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평화 회복에 모든 당사자와 협력" 발언
양국과 경제 관계 유지하며 균형외교…에너지 안보 우려도
양국과 경제 관계 유지하며 균형외교…에너지 안보 우려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7일 카자흐스탄에서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정상회담 참석 중 "중국은 중동의 평화와 안정을 회복하는 데 건설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 모든 당사자들과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며 분쟁을 조속히 완화하기 위해 모든 당사자들이 노력할 것을 촉구했다.
이번 발언은 이스라엘과 이란이 5일 연속 공습을 주고받으며 중동 지역의 긴장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중국은 자국민들에게 "심각한" 안보 상황을 이유로 "가능한 한 빨리" 두 나라를 떠나라고 경고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주말 동안 이란의 압바스 아라그치 외교부장과 이스라엘의 기드온 사르 외교부장과 각각 전화회담을 가졌다. 왕이 부장은 이스라엘의 공격을 "용납할 수 없는" 국제법 위반이라고 규탄했지만, 동시에 중국이 양측이 이견을 해소할 수 있도록 돕는 데 "건설적인" 역할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중국이 주도하는 상하이협력기구(SCO)도 이란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을 "강력히 규탄"하고 "오로지 평화적, 정치적, 외교적 수단을 통해" 해결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란은 2023년 SCO 정회원으로 가입했다.
궈지아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8일 "휴전과 전투의 종식이 가장 시급한 우선순위"라며 "대화와 협상만이 항구적인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이 모든 당사자와 긴밀한 소통을 유지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상하이 푸단대학교 중동연구센터의 쑨더강 소장은 "중국이 이번에 중동의 분쟁 해결과 위기 관리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의지가 매우 높다고 생각한다"며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 같은 다자간 메커니즘을 활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중재 의지 표명은 양국과의 균형 잡힌 관계에서 비롯된다. 중국은 서방의 제재에 직면한 이란의 중요한 국제 파트너로, 양국은 거의 10년 전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수립했다. 중국은 이란의 주요 무역 상대국이자 수출 시장이다.
동시에 중국은 이스라엘의 두 번째로 큰 무역 상대국이자 주요 수입원이기도 하며, 8년 전 "혁신적인 포괄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이러한 양면적 관계는 중국이 균형외교를 펼치는 배경이 되고 있다.
중국의 중재 노력 배경에는 경제적 이해관계도 크다. 걸프 지역의 불안정은 전 세계 석유 및 가스 수출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호르무즈 해협과 중동 원유의 주요 구매자인 중국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쑨 소장은 "분쟁이 중국에 미치는 가장 큰 영향은 에너지 수입과 공급망 안보에 미칠 수 있다"며 예멘 후티 반군의 공격을 포함한 홍해 전투가 이미 중국 수출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상하이 국제학연구소의 리 웨이지안 연구원은 이스라엘에 대한 국제적 비판이 커지면서 전 세계적인 여론 압력이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분쟁이 지속 불가능하고 어느 쪽도 전면전에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이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국가와 대화해 휴전 합의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중국의 중재 노력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쑨 소장은 미국이 항공모함 USS 니미츠호를 남중국해에서 걸프만으로 이동시키고 이스라엘의 방공망 강화와 추가 탄약 공급을 지원할 가능성을 언급하며 "이러한 배경으로 볼 때 중국이 역할을 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G7 정상회의 참석을 돌연 중단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 후 러시아의 중재 역할 가능성을 시사했으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즉시 이를 거부했다.
트럼프는 앞서 소셜미디어에 950만 명 인구의 테헤란 즉각 대피를 촉구하는 엄중한 경고를 발표하기도 했다.
중국의 중재 노력이 성과를 거둘지는 미·중 경쟁 구도와 지역 내 복잡한 역학 관계, 그리고 당사국들의 정치적 의지에 달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