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55회 파리 에어쇼가 인도 항공기 참사와 이란·이스라엘 간 무력 충돌의 충격 속에 침울한 분위기에서 파리 근교 르부르제 공항에서 16일(이하 현지시각) 개막한 시작됐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세계 최대 항공우주 방산 박람회인 파리 에어쇼는 매 홀수 해 열리며 올해 행사는 20일까지 진행된다. 전투기와 민간 항공기, 무인기까지 각종 항공기가 전시되는 가운데 항공·방산업계 인사들과 정부 관계자, 군사 대표단이 대거 참가해 항공기 주문 계약과 함께 국제 정세를 논의하는 자리로도 주목받는다.
그러나 이번 행사 개막을 앞두고 인도에서 발생한 대형 항공 참사와 중동의 무력 충돌이 항공업계 전반에 충격을 주며 분위기를 가라앉히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지난주 인도에서 에어인디아 소속 보잉 787 항공기가 이륙 직후 추락해 240명 이상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고 이를 계기로 인도 항공당국은 같은 기종에 대한 안전 점검을 지시했다. 로이터는 인도 소식통을 인용해 “현재 조사관들이 엔진, 플랩, 착륙 장치 등을 중심으로 사고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지난 14일 이란과 이스라엘 사이에 미사일 공격이 오가면서 수천 편의 항공편이 취소되거나 우회 비행을 해야 했고 이같은 안보 불안정이 항공업계의 또 다른 불확실성으로 떠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해방의 날’ 관세 정책 또한 업계에 부담을 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2015년 첫 대선 출마 10주년이자 재임 2기인 현재 업계는 다음달 8일로 종료 예정인 관세 유예 조치가 다시 연장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무관세 체제’를 방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로이터는 업계 관계자들을 인용해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은 항공기, 엔진, 부품 수입을 어렵게 하고 글로벌 공급망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고 전했다.
보잉은 이번 에어쇼에 켈리 오트버그 최고경영자(CEO)와 스테파니 포프 민항기 부문 책임자가 불참을 통보하고 공식 일정을 대폭 축소했다. 이는 추락 사고 조사에 집중하기 위한 조치로 행사장 내 보잉 광고물 철거는 시간상 어려워 그대로 전시되고 있다. 르부르제 행사장 내 보잉 샬레 뒤편에는 사우디 신생 항공사 리야드에어의 787 기종이 전시돼 있다.
보잉은 최근 수년간 737 MAX 기종의 잇따른 추락 사고로 기업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은 바 있다. 해당 기종은 이번 참사와는 다른 모델이지만 보잉은 여전히 안전성과 운영체계 전반에 대한 의구심에 직면해 있다.
한편, 유럽의 에어버스는 이번 에어쇼에서 다양한 항공기 계약을 선보일 예정이다. 로이터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폴란드가 자국 국적항공사 LOT에 공급할 약 47대의 A220 기종 도입을 에어버스와 계약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최근 프랑스와 폴란드 간 외교관계가 개선되면서 이뤄지는 첫 대규모 방산 계약이라는 분석이다.
브라질 항공기 제조업체 엠브라에르도 경쟁에 나섰으나 수주에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어버스는 또 말레이시아 저가항공사 에어아시아와의 대규모 계약 협상을 이어가고 있으며 160석 밀집형 A220 기종과 프랫앤휘트니 엔진을 탑재한 신형 스트레치 기종도 선보였다. 이 밖에 사우디 리스업체 아비리스와 리야드에어가 에어버스에 항공기를 추가 주문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잉은 리야드에어 외에 모로코 국영항공사 로열에어모로코의 기단 교체 계획 등 일부 계약을 애초 이번 에어쇼에서 발표하려 했으나 대부분 연기했다. 이는 앞서 트럼프 대통령의 걸프 지역 순방 당시 대규모 사전 계약을 발표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번 에어쇼는 인공지능(AI)과 자율비행 기술 등 차세대 항공기술을 선보일 기회이기도 하다. 각국 방산업체와 우주 산업 관계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상업적 성과뿐 아니라 국방 협력 논의의 장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