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에 디지털 위안화 국제 운영센터 설립 계획
"전통 결제시스템 무기화 가능" 비판…위안화 국제화 가속
"전통 결제시스템 무기화 가능" 비판…위안화 국제화 가속

판공셩 중국 인민은행 총재는 이날 상하이에서 열린 루자쭈이 포럼에서 금융업계 임원 및 규제 당국을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 중국이 상하이에 e-CNY 디지털 위안화를 위한 국제 운영센터를 설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판 총재는 "다극화된 국제통화 시스템을 개발하면 주권 통화 국가에 대한 정책 제약을 강화하고, 시스템의 탄력성을 강화하며, 세계 금융 안정성을 더 잘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시스템은 일부 통화가 해당 지역에서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달러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여러 주요 글로벌 통화가 상호 경쟁과 견제와 균형 속에서 공존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는 현재 국제 결제와 외화보유액에서 압도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 달러의 독점적 지위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선언으로 해석된다.
판 총재는 또한 정책 입안자들이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리스크 헤징 도구를 제공하기 위해 상하이에서 위안화 선물 거래를 시작하는 계획도 추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위안화의 국제 금융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거래량을 확대하려는 전략의 일환이다.
특히 판 총재는 기존 국제 결제 시스템의 한계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전통적인 국경 간 결제 인프라는 쉽게 정치화되고 무기화될 수 있으며, 일방적인 제재의 도구로 사용되어 세계 경제 및 금융 질서를 손상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미국이 주도하는 SWIFT(국제은행간통신협회) 시스템을 통한 경제 제재가 러시아, 이란 등에 대해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는 현실을 겨냥한 발언으로 분석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이 러시아를 SWIFT에서 배제하면서 국제 결제 시스템의 정치적 활용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판 총재는 디지털 기술이 전통적인 국경 간 결제시스템의 약점을 드러냈으며, 이는 효율성이 떨어지고 지정학적 위험에 취약하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문제점들이 디지털 위안화와 같은 새로운 결제 수단의 필요성을 부각시키고 있다는 논리다.
이번 발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변덕스러운 관세와 외교 정책으로 달러 자산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훼손된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주의적 정책은 국제사회에서 달러 패권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또한, 스테이블코인을 포함한 암호화폐에 대한 전 세계적인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추진은 새로운 국제 결제 생태계 구축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은 이미 세계 최초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인 디지털 위안화를 상용화했으며, 국내에서 시범 운영을 확대하고 있다. 상하이에 국제 운영센터를 설립하는 것은 이를 국제적으로 확산시키려는 본격적인 전략의 시작점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이번 움직임이 미·중 패권 경쟁의 새로운 전선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통화 패권은 경제적 영향력뿐만 아니라 지정학적 영향력과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다만 위안화가 달러의 지위를 위협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된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24년 4분기 기준 전 세계 외화보유액에서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58% 수준으로 압도적이다.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 국제화 전략이 성공하려면 주요 교역국들의 참여와 기술적 안정성, 그리고 국제사회의 신뢰 확보가 필수적일 것으로 보인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