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팔 전투기 추가 확보로 공군력 강화…핵심 기술 이전 여부가 관건
중국 J-10C 도입설도 변수...서방 의존도 낮추고 협상력 높이려는 다각적 포석?
중국 J-10C 도입설도 변수...서방 의존도 낮추고 협상력 높이려는 다각적 포석?

국방 정보 웹사이트 택티컬 리포트에 따르면 이 협상이 성사되면 이집트 공군력이 크게 강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집트나 프랑스 양국은 아직 이 협상을 공식 확인하지 않았지만, 특정 항공기 부품을 이집트에서 생산할 수 있도록 하는 전례 없는 기술 이전 합의도 논의 대상에 포함됐다고 한다.
특히 이번 협상 추진은 이집트가 중국산 청두 J-10C 전투기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는 온라인 소문이 퍼지는 가운데 알려져 주목받고 있다. 이집트의 이러한 움직임은 전략상 우선순위와 서방, 동구권 군사 장비 공급선 사이에서 펼치는 복잡한 균형 외교에 대한 궁금증을 더한다.
아직 구체적인 합의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이번 움직임은 낡은 기존 전투기를 현대화하고 불안정한 중동 지역 안에서 전략상 자율성을 확보하려는 이집트의 뜻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 라팔, 검증된 다목적 전투기의 성능
프랑스 다쏘 항공이 개발한 라팔은 쌍발 엔진 다목적 전투기로, 현대 공중전 기술의 핵심으로 꼽힌다. 스네크마 M88-2 터보팬 엔진 2기를 장착해 최고 마하 1.8의 속도를 낼 수 있으며, 전투 반경은 1850km를 넘는다.
라팔의 첨단 RBE2-AA 능동전자주사배열(AESA) 레이더는 뛰어난 표적 탐지, 추적 능력을 제공하며, 스펙트라 통합전자전시스템은 레이더 경보 수신기, 전파 교란기, 기만탄 발사기 등을 통해 360도 모든 방향의 위협 탐지, 대응이 가능하다. 14개 외부 무장 장착점에는 9톤 넘는 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데, 여기에는 사거리 150km 이상인 MBDA 미티어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 미카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 장거리 정밀 타격용 스칼프 순항 미사일, AASM 해머 정밀 유도 폭탄 등이 포함된다.
여러 임무 수행이 가능하도록 설계한 라팔은 제공권 장악, 정찰, 지상 지원, 대함 공격은 물론 핵 타격 임무까지 수행할 수 있다. 2001년 실전 배치된 뒤 아프가니스탄, 리비아, 말리, 시리아 등에서 프랑스군 소속으로 작전에 투입돼 주로 반군 거점 등을 정밀 타격하는 임무를 맡았다.
◇ 이집트의 라팔 운용과 기술 이전의 의미
중동 지역에서 손꼽히는 규모를 자랑하는 이집트 공군은 이미 라팔 전투기 54대를 운용하고 있다. 2015년 24대, 2021년 30대 등 두 차례 계약을 통해 도입한 물량이다. 이들 라팔 전투기는 게벨 엘-바수르 공군기지에 주둔한 제203 전술전투비행단이 운용하며 이집트 국방 전략의 핵심 자산으로 활용한다.
실제로 2017년 5월, 이집트 공군 라팔 전투기들은 리비아 안의 이슬람 국가(IS) 근거지를 공습하는 공격 편대를 성공적으로 호위하며 뛰어난 작전 능력을 증명했다. 군사 전문매체 아미 레커그니션에 따르면, 이집트 공군은 2023년 3월까지 라팔 전투기로 총 1만 비행시간을 돌파했는데, 이는 라팔 전투기 도입국 가운데 첫 기록이다.
택티컬 리포트가 언급한 이번 추가 도입 협상이 타결되면 이집트 공군의 라팔 편대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나, 구체적인 도입 물량은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특히 이번 협상에 기술 이전 항목이 포함된 것은 매우 중요한 변화로 평가한다. 기술 이전이 성사되면 이집트는 기체 일부나 전자 부품 등을 자국 안에서 생산할 수 있게 돼, 길게 볼 때 프랑스에 대한 정비, 지원 의존도를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지 생산 가능성은 이번 협상의 핵심 쟁점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이집트는 과거부터 군수품 공급망 다변화와 해외 의존도 줄이기를 꾸준히 추진해왔는데, 이러한 전략은 지정학상 제약과 과거 특정 국가에서 무기 도입이 좌절됐던 경험에서 비롯했다.
한 예로 2024년 영국 채텀하우스 보고서를 보면, 이집트의 주요 방산 협력국인 미국은 이스라엘의 '질적 군사 우위(QME)' 확보를 이유로 AIM-120 암람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 같은 첨단 무기의 이집트 판매를 제한해왔다. 프랑스 역시 2021년 이집트에 라팔 전투기를 판매하면서 미티어 공대공 미사일 대신 사거리가 짧은 미카 미사일을 제공했다고 알려졌다.
