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관세 회피 위해 동남아에서 아프리카로 생산기지 이동
수에즈 운하 경제특구 중심으로 투자 급증, 토지값 급등 현상
수에즈 운하 경제특구 중심으로 투자 급증, 토지값 급등 현상

카이로의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지아하오(26)는 "과거 중국인 관광객들이 주 고객이었지만, 올 봄부터 중국과 동남아시아 전역에서 온 공장 소유주들이 일주일씩 머물며 현지 공무원과 만나고 투자 협상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변화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대해 14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동남아시아산 수입품에 최대 49%의 상호적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가속화됐다. 비록 워싱턴이 이후 중국 관세를 30%로 되돌리고 상호적 관세를 동결했지만,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여름 전에 다시 발효될 예정이다.
이집트는 지난 4월 겨우 10%의 기본 관세만 부과받았으며, 미국과 무역 적자를 기록하고 있어 향후 관세 대상이 될 가능성이 낮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3월 이집트 비즈니스 협회는 6000만 달러 규모의 신규 중국 투자 계약 10건을 발표했으며, 대부분이 수에즈 운하 경제특구(SCZone)에 집중된 산업 프로젝트였다.
중국 공식 통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이집트에 대한 중국의 외국인 직접투자액은 총 12억9000만 달러에 달한다. 현재 2500개 이상의 중국 기업이 이집트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통신업체 ZTE, 전자기기 제조업체 OPPO, 자동차 회사 GAC Motor 등이 포함된다.
카이로 외곽에서 오토바이 부품 조립 공장 5개를 운영하는 황핑은 "몇 년 전까지는 한 달에 한 번 새로 도착한 중국인을 위한 환영 만찬을 열었지만, 이제는 거의 매일 대표단이 방문한다"며 "기업인뿐만 아니라 중국 정부 관리들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신규 이민자 중 절반 이상이 캄보디아, 태국, 미얀마, 라오스에 기존 공장을 보유한 동남아시아 사업주들이라고 황핑은 덧붙였다.
이집트의 낮은 인건비도 매력 요소다. 황핑에 따르면, 이집트 공장의 임금은 월 100~150달러에 불과해 동남아시아 제조업체가 지불하는 금액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이러한 비용 우위는 섬유산업 붐을 촉발했다. 이집트 의류 수출 위원회에 따르면 2025년 첫 4개월간 이집트의 의류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한 10억 달러를 넘어섰다.
중국의 대표적인 섬유회사 저장성 캐디 인더스트리는 올해 초 4500개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하는 1억 달러 규모의 공장을 이집트에 설립했다.
알렉산드리아 중국 상공회의소 회장 딩용은 "이집트의 균형 잡힌 외교 정책이 중국 기업 유치에 성공한 큰 요인"이라며 "미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상대적으로 균형 잡힌 무역 위치를 갖고 있어 관세 단속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급격한 자본 유입으로 지역 인프라에 압박이 가해지고 있다. SCZone과 인근 이스마일리아에서 산업 용지 부족 현상이 나타나며 토지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토목 기사 저우공에 따르면, 주요 경제구역의 공장 임대료는 지난 6개월간 두 배 이상 올랐다. 중국 대형 브랜드들의 진출로 기존 소규모 업체들도 압박을 받고 있어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점점 분열되는 세계 무역 지도에서 이집트가 중국 수출업체들에 중요한 생명줄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