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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세계 해운업계 연쇄 파산 '물류 쓰나미', 한진해운 140억 달러부터 옐로까지 붕괴

과잉 선대·부채 누적으로 해운업 구조 취약성 노출...연쇄 파산으로 운임 50% 급등 '충격파'
글로벌 해운업계가 역사상 유례없는 대형 파산 사태를 잇따라 겪으면서 세계 물류망의 구조 취약성이 드러나고 있다. 사진=마이크로소프트 빙 이미지 크리에이터이미지 확대보기
글로벌 해운업계가 역사상 유례없는 대형 파산 사태를 잇따라 겪으면서 세계 물류망의 구조 취약성이 드러나고 있다. 사진=마이크로소프트 빙 이미지 크리에이터
글로벌 해운업계가 역사상 유례없는 대형 파산 사태를 잇따라 겪으면서 세계 물류망의 구조 취약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7(현지시각) 마린인사이트(Marine Insight) 보도에 따르면, 한진해운부터 옐로(Yellow Corp), OW 벙커(Bunker) 등 거대 해운·물류 기업들의 연쇄 파산이 글로벌 공급망에 심각한 충격을 가하고 있다.
◇ 한진해운 140억 달러 좌초, 해운사 파산의 전형 사례

지난 2017217일 파산선고를 받은 한진해운은 해운업계 파산의 전형 사례로 꼽힌다. 당시 세계 7위 컨테이너 선사였던 한진해운의 파산으로 약 140억 달러(192700억 원) 상당의 화물이 바다에서 좌초되며 전 세계 공급망에 엄청난 혼란을 야기했다.

한진해운 파산의 직접 원인은 무리한 선박 투자와 경영진의 부실한 리스크 관리에서 비롯됐다. 2000년대 중반 해운업 호황기 동안 대규모 용선 계약을 체결한 한진해운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작된 해운업 불황을 견디지 못했다. 특히 2016년 부채비율이 850%를 넘어설 정도로 재무구조가 악화된 상황에서 한국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구제방안을 거부하면서 결국 파산에 이르렀다.
해운업계 전문가들은 한진해운 파산을 비롯한 대형 해운사 파산의 원인으로 선박 과잉 공급을 꼽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성장이 둔화되면서 가용 선박 용량이 과잉 발생했고, 이는 치열한 경쟁으로 이어져 기업들이 운영 비용을 겨우 충당하거나 그보다 적은 요금을 부과하는 상황에 내몰렸다고 분석했다.

해운·항만·물류기업 고위 임원과 정부·공공기관·협회 등 관계자, 학계·언론 등 전문가 3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한진해운 사태의 원인으로 20%'해운·금융 정책당국의 해운산업 중요성 인식 부족', 17%'정부의 한진해운 기업 회생 의지 부족'을 지적했다.

◇ 해외 해운·물류업계도 연쇄 파산 행렬

한진해운 파산 이후에도 해외 해운·물류업계의 파산 행렬은 계속됐다.
미국 옐로코퍼레이션(Yellow Corp)은 지난 202386일 약 100년 역사의 미국 트럭 운송업체가 파산 신청을 했다. 옐로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미국 정부로부터 73000만 달러의 구호 대출을 받았지만 15억 달러 이상의 부채를 감당하지 못해 결국 파산했다. 옐로의 파산은 3만 명의 직원을 보유한 대형 운송업체가 노조와의 분쟁과 막대한 부채 때문에 몰락한 사례로 기록됐다.

2014117일 세계 최대 선박 연료 공급업체 중 하나였던 덴마크 OW 벙커가 파산했다. 전 세계 벙커 연료 시장의 7%를 점유하던 OW 벙커는 싱가포르 자회사의 사기 행위로 약 12500만 달러의 손실이 발생하면서 파산에 이르렀다. 이 때문에 전 세계 선박 연료 공급망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졌으며, 선주들은 연료비 미지급 때문에 선박 압류 위험에 노출됐다.

1986년 미국의 대형 해운회사 US 라인이 파산했다. US 라인은 한때 대서양 횡단 무역 및 세계일주 서비스의 핵심 업체였지만 12척의 대형 선박에 대한 처참한 투자 때문에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했다. 이 선박들은 크고 비경제적이어서 연료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설계됐지만 많은 항구에서 사용하기에는 너무 크고 고객 요구를 충족하기에는 너무 느려서 큰 손실을 초래했다.

노르웨이의 해양시추업체 시드릴(Seadrill)2017년과 2021년에 챕터 11 파산 신청을 했고, 그리스의 오션리그(Ocean Rig)도 금융 구조조정을 시행하기 위해 2017년 챕터 15 파산 신청을 했다. 많은 해양 서비스 선박(OSV) 회사들도 석유 회사들이 탐사 및 생산을 줄임에 따라 파산에 직면했다.
미국 상장 드라이벌크 선사 젠코 쉬핑(Genco Shipping & Trading)2014년 막대한 부채와 드라이벌크 운임 하락으로 챕터 11 파산을 신청했다. 그러나 구조조정을 통해 파산에서 벗어났다. 파라곤 쉬핑(Paragon Shipping)도 드라이벌크 회사로, 호황기와 드라이벌크 가격의 장기 침체 기간 동안 누적된 막대한 부채 부담 때문에 어려움을 겪어 챕터 11 파산을 신청했다.

◇ 파산이 글로벌 공급망에 미치는 파급효과

해운사 파산은 글로벌 공급망에 즉각적이고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 가장 직접적인 피해는 좌초된 화물이다. 선박 입항이 막히거나 채권자에 의해 체포되면 수십억 달러 상당의 화물이 바다나 터미널에 갇혀 지연되고 화주, 소매업체, 소비자에게 재정적 손실이 발생한다.

시장에서 선적 용량이 제거되면 단기간 용량 부족이 발생하며, 이는 영향을 받는 경로에서 운임이 50% 이상 급증하는 결과를 낳는다. 한진해운 파산 직후 관련 항로의 운임이 급격히 상승하고 국내 기업 물류 대란이 찾아왔다.

해운동맹, 선박 공유 계약 등 복잡한 협력 관계 때문에 파산한 해운회사와 연관된 당사자들 간 법적 분쟁도 확산된다. 이는 관련 당사자에 대한 법적 분쟁으로 이어져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해운업계 관계자들은 "한진해운 파산이 불러온 경제 여파는 컸고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며 "한진해운 점유 물동량 대부분이 머스크 등 해외 선사로 넘어가 한국 해운업에 대한 국제 신임이 크게 떨어졌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해운업계는 용량 저하를 피하기 위해 선단 확장과 실제 수요 사이에서 지속 가능한 솔루션을 찾아야 한다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새로운 선박 건조에 대한 긴 리드 타임 때문에 이는 끊임없는 도전이 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해운회사들이 부채 관리, 건전한 현금 흐름 유지, 시장 침체를 견딜 수 있는 재무 탄력성 구축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새로운 기술 채택, 경로 최적화, 변화하는 무역 패턴에 적응하는 기업의 능력은 장기 생존에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진해운 파산 절차는 2025123일 파산폐지 결정으로 8년 만에 완전히 마무리됐다. 법원에 따르면 회생 및 파산 절차를 통해 파악된 파산채권은 약 35246억 원, 재단채권은 약 6152억 원이었지만, 710개월간 모은 환가하여 모은 금액이 약 4771억 원에 불과해 채권자들에게 배당할 재원이 없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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