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달 1일부터 유럽연합(EU)과 멕시코산 대부분 수입품에 대해 30% 고율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EU와 한국이 관세 충격을 피하기 위한 무역협상에 미국 정부와 본격 돌입했다.
14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EU는 이날 브뤼셀에서 열린 무역장관 회의에서 미국과의 협상 상황을 논의하며 8월 1일 시한 전 타결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고 밝혔다.
마로셰 셰프초비치 EU 무역담당 집행위원은 “30% 관세가 시행되면 사실상 양측 간 교역이 중단될 것”이라며 “이같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막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말했다.
◇ EU “21조원 보복관세 준비”…한국도 미국 농업시장 양보 시사
독일에서는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가 “30% 관세는 독일 수출산업의 핵심을 정통으로 때릴 것”이라고 경고했고 디아코 독일상공회의소 회장도 “미국과의 갈등이 격화되면 수많은 독일 기업들이 위협받게 된다”며 신속한 대응을 촉구했다.
한편, 한국 정부도 미국과 협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4~10일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한미 관세 협상을 진행한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이 요구하는 농축산물 시장 개방과 관련해 "농축산물은 미국뿐 아니라 동남아 등 어떤 나라와 자유무역협정(FTA)를 진행해도 고통스럽지 않는 부분이 없다"며 "농축산물 부분의 경우 우리가 전략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 민감하고 지켜야 할 부분이 있는 만큼 지킬 것은 지키되 협상 전체의 틀에서 고려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여 본부장은 "그래도 산업 경쟁력은 강화 됐다"고 덧붙였다.
한국은 일본과 마찬가지로 25% 수준의 관세가 부과될 가능성이 있어 시한 내 합의를 끌어내기 위한 협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 시장은 ‘트럼프식 관세’에 면역…그러나 충격은 지속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이른바 ‘해방의 날(Liberation Day)’을 선언하며 전 품목에 최소 10% 관세를 적용하는 기본 정책을 발표했고 이후 90일 유예기간을 부여하며 각국과 협상을 진행해왔다.
그러나 잦은 번복과 갑작스러운 발표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혼란스럽지만 놀랍지는 않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유럽 증시는 이날 하락했으며 미국 선물지수도 하락 출발이 예상됐다. 유럽 자동차·주류주가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EU 회원국 일부 산업계는 이미 ‘탈미 전략’에 착수했다. 이탈리아 키안티 와인 업계는 남미, 아시아, 아프리카로의 수출 전략 전환을 EU 차원에서 지원해 줄 것을 촉구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