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 中 체리차에 46 원통형 배터리 공급…최소 1조원 규모

LG에너지솔루션이 중국 5대 자동차 제조사 중 하나인 체리자동차에 46시리즈(지름 46mm) 원통형 배터리를 최소 1조원 규모로 공급한다. 국내 배터리 셀 제조업체 중 중국 완성차 업체에 원통형 배터리를 공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자국 업체의 배터리를 사용해 온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기술력과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한 한국 배터리 업체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6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체리자동차와 6년간 총 8기가와트시(GWh) 규모의 46시리즈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내년 초부터 본격 공급을 시작하고 체리자동차의 주력 전기차 모델에 탑재될 예정이다. 유럽 시장을 겨냥한 전기차에 신규 배터리가 들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8GWh는 약 12만대의 전기차에 장착할 수 있는 규모다. 구체적인 계약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는 계약 규모와 기간 등을 고려했을 때 최소 1조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46시리즈 배터리는 기존 원통형 배터리 대비 에너지 용량과 출력이 최소 5배 이상 높고, 생산 효율성이 뛰어나 전기차의 주행거리와 성능을 대폭 향상시킬 수 있다. 빠른 충·방전 속도와 우수한 열 관리 성능을 갖춰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국내 배터리 회사 중 중국 완성차 업체에 대규모로 원통형 배터리를 공급하는 것은 LG에너지솔루션이 처음이다. 통상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CATL, BYD 등 자국 기업의 배터리를 주로 사용한다. 이는 중국이 자국 배터리 산업 육성을 위해 자국 기업 제품 사용을 장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이번 수주가 LG에너지솔루션의 우수한 기술력과 안정적인 양산 능력이 인정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계약은 리튬인산철(LFP) 대비 저온 환경에서 출력과 충전 효율이 우수하고 높은 에너지 용량을 바탕으로 주행거리 면에서 강점이 있는 LG에너지솔루션의 독자적인 삼원계(NCM) 46시리즈 솔루션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46시리즈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이어가며 글로벌 주요 완성차 업체들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과 대규모 46시리즈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초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배터리 산업 전문 전시회 인터배터리에서 신규 원통형 배터리 46시리즈와 원통형 배터리 성능을 더욱 극대화하고 안전성을 강화한 배터리 모듈·팩 솔루션 등을 선보이기도 했다.

김동명 사장은 "독보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대체 불가능한 차별화된 고객 가치만이 전기차 시장의 캐즘을 극복하고, 다가올 슈퍼사이클을 지배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며 "체리자동차와의 이번 공급 계약은 상당히 큰 의미를 가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 계기로 신규 폼팩터인 46시리즈 수주를 전 세계 시장으로 더욱 확대해, 압도적인 시장 우위를 선점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김정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h13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