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지난달 기준으로 소비 회복과 제조업 둔화가 엇갈리는 경제 지표를 내놨다.
16일(현지시각) AP통신에 따르면 중국 국가통계국은 5월 소매판매가 전년 동월 대비 6.4% 증가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관세 인상으로 해외 수출이 타격을 입은 가운데 중국 내 소비가 주요 온라인 쇼핑 축제와 정부 보조금 정책에 힘입어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 행사인 ‘6·18 쇼핑 페스티벌’이 5월부터 조기 시작되며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대규모 할인에 나선 것도 소비자 지출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JD닷컴의 창립일(1998년 6월 18일)을 기념해 시작된 이 행사는 최근 가전제품, 자동차, 생필품 등에 대한 교체 구매를 촉진하기 위한 정부의 보조금 정책과 맞물리며 소비 진작 효과를 키웠다.
그러나 공장 생산은 하락세로 돌아섰다. 5월 제조업 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 5.8% 증가해, 4월의 6.1%와 3월의 7.7%에서 점차 둔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부과한 대중 관세가 현실화된 데 따른 영향으로 분석된다. 앞서 중국은 미국으로의 수출이 5월 한 달 동안 1년 전보다 35% 급감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반면 전체 수출은 4.8% 증가했지만 이는 4월의 8.1% 상승폭에 비해 크게 낮은 수치다.
중국 ING이코노믹스의 린 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5월의 데이터는 긍정적인 신호지만, 보다 지속적인 소비 회복을 위해서는 소비자 신뢰 회복이 필요하다”며 “현재 신뢰 수준은 여전히 역사적 평균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내수 소비가 살아나는 반면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침체 상태다. 1~5월 부동산 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10.7% 감소했고 대부분 도시의 주택 가격도 소폭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은 중국 가계의 주요 자산으로 이같은 침체는 소비 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설비 투자도 기대에 못 미쳤다. 1~5월 고정자산투자는 전년보다 3.7% 늘어나는 데 그쳤다. 특히 공장 설비와 인프라 투자의 증가세가 둔화한 점이 눈에 띈다.
소비자물가지수(CPI)도 하락세를 보였다. 5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0.1% 떨어졌고, 전달과 비교하면 0.2% 하락했다. 이는 디플레이션 우려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중국과 미국은 현재 무역협정을 두고 협상을 이어가고 있으며 추가 관세 부과 여부에 대한 결론은 다음달 10일까지 나올 전망이다. 자오춘 황 캐피털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관세가 당분간 높은 수준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고 수출업체들이 구조적인 제약에 직면하면서 연말로 갈수록 수출 증가세는 더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