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은 25% 유지 속 '무관세' 협상…차별 대우에 EU 강력 반발
EU, 33조원 보복관세 예고…대서양 무역 전면전 치닫나
EU, 33조원 보복관세 예고…대서양 무역 전면전 치닫나

24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양측이 무역분쟁 해소를 위해 조율한 잠정 합의안 초안에는 철강 관세 철폐나 인하 조치가 포함되지 않았다. 브뤼셀의 한 외교관은 "다양한 상품에 15%의 기본 관세가 적용되지만, 철강은 예외로 50% 세율이 유지된다"고 확인했다. EU 측은 특정 할당량(쿼터)을 넘는 물량에만 50% 관세를 매기는 타협안을 추진 중이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이에 EU는 210억 유로(약 33조 원) 규모의 보복관세 카드를 준비했으나, 협상 지연을 이유로 7월 14일까지 발동을 일시 보류했다. 합의가 최종 실패하면 보복관세는 자동으로 발동된다.
◇ 수출길 막힌 EU 철강업계 ‘초상집’
이번 합의 실패는 EU 철강업계에 직격탄이 될 전망이다. 미국은 EU 전체 철강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핵심 시장이어서 이번 조치로 특히 독일, 벨기에, 이탈리아 같은 주요 철강 생산국의 타격이 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유럽철강협회(Eurofer)는 이미 지난달 높은 에너지 비용과 값싼 중국산 제품의 공세 속에서 50% 관세가 부과되면 업계가 존폐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유로퍼는 지난 10일 트럼프 대통령이 첫 협상을 무산시킨 직후 "우리의 주요 수출 시장(미국)을 잃으면서, 유럽 시장은 미국이 더는 흡수하지 않는 철강으로 넘쳐나고 있다"며 "재앙"이라고 호소했다.
EU의 처지는 영국보다 더욱 불리하다. 영국은 현재 25% 관세를 잠정 유지하고 있으며, 키어 스타머 총리가 지난 5월 타결한 협정에 따라 할당량 안의 수출 물량은 무관세로, 초과분만 25% 관세를 적용받을 예정이다. 이러한 조건은 7월 9일까지 양국 무역 합의가 최종 확정되어야 유효하다. 만약 미국이 요구하는 공급망 안전성 같은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영국산 철강 역시 50% 관세 대상으로 전환될 수 있다.
◇ 美·中 압박 속 獨 총리의 '고군분투'
이런 가운데 EU와 중국 사이의 신경전도 고조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4일 베이징 정상회의에서 "유럽이 직면한 도전은 중국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라며 양측의 "올바른 전략적 선택"을 촉구했다. 그러나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같은 행사에서 중국의 막대한 무역 흑자를 지적하며 맞받아쳤다. 그는 "EU가 중국 전체 수출의 14.5%를 차지하는 반면, 중국은 EU 수출의 8%만을 받아들인다"는 수치를 제시하며, 국가 보조금을 포함한 '무역 왜곡' 때문에 불균형이 심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과 중국의 압박 속에서 유럽 내부에서는 고통을 감수하더라도 서둘러 협상을 타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자동차 부문을 포함한 자국 산업 안정을 위해 신속한 합의를 강력히 원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소통 창구를 가진 메르츠 총리가 이번 주말 트럼프의 스코틀랜드 골프장 방문 때 직접 접촉을 시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 '자국 우선주의'…글로벌 무역 불확실성 증폭
이번 관세 조치는 미국이 자국 철강산업을 보호하고 세계 공급망에서 우위를 확보하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이번 조치는 EU뿐만 아니라 한국, 일본 등 주요 철강 수출국 전반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며 세계 교역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한편, 유럽중앙은행(ECB)은 24일 열린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동결하기로 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