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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TSMC·SK하이닉스, AI 반도체 투자 확대…인텔은 감축 '극명한 대비'

TSMC, 420억 달러 투자…SK하이닉스, HBM 생산능력 대폭 확대
인텔, 실적 부진에 투자 30% 축소…미·중, 자국 중심 공급망 구축 경쟁
중국의 한 반도체 시설. 전 세계적으로 TSMC와 SK하이닉스가 AI 반도체 투자를 확대하며 경쟁하는 가운데, 미국과 기술 패권 경쟁을 벌이는 중국의 반도체 생산 투자 역시 급증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의 한 반도체 시설. 전 세계적으로 TSMC와 SK하이닉스가 AI 반도체 투자를 확대하며 경쟁하는 가운데, 미국과 기술 패권 경쟁을 벌이는 중국의 반도체 생산 투자 역시 급증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일으킨 훈풍에 반도체 시장의 투자 지형이 바뀌고 있다. 4일(현지시각) 닛케이 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10대 반도체 기업의 올해 연간 설비투자는 1350억 달러(약 186조9210억 원)로 3년 만에 처음 7% 증가할 전망이다. AI 칩을 둘러싼 패권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TSMC, SK하이닉스 같은 선두 그룹은 대대적인 증설에 나서는 반면, 인텔과 일부 전력 반도체 기업들은 투자를 줄이면서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AI 칩 선점 경쟁은 투자 회복세를 이끄는 핵심 동력이다. 10개 주요 기업 가운데 TSMC, SK하이닉스,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SMIC 등 6개사가 투자를 확대한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인 대만의 TSMC는 올해에만 전 세계 9곳에서 공장 신설과 가동에 돌입한다. 미국, 유럽, 일본을 아우르며 세계로 사업을 넓히는 것으로, 투자액은 지난해보다 약 30% 늘어난 380억~420억 달러(약 52조 6072억~58조 1448억 원)에 이를 전망이다. 특히 미국 애리조나 공장에서는 최첨단 칩 양산을 위한 증설에 나서고, 일본 구마모토 제2공장도 하반기 착공한다. 이는 AI 칩 설계의 양대 강자인 엔비디아와 AMD의 주문에 대응하려는 움직임이다.

메모리 반도체 업계의 투자 시계도 빨라지고 있다.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 1위인 SK하이닉스는 지난해보다 설비투자(CapEx)를 75% 대폭 늘려 HBM과 고성능 D램 분야에 집중한다. 올 하반기 HBM4로의 기술 전환과 생산 능력 확대를 통해 AI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미국의 마이크론 역시 지난해보다 70% 급증한 140억 달러(약 19조3816억 원)를 쏟아붓는다. 일본 히로시마 공장에 극자외선(EUV) 장비를 도입해 2026년 차세대 메모리 양산을 목표로 삼았다.
이처럼 대대적인 투자의 배경에는 AI 반도체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 전망이 있다. AMD는 AI 반도체 시장 규모가 2025년에서 2030년까지 3배 이상 커져 5000억 달러(약 691조85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2025년 이후 한 자릿수 초반 성장에 그칠 것으로 보이는 스마트폰 같은 전통 IT 시장과 뚜렷한 대조를 보인다.

◇ AI 훈풍에도…인텔·전력반도체는 '투자 한파'


반면 AI 훈풍을 타지 못한 기업들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6분기 연속 순손실을 기록한 인텔은 올해 설비 투자를 약 30% 줄인 180억 달러(약 24조9066억 원)로 축소한다. 이는 TSMC의 절반에도 밑도는 규모다. 인텔은 유럽 신공장 건설을 취소하고 미국 안의 일부 계획을 미루는 등 구조조정에 나섰다. AI 칩 경쟁에서 뒤처진 인텔은 설비 투자 대신 연구개발(R&D)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 신규 공장을 통한 첨단 칩 양산을 추진하면서도,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 업황 부진 탓에 국내 투자는 보수적으로 운용하고 있다. 올해 투자액은 지난해와 비슷한 350억 달러(약 48조4190억 원) 수준일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수요 둔화의 직격탄을 맞은 전력 반도체 업계도 공급 과잉에 시달리며 투자를 줄이고 있다. 스위스의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는 올해 투자액을 최대 23억 달러(약 3조1818억 원)로 낮췄고, 독일 인피니언 테크놀로지스 역시 투자 규모를 축소하고 있다.

◇ 공급 과잉 우려 속…가열되는 '자국 우선주의'


한편, 미·중 기술 패권 경쟁과 지정학적 위험은 각국의 자국 내 반도체 공급망 구축 경쟁을 부추기는 또 다른 변수다. 미국의 글로벌파운드리스는 자국 안의 투자 계획을 기존보다 30억 달러(약 4조1502억 원) 늘린 160억 달러(약 22조1344억 원)로 높였다.

중국의 공세는 더욱 거세다. 중국 최대 파운드리 SMIC는 올해 사상 최대인 75억 달러(약 10조 3770억 원)를 투자한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중국은 앞으로 3년간 반도체 장비에만 1000억 달러(약 138조3600억 원) 이상을 쏟아부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해외 장비 의존도에서 벗어나 국산화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다.

SEMI는 2025년부터 2027년까지 전 세계에 108개의 반도체 공장이 새로 들어설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지난 2021년부터 2023년까지보다 30% 늘어난 규모다. 자오 하이쥔 SMIC 공동대표는 "기업들이 수주 경쟁을 시작하고 가격 경쟁이 심해질 것"이라며 앞으로 시장 경쟁이 치열해질 것을 예고했다. 야타베 도모유키 미쓰비시 종합 연구소 연구원도 일부 반도체 품목의 공급 과잉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러한 우려 속에서도 장기 성장 기대감은 여전하다. 도쿄 일렉트론의 가와이 도시유키 사장은 "반도체 수요 자체가 줄어든 것은 아니다"라며 "기술 혁신이 이뤄지면서 추가 성장을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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