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도 못 돌리는 공장...'독점' 노린 BYD의 출혈경쟁 심화
정부 개입은 역부족, 딜러망 붕괴 현실로…'생존 전쟁' 돌입
정부 개입은 역부족, 딜러망 붕괴 현실로…'생존 전쟁' 돌입

정부가 시장 선도업체인 비야디(BYD)의 가격 인하가 출혈 경쟁으로 번지는 것을 막으려 힘쓰고 있지만, 분석가들은 수요 둔화와 극심한 과잉 생산 문제가 맞물려 건실한 브랜드의 수익성마저 훼손하고, 경쟁력이 약한 업체들은 시장에서 퇴출당할 것으로 본다. 실제로 지난해 중국 자동차 산업의 평균 가동률은 49.5%에 그쳐, 사실상 절반이 넘는 생산 라인이 멈춰 서 있는 셈이다.
중국 정부는 "과당 경쟁"이라며 업계의 자성을 촉구하고 지난주 주요 브랜드 대표들을 베이징으로 소환하는 등 파장을 줄이려 나섰다. 그러나 과거의 개입 시도가 별다른 성공을 거두지 못했던 만큼 시장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단기적으로 대부분의 자동차 제조사가 상처를 피하기 어렵다는 비관론이 우세하다. 업계 재편의 최대 수혜자로 꼽히던 BYD조차 5월 말 주가 고점 대비 시가총액 215억 달러(약 29조 원)가 증발해 위기감을 드러냈다.
◇ 끝없는 할인 경쟁… 업계·소비자 모두 ‘위험 신호’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존 머피 선임 자동차 분석가는 "수요 부족과 극심한 가격 인하가 동시에 벌어지는 중국의 상황은 매우 우려스럽다"며, "과잉 생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대규모 구조조정(통합)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끝없는 할인 경쟁은 자동차 제조사의 이윤을 잠식하고 브랜드 가치를 훼손하며, 재무 구조가 탄탄한 기업마저 지속 불가능한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저가·저품질 제품의 난립이 세계 무대에서 겨우 인정받기 시작한 '메이드 인 차이나' 자동차의 국제적 명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소비자 역시 단기적인 가격 인하 혜택 이면의 위험에 놓인다. 예측 불가능한 가격 정책은 장기적인 신뢰를 무너뜨린다. 중국 소셜 미디어에는 "다음 주에 더 싸질지도 모르는데 왜 지금 차를 사야 하나"라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생존을 위해 비용 절감에 내몰린 업체들이 품질, 안전, 사후 관리(AS)에 대한 투자를 줄일 수 있다는 걱정도 커지고 있다.
◇ '독점' 노리는 BYD... 가격 전쟁의 주범으로 지목
최근 소집된 회의에서 중국 당국은 자동차 업계 CEO들에게 "자율적으로 규제"하고, 원가 이하 판매나 비상식적인 할인 경쟁을 중단하라고 경고했다. 이 자리에서는 판매 실적을 부풀리고 재고를 소진하기 위한 편법으로 지적된 '주행거리 0km' 신차의 중고차 시장 판매 문제도 거론됐다.
특히 중국 토종 업체들은 외국계 경쟁사에 비해 훨씬 공격적인 할인 정책을 펼치고 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머피 분석가는 "미국 자동차 업체들은 중국 시장에서 철수해야 한다"고까지 강경하게 말했다.
많은 전문가는 이번 가격 전쟁을 BYD가 주도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JSC 오토모티브의 요헨 지베르트 대표는 "업계 최대 기업이 이 사태를 주도하고 있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라며 "BYD는 사실상 다른 모든 경쟁자가 포기하는 완전한 독점 체제를 원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BYD의 공격적인 전략이 덤핑 판매, 대리점 관리 부실, 부품 공급업체 쥐어짜기 같은 심각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
◇ 수출길도 막막… 탈출구 없는 과잉 생산
가격 혼란의 근본적인 배경에는 심각한 과잉 생산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알릭스파트너스 역시 4월 보고서에서 신에너지차(순수 전기차 및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장의 경쟁이 극도로 치열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한 해에만 16개의 신에너지차 브랜드가 시장에서 퇴출되고 13개의 브랜드가 새로 진입하며 사상 첫 '브랜드 구조조정'이 현실이 됐다.
글로벌 컨설팅사 롤랜드버거의 론 정 파트너는 "중국 자동차 시장의 성장 속도가 둔화하면서, 이제는 시장 점유율을 더 많이 뺏어오는 것이 기업의 최우선 과제가 됐다"고 설명했다.
과잉 생산 물량을 해소하려고 중국 업체들이 수출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해외 시장의 문도 넓지 않다. 요헨 지베르트 대표는 "미국 시장은 사실상 닫혔고, 일본과 한국도 중국 차의 공세가 거세지면 곧 문을 닫을 수 있다"며, "지난해 최대 수출 시장이던 러시아도 상황이 어려워졌고, 동남아시아 역시 더는 기회의 땅이 아니다"라고 어두운 전망을 내놓았다.
◇ 공급망 부실에 딜러 파산까지…위기, 업계 전반으로 확산
비용 절감 압박은 공급망 금융 위험으로도 번지고 있다. 지난해 말 BYD가 한 부품사에 요구한 단가 인하는 BYD가 공급망 금융을 이용해 불어나는 부채를 숨기고 있다는 의혹을 낳았다. 회계 컨설팅 업체 GMT 리서치는 보고서에서 BYD의 실제 순부채가 공식 장부상의 277억 위안(약 5조 2613억 원)이 아닌, 3230억 위안(약 61조 3506억 원)에 이를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이 고통은 판매 최전선인 딜러십 네트워크 붕괴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월 이후 두 개 성(省)에서 BYD 자동차를 판매하던 딜러 그룹이 연이어 파산했다.
정부의 개입이 처음은 아니다. 2년 전인 2023년 중반, 중국자동차공업협회(CAAM)의 주관 아래 테슬라, BYD, 지리 등 16개 주요 업체가 '비정상적 가격 경쟁'을 자제하겠다는 협약에 서명했다. 그러나 불과 며칠 만에 CAAM은 해당 서약의 가격 관련 조항이 독점금지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며 스스로 약속을 깨는 일도 있었다.
BYD의 공격적인 가격 인하 정책이 촉발한 중국 전기차 시장의 위기는 대규모 구조조정과 경쟁 심화, 수익성 악화, 공급망과 딜러망 붕괴 등 복합적인 위험으로 번지고 있다. 정부의 개입도 한계에 부딪힌 상황에서, 업계 전반에 걸쳐 '생존 전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