이러한 제약 조건들은 이집트가 다른 공급선을 찾고 자체 방산 역량을 강화하는 기회가 됐다. 프랑스와 기술 이전 계약은 이집트가 라팔 전투기를 자체적으로 유지·보수하고 앞으로 성능 개량까지 추진할 수 있는 기술 토대를 마련함으로써, 역내 불안정 속에서 군사 자립도를 높이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 중국 J-10C 부상, 매력적 대안인가 지렛대인가
이집트의 전투기 도입 전략을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변수는 중국산 J-10C '비거러스 드래곤' 전투기 도입 검토설이다. 청두항공기공업그룹이 개발한 4.5세대 다목적 전투기인 J-10C 도입설은 온라인을 중심으로 꾸준히 나온다.
이러한 주장은 2024년 9월 이집트 국제 에어쇼에 J-10C 실물 기체가 전시되고, 2025년 4월 이집트와 중국이 실시한 '문명의 독수리 2025' 연합 공군 훈련 때 이집트 조종사가 J-10S 복좌형 훈련기에 탄 모습이 포착되면서 더욱 퍼졌다고 항공 전문매체 에어로 뉴스 저널이 보도했다.
중국 국방부는 2025년 3월 J-10C의 이집트 판매설을 공식 부인했다. 군사 전문매체 밀리터리 아프리카에 따르면, 우첸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관련 보도를 "완전히 허위 사실"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부인에도 이집트의 브릭스 가입, 2024년 마흐무드 압델-가와드 이집트 공군 중장과 중국 공군 수뇌부의 만남 등이 이어지면서 J-10C 도입설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중국산 WS-10B 터보팬 엔진을 장착한 J-10C는 최고 마하 1.8의 속력을 낼 수 있으며, 외부 연료탱크를 달 경우 작전반경이 약 2000km에 이른다고 알려졌다. KLJ-10 레이더의 개량형으로 추정하는 AESA 레이더는 여러 표적을 동시에 추적할 수 있으며, 주력 무장으로는 수출형 기준 사거리 150km의 PL-15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과 첨단 적외선 유도 기능을 갖춘 PL-10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 등을 운용한다. J-10C는 다이버터리스 초음속 흡입구(DSI)와 레이더 전파 흡수 소재(RAM)를 적용해 레이더 반사 면적(RCS)을 줄였지만, 미국의 F-35 같은 5세대 스텔스 전투기 수준의 은밀성은 갖추지 못했다고 평가한다.
가격 경쟁력은 J-10C의 장점이다. 2022년 시장조사기관 글로벌데이터 보고서를 보면 J-10C의 대당 가격은 4000만~5000만 달러(약 547억~684억 원) 수준으로, 1억 달러(약 1368억 원)에 이르는 라팔의 절반에 불과하다. J-10C의 유일한 해외 운용국인 파키스탄은 인도의 라팔 도입에 맞서 2022년 J-10C 25대를 도입해 그 경쟁력을 증명했다.
특히 2025년 5월 인도-파키스탄 사이 공중 충돌에서 J-10C가 거뒀다고 알려진 전과는 J-10C의 가치를 더욱 높였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파키스탄 쪽은 PL-15 미사일로 무장한 자국 J-10C 전투기가 적어도 인도 공군 라팔 전투기 1대를 격추했다고 주장했다. 인도는 교전 손실을 인정하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위키피디아에 인용된 미국 정보 소식통은 당시 교전에서 J-10C가 라팔 1대를 포함해 최소 인도 전투기 2대를 격추한 것에 대해 "높은 확신"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관영 매체를 통해 퍼진 이러한 미확인 전과들은 J-10C가 서방제 전투기를 상대로 어느 정도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을 일으켰다. 일부 군사분석가들은 J-10C에 탑재한 KG300G 또는 KG600 전자전 포드가 라팔의 스펙트라 통합전자전시스템을 교란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는 격추된 기체의 잔해나 교신 기록 같은 구체적인 증거가 없어 이러한 주장은 아직 추측 단계에 머문다고 지적했다.

◇ 이집트의 고심: 공군 현대화와 지정학적 선택
이집트가 J-10C 도입에 실제로 관심을 보인다면, 서방 국가들의 무기 판매 제한과 러시아제 무기의 공급망 불안정 문제에 따른 위험을 분산시키려는 다변화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유라시안타임스에 따르면 이집트 공군은 현재 미국산 F-16 200대 넘게, 러시아산 MiG-29M/M2 전투기 46대를 운용하고 있다. Su-35 전투기 도입 계약은 미국의 압력과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때문에 결국 취소됐다.
1980년대 도입한 F-16은 현대의 장거리 교전 능력이 부족하고, MiG-29는 서방 제재 때문에 부품 수급, 유지보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형편에서 J-10C는 상대적으로 값싸고 정치 부담이 적다는 점에서 매력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J-10C를 기존의 라팔, F-16, MiG-29 등 다양한 기종과 함께 운용하면 통신 규약, 정비 필요, 무기체계 등의 차이로 군수 지원에 상당한 어려움이 생길 수 있으며, 그 결과 전투력 통합을 저해할 수도 있다.
