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신조선 시장 63% 급감 속 컨테이너선만 '나 홀로' 성장
친환경 기술력과 지정학적 위험 회피 수요 맞물려 한국 '낙점'
친환경 기술력과 지정학적 위험 회피 수요 맞물려 한국 '낙점'

2일(현지시각) 해운 전문매체 리비에라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그리스 선주들은 총 73척의 신규 선박을 발주해 지난해 같은 기간 176척보다 58% 줄었다. 전 세계 신조선 발주량 역시 2024년 상반기 1169척에서 올해 423척으로 63%나 감소하며 하락세를 보였다.
이러한 불황에도 한국 조선소는 그리스 선주들의 가장 중요한 협력사로 굳건히 자리매김했다. 한국은 그리스 전체 발주량의 약 65%를 수주했고, 중국의 점유율은 30%로 급락했으며 일본이 6%로 뒤를 이었다. 미국의 중국산 선박에 대한 항만 요금 부과 정책 등 지정학적 위험을 피하려는 움직임이 한국으로의 쏠림 현상을 가속했다.
선종별로 보면 한국의 약진은 더욱 두드러진다. 유조선 부문에서 한국의 점유율은 지난해 16%에서 올해 72%로 수직 상승했다. 반면 2024년 78%를 차지했던 중국은 28%로 주저앉았다. 컨테이너선 시장의 변화는 더욱 극적이다. 지난해 상반기 중국이 100% 독식했던 시장에서 올해는 한국이 61%를 차지하며 판도를 뒤집었고, 중국은 39%로 밀려났다.
벌크선 시장에서는 일본이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지난해 23%의 점유율을 기록했던 일본은 올해 상반기 그리스 발주 물량 100%를 모두 확보했다. 2024년 77%를 차지했던 중국은 단 한 척도 수주하지 못했다. 가스운반선 시장에서도 한국이 80%를 차지하며 중국을 밀어내고 시장을 주도했다.
◇ 컨테이너선 수요 급증… 친환경·고효율 선박이 대세
선종별 발주 현황을 보면, 컨테이너선이 33척으로 그리스 선주들의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다. 이 물량은 지난해 17척에서 크게 늘어난 것으로, 전 세계적으로도 유일하게 성장을 기록한 선종이다.
엑스클루시브 쉽브로커스의 이리니 디아만타라 애널리스트는 "선주들이 낡은 선박을 퇴출하고 이중 연료 엔진, 대체 추진 기술, 에너지 효율 향상 기술을 갖춘 신조선으로 바꾸고 있다"고 분석했다. IMO 등 국제 환경 규제 강화에 대응하려는 친환경 선박 수요 증가와 더불어, 쓸만한 중고 선박이 부족하고 재판매 가격이 높은 점 역시 신조선 발주를 부추겼다.

◇ 유조선·벌크선·가스선 일제히 '발주 가뭄'
반면, 다른 선종의 발주량은 급감했다. 유조선은 그리스 발주량이 100척에서 32척으로 줄었지만, 발주가 특정 선종에 몰리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수에즈막스(Suezmax)급 유조선 투자가 두드러진다. 디아만타라 애널리스트는 "유조선 운임의 변동성이 크고 신조선가는 높아 선주들이 장기 투자를 망설인다"며 지정학적 긴장과 연료 불확실성도 투자를 위축시키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벌크선 발주는 거의 사라졌다. 그리스 선주 발주량은 지난해 30척에서 올해 단 3척으로 급감했다. 디아만타라 애널리스트는 낮은 운임과 높은 선가, 앞으로의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를 원인으로 꼽았다.
가스운반선 역시 세계 발주량이 158척에서 44척으로, 그리스 발주량은 29척에서 5척으로 대폭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2023~2024년 발주가 급증한 데 따른 자연스러운 조정으로 풀이한다. 디아만타라 애널리스트는 "주요 용선사들이 선별적으로 변했고 장기 계약 없이는 자금 조달이 어려워져 투기성 발주가 줄었다"고 밝혔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