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야심차게 추진 중인 자율주행 로보택시 사업이 수익보다 법적 책임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차량 소유주가 사고 발생 시 법적 책임을 지게 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포브스는 오스틴에서 시범 운영 중인 테슬라 로보택시 프로그램이 대형 사고 없이 16일간 운행됐지만 지난달 24일(이하 현지시각) 차량 한 대가 주차된 토요타 캠리를 긁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10일 보도했다. 당시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사고가 보행자에게 발생했을 경우 법적 책임 논란이 커졌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 “에어비앤비처럼 차를 공유”…사고 시 소유주 책임 소지
머스크는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일부 차량은 테슬라가 직접 소유하겠지만 나머지는 고객이 소유한 차량으로 구성될 것”이라며 “테슬라 앱에서 한 번만 누르면 자신의 차량을 로보택시 네트워크에 추가할 수 있고, 그동안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고 발생 시 소유주가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테슬라 관련 사고 데이터 분석 기업 콴티브리스크를 설립한 변호사 마이크 넬슨은 “로보택시 사고가 발생하면 차량 소유자도 피소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원고 측 변호사가 ‘차량 정비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거나 ‘차량 상태를 허위로 알렸다’는 논리로 책임을 묻는 일이 분명히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 “로보택시는 사람이 아닌 기술이 운전…책임 구조 바뀌어야”
현재 테슬라의 ‘오토파일럿’과 ‘완전 자율주행(FSD)’ 기능은 운전자의 개입을 전제로 하고 있어, 과거 치명적 사고에서도 회사의 책임이 인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로보택시 모드에서는 차량이 전적으로 주행을 맡기 때문에 법적 책임의 구조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일례로 지난 2016년 플로리다에서 조슈아 브라운이 2018년 캘리포니아에서 월터 황이 오토파일럿 기능 작동 중 사망했지만 테슬라는 법적 책임을 피한 바 있다. 그러나 로보택시가 사고를 낼 경우 제조사인 테슬라가 직접 책임을 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윌리엄 와이든 미국 마이애미대 법학과 교수는 “로보택시 사고도 인간 운전자 사고처럼 배심원이 판단하게 해야 한다”며 “책임은 제조사나 설계자에게 있어야 하고, 판단 기준 역시 사람에게 적용되는 것과 동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 보상 체계 없는 테슬라…웨이모와 차별 뚜렷
이미 자율주행 로보택시를 상용화한 웨이모는 사고 발생 시 자체 책임을 지고 과실 여부와 무관하게 승객에게 의료비를 지원한다. 반면 테슬라는 이와 같은 보상 체계를 마련하지 않은 상태다. 시범 프로그램에 참여한 오스틴 지역 사용자들은 ‘목적지 미도달’, ‘불편 및 중단 가능성’ 등을 경고받는 이용약관에 동의해야 하며 사고 관련 분쟁은 강제 중재 조항이 적용된다.
테슬라는 비용 절감을 이유로 라이다·열감지 센서 대신 디지털 카메라만 사용하는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대해 넬슨 변호사는 “다른 제조사들이 필수라고 여기는 안전 장비를 생략했다는 점에서, 원고 측 변호인단이 테슬라의 안전성 문제를 지적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 보험·정비 문제도 여전히 미해결…“차 공유보다 골칫거리”
차량 소유자가 로보택시로 활용할 경우 보험 적용 여부도 문제다. 자율주행차 배치를 분석하는 스타트업 시뮬리틱의 벤 루이스 사업개발 부사장은 “보험사 입장에서는 낯선 리스크이며, 쉽게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비 체계도 문제다. 웨이모는 하루에도 여러 차례 차량을 점검하고 세척·충전하며 운영한다. 그러나 테슬라는 이같은 관리 시스템이 마련돼 있지 않다. 테슬라 오너 로렌 맥도널드는 “좌석 오염, 외부 흠집, 세균 문제 등은 가족 입장에서는 감당하기 어렵다”며 “수익보다 손해가 클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