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글로벌이코노믹 로고 검색
검색버튼

브라질, 트럼프 보복 관세에 반격…WTO에 ‘트럼프 관세’ 제소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사진=로이터

브라질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고율 관세 부과에 대응해 세계무역기구(WTO)에 공식 제소 절차를 개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극우성향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에 대한 기소에 보복하는 차원에서 브라질에 관세폭탄을 위협하고 있다는 논란이 확산되면서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7일(이하 현지시각) 알자지라에 따르면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정부는 자국 수출품에 부과된 50% 관세를 문제 삼아 WTO에 협의 요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브라질 정부 당국자는 AFP와 AP통신 등에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WTO 분쟁 해결 절차의 첫 단계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9일 룰라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에 대한 기소는 국제적 수치"라고 비난하며 브라질 수출품에 대한 관세 인상을 예고했다. 이후 7월 30일에는 브라질 정부를 ‘정치적 박해’와 ‘표현의 자유 억압’으로 규정한 행정명령을 발표하고 관세를 50%로 상향 조정했다. 이 조치는 6일부터 발효됐다.

◇ 보우소나루 기소 놓고 양국 갈등 격화


브라질 검찰은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2022년 대선 결과를 부정하며 측근들과 함께 쿠데타를 시도한 정황이 있다며 수사를 진행 중이다. 검찰은 그가 재임 말기에 ‘비상사태’를 선포해 군을 동원하고 시민의 권리를 정지시킨 뒤 재선거를 추진하려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일부 측근이 룰라 대통령 독살을 논의했다는 정황도 확보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을 “전 세계에서 높이 평가받는 지도자”라고 추켜세우며 브라질 정부의 수사를 “마녀사냥”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이 재판은 즉시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을 통해 “브라질 정부의 최근 정책과 조치는 미국의 국가안보, 외교, 경제에 위협이 된다”며 “미국인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미국 기업과 국민을 보호하려는 미국의 이익을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 브라질 “주권 침해” 반발…브릭스 차원 공조 예고


브라질 정부는 미국의 이번 조치를 부당한 외교적 개입으로 규정하고 반발했다. 룰라 대통령은 지난 1일 행한 대국민 연설에서 “미국이 1964년 쿠데타에 개입한 것도 용서했지만 이번은 용서할 수 없다”며 “미국 대통령이 브라질 같은 주권국가에 규칙을 강요하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지금 내 직감은 트럼프가 대화에 관심 없다는 것”이라며 “나는 굳이 굴욕적으로 나서지 않겠다”고 말했다.

룰라 대통령은 미국과의 교역이 어려워질 경우 브릭스(BRICS) 회원국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브릭스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이 주도하는 국제 질서의 대안으로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등 5개국이 주도해 지난 2009년 출범시킨 반서방 협력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브릭스 소속국에 대해서도 추가로 1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번 관세 조치로 인해 브라질의 대미 수출의 35.9%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전체 수출의 약 4%에 해당한다. 브라질 정부는 관세에서 제외된 품목으로는 견과류, 오렌지 주스, 석탄, 철, 주석, 석유 제품 등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룰라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뉴욕타임스(NYT)와 인터뷰에서 “엎질러진 우유에 울진 않겠다”며 “미국이 우리 제품을 원치 않으면 살 사람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맨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