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슬라 실적 발표를 이틀 앞둔 21일(현지시각) 투자자들이 극도로 신중한 모습을 보이면서 테슬라 주가가 보합세를 보였다.
투자자들은 23일 장 마감 뒤 발표되는 테슬라 실적을 숨죽이며 기다리고 있다.
테슬라 실적은 매번 주가 향배를 좌우하는 중요한 고비로 작용했지만 이번에는 특히 더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정치행보에 따른 수요 급감, 머스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갈등, 로보택시 서비스 출범, 휴머노이드 로봇 출시 일정 등 굵직한 사안들이 많기 때문이다.
낮아진 눈 높이
테슬라의 2분기 실적에 거는 투자자들의 기대감은 낮다.
상반기 테슬라 전기차 판매가 약 38만4000대로 1년 사이 13.5% 급감한 것으로 이미 확인된 터라 실적 개선 기대감은 물 건너간 지 오래다.
실적이 얼마나 줄었을지가 테슬라 주가 흐름을 좌우할 핵심 변수 가운데 하나다.
팩트세트 조사에서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들은 테슬라가 2분기 중 221억 달러 매출에 주당순익(EPS) 0.39달러를 기록했을 것으로 예상했다.
매출은 1년 전 255억 달러에 비해 13.3%, EPS는 0.52달러에 비해 25% 급감했을 것이란 전망이다. EPS를 거둔 것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악재
베어드의 벤 칼로 애널리스트는 실적 발표를 앞두고 신중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칼로는 특히 테슬라가 당초 올 상반기에 저가 새 모델을 공개하기로 했지만 그러지 않았고, 10월부터는 트럼프 감세법에 따라 전기차 세액공제가 사라지기 때문에 올 하반기 전망이 우울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요인들이 테슬라 수요를 압박해 하반기에도 판매 감소세가 이어질 것으로 우려했다.
칼로는 보유 추천의견과 함께 320달러를 목표주가로 제시했다.
저가 모델 나온다
반면 RBC의 톰 나라얀 애널리스트는 테슬라 저가 전기차가 출시될 것이라면서 이에 힘입어 올 후반 판매가 반등할 것으로 기대했다.
나라얀은 이런 기대를 근거로 매수 추천의견을 냈다. 그러나 제시한 목표주가는 319달러로 보유를 추천한 칼로의 320달러 목표주가보다 낮았다.
저가 모델 신차 출시 기대가 있기는 하지만 주가를 대폭 끌어올릴 정도의 호재는 아닐 수 있다는 뜻이다.
캘리포니아 ZEV 크레딧 철폐
투자자들은 이번 실적 발표에서 이미 과거가 된 2분기 실적보다 향후 전망에 더 관심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6월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시작한 로보택시와 내년 양산을 목표로 하는 휴모노이드 로봇에 대한 경영진의 전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아울러 테슬라가 포기해야 할 막대한 캘리포니아 대기오염 분담금도 관건이다.
미 하원은 캘리포니아주가 대기오염 분담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던 규정을 철회했다.
이는 테슬라에 상당한 타격이다.
테슬라는 캘리포니아의 대기오염 분담금 제도 덕에 배출제로차량(ZEV) 크레딧을 날리게 됐다.
테슬라는 올 1분기에만 5억9500만 달러를 확보했다. 대기오염을 일으키는 내연기관 자동차를 만드는 업체들에 테슬라가 확보한 크레딧을 판매해 가외 수입을 거뒀지만 이 길이 사실상 막혀버렸다.
웰스파고의 콜린 랭건 애널리스트는 테슬라의 2분기 ZEV 크레딧 판매가 뚜렷하게 감소했을 것이라면서 3분기에도 감소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랭건은 테슬라 매도를 주문하고 목표주가로 120달러를 제시했다.
머스크
그렇지만 테슬라 투자자들이 더 관심을 기울일 내용은 머스크의 계획이다.
테슬라 경영에 집중하겠다며 5월말 정부효율부(DOGE) 수장 자리에서 물러난 뒤 트럼프와 공개적으로 설전을 벌이고 있는 머스크가 앞으로 어떤 길을 걸을지가 최대 관심사다.
신당 아메리카당 창당 선언까지 한 머스크가 테슬라 경영에 다시 매진할지가 관건이다.
머스크는 19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X에 올린 글에서 “주 7일을 일한다”면서 회사에서 먹고 잔다고 말했다.
이번 실적 발표에서 투자자들은 머스크가 현재 어떤 마음가짐인지에 주목하고 있다. 머스크는 테슬라에서 가장 중요한 자산으로 180배에 이르는 테슬라의 고공행진 주가수익배율(PER)을 합리화하는 근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한편 옵션 시장에서는 테슬라 주가가 23일 실적 발표 이후 약 7% 상하 변동폭을 가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미혜 글로벌이코노믹 해외통신원 LONGVIEW@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