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과 동조하며 러시아·중국과 협력 확대 움직임
중국 견제 동맹에 균열…인도, 브릭스 결속 강화, 전략적 자율성 강조
중국 견제 동맹에 균열…인도, 브릭스 결속 강화, 전략적 자율성 강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이유로 인도 수입품에 5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자,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인도 농민과 어민을 지키겠다"고 맞불을 놓으며 브릭스(BRICS) 국가들과 결속을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12일(현지시각) 로이터가 전했다.
◇ 관세 갈등 격화로 양국 관계 최악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를 계속 수입한다는 이유로 인도산 수입품에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이로 인해 기존 관세와 합쳐 총 50%에 이르는 관세율이 적용돼 미국의 무역 상대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 됐다.
양국은 그동안 다섯 차례의 무역협상을 벌였지만, 인도의 농업·유제품 시장 개방 문제와 러시아산 원유 거래 중단 요구가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며 협상이 결렬됐다. 인도는 하루 180만 배럴(전체 수입량의 37%)에 이르는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하고 있다.
모디 총리는 지난 8일 "농민과 어민, 그리고 낙농업자들의 이익을 타협하지 않겠다"며 "이를 위해 무거운 대가를 치를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의 일방적 압박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로이터통신이 보도한 인도의 미국산 무기 구매 중단 소식에 대해 인도 국방부는 "거짓이며 조작된 내용"이라고 반박하며 "기존 절차에 따라 무기 구매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 브릭스 협력 확대로 對美 공조 강화
관세 압박이 거세지자 인도는 브라질·러시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브릭스 회원국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모디 총리는 지난 7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갖고 양국 무역량을 2030년까지 200억 달러(약 27조 원)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재확인했다.
룰라 대통령은 "브라질과 인도는 현재 미국의 일반적 관세로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는 두 나라"라며 "브릭스 내에서 트럼프의 관세에 대한 공동 대응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모디 총리는 7년 만에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인도 방문도 추진되고 있다. 분석가들은 "트럼프의 관세가 의도치 않게 브릭스 국가들을 하나로 묶고 있다"고 평가했다.
인도 내에서는 미국 제품 불매운동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며, 주요 다국적 기업 매장 앞에 항의 현수막이 걸리는 등 반미 감정이 확산하고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8월 15일 알래스카에서 푸틴 대통령과 만나 우크라이나 전쟁 해결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같은 날은 인도 독립 79주년 기념일로, 인도 정부는 이 회담이 "우크라이나 갈등 종료 가능성을 열어줄 것"이라며 환영 의사를 밝혔다.
업계에서는 만약 트럼프-푸틴 회담에서 평화 합의가 이뤄진다면 러시아산 원유 거래 압박이 완화돼 미국의 대인도 관세 인상 가능성도 낮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