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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G7 정상회의] 트럼프 복귀 후 첫 G7…전 세계 '연대의 시험대' 올랐다

지난 2018년 6월 9일(현지시각) 캐나다 퀘벡주 샤를부아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운데)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탁자에 손을 짚고 선 채로 논쟁을 하고 있다. 이 장면은 G7 역사상 가장 상징적인 장면으로 남아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018년 6월 9일(현지시각) 캐나다 퀘벡주 샤를부아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운데)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탁자에 손을 짚고 선 채로 논쟁을 하고 있다. 이 장면은 G7 역사상 가장 상징적인 장면으로 남아 있다. 사진=로이터
16일(현지 시각) 캐나다 앨버타주 캐내내스키스에서 제51차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는 가운데 막을 올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백악관 재입성 후 첫 주요 외교무대이자 이란과 이스라엘의 전면 충돌 가능성과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인공지능 기술 경쟁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국제 질서의 격변 속에서 치러지는 이번 G7 정상회의는 단순한 외교 이벤트를 넘어선 '세계 리더십의 바로미터'로 주목받고 있다.

G7 정상 간 공동성명은 사전에 무산됐고 미국과의 거리 재조정에 나선 동맹국들, 캐나다의 중재 외교, 비회원국 초청 외교의 확장, 우크라이나와 이란 문제를 둘러싼 미묘한 입장 차 그리고 G7 첫 무대를 밟는 신임 정상들의 복합적 셈법까지 동맹국 간 신뢰와 연대는 시험대에 올랐다.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이 회담이 상징하는 바는 단순한 외교적 제스처를 넘어선 다자체제의 향방과 국제 질서 재편의 분수령이라는 지적이다.

◇ 트럼프 복귀 이후 첫 G7…"2018년 데자뷔?"


이번 정상회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재선 이후 첫 다자외교 무대라는 점에서 지난 2018년 캐나다 퀘벡 샤를부아에서 있었던 악명 높은 회담의 재현이 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출발했다. 당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이 날 선 대치를 벌인 장면은 여전히 G7 역사상 가장 상징적인 장면으로 회자된다.

◇ 공동성명 없는 회담…협력보단 개별선언 중심


이번 회담은 시작 전부터 공동성명 채택이 무산됐다. 개최국 캐나다의 마크 카니 총리는 산불 대응, 핵심 광물, 우크라이나 재건 등 주제별로 간략한 공동 메시지를 내는 방식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기조 변화와 미국 중심 질서의 재편 움직임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하며 G7 내 동맹국 간 거리감이 커졌음을 반영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 무역·안보 쟁점…트럼프는 '성과', 카니는 '연대' 원해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과 에너지, AI 경쟁력 등을 핵심 의제로 내세우며 캐나다, 일본, 멕시코 등과의 양자회담을 통해 개별 합의를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백악관조차 이번 회담에서 일본과의 무역합의는 어려울 것이라며 기대치를 낮추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달 9일 이후 일부 국가에 관세를 재부과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무역 압박 기조는 계속될 전망이다.

이에 맞서 카니 총리는 협력 중심의 정상회담을 지향하며 한국, 인도, 호주,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비회원국 정상들을 초청했다. 특히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시크교 분리주의자 암살 사건 이후 처음으로 양국 관계 회복 가능성을 타진하며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캐나다 내 시크교계는 이번 초청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 젤렌스키도 참여…우크라이나 문제 '분기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회의 이틀째인 17일 G7 무대에 직접 참석해 러시아산 에너지 수출에 500% 관세를 부과하는 제재 패키지를 요청할 예정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러시아에도, 우크라이나에도 실망했다"는 발언을 통해 중립 기조를 강조한 바 있어 미국의 대러 전략이 회의 최대의 불확실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여전히 공동 제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 이란-이스라엘 긴장 고조…의제 전면 재편


이번 회담은 원래 세계 경제와 안보 중심의 간결한 의제로 구성될 예정이었으나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공습 이후 긴급하게 이란-이스라엘 사태가 주요 현안으로 부상했다. BBC는 "카니 총리의 리더십이 이번 중동 위기 대응과 연계돼 시험대에 올랐다"며 회담 구조 자체가 전면 재조정됐다고 분석했다.

◇ 트럼프의 그림자…회담 자체가 시험대


파이낸셜타임스는 캐나다 정부 고위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이번 회담은 고질라를 위한 레드카펫을 까는 것 같다"고 전했다. 공동 대응보다는 트럼프 대통령이라는 불확실성이 회의 전체를 규정짓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G7 회의보다는 반이민 시위 진압, 워싱턴 군사 퍼레이드, 이란 대응 등 자국 내 정치 사안에 집중하고 있으며 회의장에서는 '양보 없는 미국'을 보여주는 데 더 집중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 첫 무대 오른 정상들…연대냐 균열이냐


이번 G7은 트럼프 대통령뿐 아니라 마크 카니 총리,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그리고 이재명 한국 대통령 등 새로운 리더들이 처음으로 함께하는 무대이기도 하다.

존 커턴 토론토대 G7연구소장은 “복수의 전선 위기와 신규 정상들의 등장이라는 이중의 도전이 연대를 흔들 수 있다”고 평가했다. G7은 이제 더 이상 '서방 선진국의 클럽'이라는 기존 이미지만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 회의는 동맹과 이념의 구심력보다 각국 정상의 외교 전략이 부딪히는 현실 정치의 장으로 작동할 것으로 보인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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