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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 인플레이션 하락, 소비 수요 약화 우려 증폭

태국 3개월 연속 가격 하락…싱가포르·말레이시아도 최저 수준
트럼프 관세·중국 저가 상품 유입으로 디플레이션 압력 확산
방콕의 한 쇼핑몰에서 가게 주인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이 나라의 소비자 물가 지수는 6월까지 3개월 연속 하락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방콕의 한 쇼핑몰에서 가게 주인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이 나라의 소비자 물가 지수는 6월까지 3개월 연속 하락했다. 사진=로이터
동남아시아 주요국의 인플레이션 하락이 소비자 수요 약화에 대한 경제학자들의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역 관세와 값싼 중국 상품의 유입으로 지역 경제가 고군분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9일(현지시각) 닛케이 아시아가 보도했다.
지난 8일 발표된 공식 데이터에 따르면, 태국의 6월 헤드라인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0.25% 하락하여 5월의 0.57% 하락에 이어 3개월 연속 전년 대비 하락세를 기록했다.

태국 상무부의 무역 정책 및 전략 실장인 푼퐁 나이야나파콘은 기자들에게 이러한 하락이 주로 식량과 에너지 가격, 특히 농산물 가격 하락에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올해는 날씨가 좋고 시장에 공급되는 농산물이 많아 식품 가격과 소비자 물가가 하락할 것"이라며 7월에도 하락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푼퐁은 인플레이션이 둔화된다고 해서 소비자들이 지출을 주저하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며, 아직 디플레이션의 징후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제학자들은 태국의 경제적, 정치적 상황을 감안할 때 디플레이션 압력에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동남아시아 경제 책임자인 데니스 척은 "태국은 동남아시아 국가 중에서 디플레이션 추세에 가장 취약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주요 관광 부문은 5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팬데믹 이전 정점을 회복하지 못했으며, 이는 부분적으로 이 부문이 중국 관광객에 대한 의존도를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태국은 현재 정치적 위기에도 처해 있다. 7월 1일 헌법재판소가 캄보디아 전 지도자 훈센과의 전화 통화 녹음 유출을 이유로 패통탄 시나왓 총리의 직무를 정지시켰다. 말레이시아 메이뱅크는 6월 보고서에서 정치적 불안정이 장기화되면 하반기 태국의 성장이 둔화될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지역의 다른 국가들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싱가포르의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은 전월 0.9%에서 0.8%로 하락하여 팬데믹 기간인 2021년 초 이후 최저점을 기록했다. 말레이시아의 헤드라인 인플레이션도 전월 1.4%에서 5월 1.2%로 완화되어 4년치 최저치를 기록했다.

일부 관측통들은 디스인플레이션에 환호하는 반면, 다른 관측통들은 이러한 패턴이 경제에 대한 비관론으로 인한 소비 둔화를 가리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ESSEC 아시아 태평양 비즈니스 스쿨의 경제학 부교수 자무스 림은 "디스인플레이션의 힘이 가계와 기업의 기대에 뿌리를 내리고 투자 결정을 혼란에 빠뜨릴 때만 건강에 해롭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의 관세는 또한 경제적 불확실성을 증가시켰으며, 이는 총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다시 디스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아세안 국가들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판매되는 값싼 중국 상품에 노출되어 있으며, 이는 디플레이션 압력이 커지고 있는 지역에서 가격 경쟁을 더욱 치열하게 만들고 있다. 중국의 부진한 경제 역시 미국과의 무역 마찰을 헤쳐 나가면서 디플레이션 압력에 직면해 있어, 5월까지 4개월 연속 전년 동기 대비 가격 하락을 보였다.

싱가포르 Oversea-Chinese Banking Corp.의 선임 아세안 이코노미스트 라바냐 벤카테스와란은 "중국 본토는 2014년 순수입국에서 2024년 아세안 5개국의 대규모 순수입국으로 전환했다"며 "이러한 수입품은 가격 경쟁력이 더 높은 경향이 있기 때문에 가격 압력을 계속 억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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