(NVDA)는 단순히 뛰어난 칩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았다. 그래픽 처리 장치(GPU)를 넘어 CUDA라는 독점적인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개발해 개발자 생태계를 구축하고, 멜라녹스와 같은 기업 인수를 통해 네트워킹 기술을 확보하며 반도체 산업 전체를 아우르는 강력한 생태계를 구축했다. 이 해자(moat) 덕분에 경쟁사들은 엔비디아의 아성을 넘어서기 어려워졌다.
해자는 비즈니스와 투자 분야에서 경쟁사들이 넘보기 어려운 독점적이고 지속 가능한 경쟁 우위를 뜻하는 용어다. 원래 '해자'는 중세시대 성 주위에 깊게 파 놓은 물길로, 외부의 침입으로부터 성을 보호하는 방어 수단이었다. 투자자 워런 버핏이 이 용어를 기업의 경쟁력을 설명하는 데 사용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아이온큐가 지향하는 목표 역시 엔비디아와 같다. 단순히 최고의 양자 컴퓨터를 만드는 것을 넘어,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네트워킹을 아우르는 광범위한 생태계를 구축해 양자 컴퓨팅 시장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전략이다.
아이온큐 최고경영자(CEO) 니콜로 데 마시는 아이온큐가 이 분야의 "엔비디아 경쟁자"가 되고 싶다고 밝히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갇힌 이온' 기술, 강력한 기반을 다지다
아이온큐는 '트랩 이온(Trapped Ion)' 기술을 활용한다. 이는 양자 정보 단위인 큐비트(Qubit)를 인공적인 시스템이 아닌, 실제 원자(이온)를 이용해 구현하는 방식이다. 모든 원자가 동일하다는 특성 덕분에 안정적이고 신뢰성이 높아 오류 발생률을 줄이고, 더 오랫동안 정보를 보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 아이온큐 기술의 진정한 강점은 확장성이다. 새로운 칩을 설계하는 복잡한 과정 없이 단순히 이온을 더 추가하는 것만으로도 시스템을 확장할 수 있어 경쟁사에 비해 더 간단하고 비용 효율적이다.
엔비디아를 벤치마킹한 '해자 구축' 전략
아이온큐는 엔비디아가 그랬던 것처럼 인수합병을 통해 기술과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다.
아이온큐는 옥스포드 아이오닉스를 인수해 큐비트 수를 늘리는 기술을 확보했고, 라이트싱크 인수로 기계 간 통신 속도를 획기적으로 향상시켰다. 또한 카펠라 인수를 통해 우주 기반 양자 네트워크 시장에 진출하는 등 미래 연결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은 소프트웨어 전략이다. 엔비디아의 CUDA처럼, 아이온큐는 양자 컴퓨터를 더 실용적으로 만들어주는 컴파일 소프트웨어와 오류 수정 도구를 개발하고 있다. 기업들이 아이온큐의 소프트웨어 스택을 채택하기 시작하면, 엔비디아의 사례에서 볼 수 있었던 '락인(Lock-in)' 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락인 효과'는 소비자가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를 한번 사용하기 시작하면, 다른 유사한 제품이나 서비스로 쉽게 바꾸기 어려운 현상을 의미한다. 일종의 '묶어두기' 효과로, 소비자가 특정 기업에 종속되는 것을 뜻한다.
아이온큐는 현재 16억 달러가 넘는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 단기적인 재정 문제 없이 기술 투자, 파트너십 확대, 인수 등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갈 수 있는 재정적 안정성까지 갖췄다. 또한 대규모 제조 시설을 구축하며 양산 준비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뛰어난 하드웨어만으로는 양자 컴퓨팅 시장을 지배할 수 없다. 아이온큐는 엔비디아의 성공 방정식을 따라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네트워킹을 아우르는 완벽한 양자 생태계를 구축해 2030년대 양자 컴퓨팅 시장의 주도권을 쥐고 '제2의 엔비디아'가 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태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