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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재앙 덮친 남유럽… 42도 폭염에 그리스 '셧다운', 프랑스·스페인 산불과 사투

그리스, 42도 폭염에 국가 상징 아크로폴리스 폐쇄…위반 시 벌금 321만원
프랑스·스페인, 강풍 타고 번지는 산불 속수무책…1만8000명 대피령, 공항·철도 마비
2025년 7월 8일, 프랑스 남부 마르세유 외곽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인해 도시를 뒤덮은 연기를 바라보는 주민들의 모습. 빠르게 번지는 산불로 인해 마르세유 인근 지역에는 짙은 연기와 재가 퍼졌으며, 주민들은 불안한 시선으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25년 7월 8일, 프랑스 남부 마르세유 외곽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인해 도시를 뒤덮은 연기를 바라보는 주민들의 모습. 빠르게 번지는 산불로 인해 마르세유 인근 지역에는 짙은 연기와 재가 퍼졌으며, 주민들은 불안한 시선으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로이터
남유럽 전역이 기록적인 폭염과 최악의 산불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그리스는 42도에 이르는 폭염에 국가 상징인 아크로폴리스를 폐쇄했고, 프랑스와 스페인은 걷잡을 수 없는 산불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9일(현지시각) 기후 변화가 부른 재앙이 유럽 대륙을 덮쳤다고 전했다.

◇ 42도 '살인 폭염'… 멈춰 선 관광지와 일상


그리스에 올여름 두 번째 대형 폭염이 덮쳤다. 지난 8일 아테네의 기온이 41도까지 치솟았고 일부 지역은 42도까지 예보됐다. 당국은 나라의 상징이자 최고 관광 명소인 아크로폴리스의 오후 시간대(현지시간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출입을 전면 통제하는 이례적인 조치를 내렸다.

바위 언덕에 자리한 아크로폴리스는 그늘이 거의 없어 열사병 위험이 크다고 판단해, 관광객이 몰리는 시간에 문을 걸어 잠갔다. 스코틀랜드에서 온 관광객 존 하월(58)은 로이터 통신에 "극도로 덥다. 아이들을 위해 작은 선풍기를 챙기고 물을 많이 마시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리스 노동부는 아테네, 테살로니키 등 주요 도시에서 건설 노동자, 배달원, 택배 기사 등의 오후 시간(낮 12시~5시) 옥외 근무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를 위반하는 사업주에게는 2000유로(약 321만 원)의 벌금을 부과한다.

그리스 기상청은 폭염이 수요일까지 이어진다고 예보했으며, 강풍까지 예상돼 산불 경계령을 발령했다. 특히 아테네를 포함한 4개 지역에는 최고 등급인 '카테고리 5' 경보를 발령했으며, 전국에서 하루 50건에 이르는 산불이 발생해 초비상 상태다. 그리스는 지난해 역대 가장 긴 16일의 폭염을 겪었다. 앞서 2024년은 세계적으로 산업화 이전보다 기온이 1.5도 이상 오른, 관측 사상 가장 따뜻한 해로 기록된 바 있다.

◇ 강풍 업은 불길, 프랑스 제2도시 마르세유 '위협'


프랑스 제2의 도시 마르세유에서는 8일 발생한 산불이 시속 70km의 강풍을 타고 700헥타르의 임야를 삼켰다. 소방 당국은 저녁 무렵 불길을 '통제'했다고 밝혔으나, 소방관 700여 명과 소방 헬리콥터 등을 총동원하고도 강풍 탓에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화재로 마르세유 공항의 항공기 이착륙이 전면 중단되고 열차 운행이 멈췄으며, 주민들은 공포에 떨고 있다. 한편 프랑스 남서부 나르본 인근에서도 2000헥타르를 태운 또 다른 대형 산불이 계속되고 있어 프랑스 전역이 산불 비상체제에 들어갔다.

◇ 스페인도 '통제 불능'… 1만 8천 명 고립, 자연공원 소실


스페인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북동부 카탈루냐주 타라고나에서는 8일 산불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자 주민 1만8000여 명에게 실내 대피령을 내렸고 수십 명은 긴급 대피했다. 산불은 시속 90km의 강풍을 타고 3000헥타르의 산림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카탈루냐 지역은 역대 가장 더운 6월을 보낸 뒤였으며, 이달 1일 발생한 다른 산불로 이미 2명이 숨지기도 했다.

300명이 넘는 소방관과 군 긴급구조대(UME)까지 투입했지만 험준한 지형 탓에 접근이 쉽지 않다. 인근 마을 주민 로사 벨레다(76)는 "엄청난 공포와 눈물 속에서 밤을 지새웠다. 이런 끔찍한 일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당국은 화재가 에브로강을 넘는 것은 막았다고 밝혔으며, 피해 지역의 30%가 포르츠 자연공원이어서 자연 유산 파괴 우려가 크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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