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식시장, 최악의 경우 절반 가까이 떨어질 수도

이스라엘은 지난 13일 이란 핵시설과 군사기지에 대규모 공습을 감행했다. 이어 이란이 보복 공격에 나서면서 중동 정세가 급격히 악화했다. 미국 회계감사원(GAO)은 2023년 연구에서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 전 세계 원유 유통량의 20%가 차질을 빚으면서 유가가 배럴당 3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JP모건 등 시장에서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 유가가 배럴당 13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해 기관별로 유가 상승폭에 대한 전망이 다르다.
바클레이스 분석가 아마르프리트 싱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막으면 에너지 시장에 큰 충격이 온다"고 말했다. 실제 1973년 석유파동 때도 유가가 네 배 오른 바 있다. 이번 사태가 길어지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더 커질 수 있다.
금융시장은 처음 충격에서 빠르게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JP모건 분석가 크리스티안 케르는 "주가가 크게 떨어질 위험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최악의 경우 미국 주식시장이 30~50% 떨어질 수 있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S&P500 지수가 56.8% 하락한 사례에 근접하는 수준이다.
이란은 이스라엘뿐 아니라 미국도 공격 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란은 중동 지역 석유 시설과 미군 기지를 공격할 수 있다고 반복해 밝혔다. 극초음속 미사일 등으로 석유 인프라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실제로 이란은 과거 사우디아라비아 아브카이크-쿠라이스 시설 공격을 지원한 바 있다.
미국 내에서도 이란 잠복 테러리스트 세포가 활동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FBI는 이란 지시에 따라 미국 내에서 테러 공격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계하고 있다. 경제적으로 중요한 인프라가 표적이 될 수 있다는 걱정이 증권가에서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에서는 투자자들이 자산 구성에서 위험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스트라티지크 자산 구성 계획 책임 분석가 린지 그램은 "채권 비중을 늘리고, 에너지와 방산, 금 등 안전자산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해운과 대체 에너지 관련 기업 주식이 수혜를 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책임 경제학자 라이언 스위트는 "원유가 10달러 오를 때마다 물가상승률이 0.5%포인트씩 오른다"고 계산했다. 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더 오랫동안 높게 유지할 수밖에 없음을 의미해 주식시장에 추가 부담이 될 수 있다.
월스트리트 여러 전략팀은 "미국 주식 매도 비중을 늘리고, 지정학적 위험을 피할 수 있는 상품에 투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기존 60:40(주식:채권) 자산 구성에서 벗어나는 것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번 위기가 길어지면 세계 경제성장률이 0.5~1.0%포인트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번 이스라엘-이란 갈등은 단순한 지역 분쟁을 넘어 세계 경제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대한 사건으로 평가된다. 시장은 처음 위험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지적이 증권가와 금융권 안팎에서 나온다. 투자자들은 자산 구성에서 위험을 줄이고, 지정학적 혼란에서 이익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찾는 것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