라팔 추가 도입설과 J-10C 도입 검토설은 이집트의 복잡한 전략적 계산을 반영한다. 이집트가 프랑스와 협상에서 유리한 조건을 얻어내고자 중국과 J-10C 협상을 일종의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나온다. 이러한 접근은 과거 여러 공급선을 경쟁시켜 이익을 극대화해 온 이집트의 전통적 협상 방식과 맥을 같이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낡은 F-16 대체용으로 가격 대비 성능이 우수한 J-10C를 고려하면서, 동시에 복잡한 고강도 임무 수행을 위해 라팔 추가 도입을 추진하는 것일 수도 있다. 특히 라팔 협상에 포함된 기술 이전 논의는 이집트가 라팔의 검증된 실전 능력과 기존 운용 경험을 바탕으로 프랑스와 길고 전략 차원의 동반자 관계를 바라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중국산 전투기로 바꾸면 서방과 관계에 부담을 줄 수도 있다. 2013년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 축출 뒤 미국이 이집트에 대한 군사 원조를 멈췄던 사례에서 보듯, 서방의 제재 가능성을 완전히 빼기는 어렵다.
이집트 공군은 1967년 제3차 중동전쟁(6일 전쟁) 때 이스라엘의 기습 공습으로 전쟁 초반 공군력 대부분을 잃었던 쓰라린 경험을 안고 있다. 이후 이집트는 시나이반도 안의 무장세력 소탕, 리비아, 수단 등 이웃 나라와 긴장 상태를 포함한 다양한 역내 위협에 맞서기 위해 공군력 강화를 가장 앞선 과제로 삼아왔다.
라팔 전투기는 이미 시나이반도 작전 등에서 정밀 타격 능력을 선보이며 이집트 공군력 강화에 이바지했다. 만약 J-10C까지 도입한다면, 방공과 지상 공격 임무에 투입할 수 있는 상대적으로 가볍고 저렴한 전투기로서 기존 전력을 보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집트 안에서 운용 신뢰성이 아직 검증되지 않았고, 파키스탄 말고는 도입 국가가 없어 실전에서 검증된 라팔에 비해 장기 운용 성능에 대한 걱정도 나온다.
이집트의 최종 선택은 지정학으로도 큰 물결을 일으킬 수 있다. 이스라엘 매체 느지브에 따르면, 최신 F-35I '아디르' 스텔스 전투기를 운용하는 이스라엘은 이집트가 PL-15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로 무장한 J-10C를 도입하면 자국의 공중 우위가 도전받을 수 있다며 경계심을 나타내고 있다. 성능 개량한 F-16을 운용하는 튀르키예와 Su-30 전투기를 보유한 알제리 등 역내 국가들의 공군력 역시 이집트의 현대화 노력을 더욱 절실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프랑스와 동반자 관계 강화는 유럽 핵심 동맹국과 관계를 굳건히 하는 기회가 될 수 있으며, 중국과 협력은 이집트의 브릭스 회원국 자격, 아프리카 대륙에서 커지는 중국의 영향력과 흐름을 같이한다. 그러나 중국산 무기 도입은 해마다 13억 달러(약 1조 7784억 원) 규모의 군사 지원을 제공하는 미국과 관계에 긴장을 일으킬 수 있다고 채텀하우스는 지적했다. 과거 이집트의 Su-35 도입 시도 때 불거졌던 것처럼, 러시아나 중국에서 무기를 구매하는 국가에 대해 미국이 부과하는 '적대세력통한제재법(CAATSA·카트사)' 적용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최근에는 이집트가 한국산 FA-50 경공격기 도입을 추진 중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군사 전문매체 모니터에 따르면 이집트는 FA-50 100대 도입과 현지 생산 가능성을 두고 협상 중이라고 알려졌다. 대당 가격이 약 3000만 달러(약 410억 원)인 FA-50은 이스라엘제 EL/M-2032 레이더를 탑재하고 방공, 경공격 임무 수행이 가능해, J-10C나 라팔보다 값싼 대안으로 꼽힌다.
지난 4월 보도한 이 내용은 이집트가 중국이나 프랑스 어느 한쪽에 모든 것을 걸기보다는 군수입선 다변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FA-50이 서방제 무기체계와 호환성이 높다는 점은 기존 F-16과 통합 운용을 쉽게 할 수 있지만, 경공격기로서 한계 때문에 라팔이 맡아야 할 고강도 위협 대응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이집트의 첨단 전투기 확보 노력은 다양한 안보 위협에 동시 대응 가능한 다목적 전투기를 선호하는 세계적인 추세를 반영한다. 라팔의 다재다능함과 풍부한 실전 경험은 이집트의 요구 조건에 맞으며, J-10C의 가격 경쟁력과 중국의 유연한 판매 조건은 예산 제약이 있는 나라들에 매력있는 요소로 작용한다. 특히 라팔 협상에 포함된 기술 이전 약속은 인도의 라팔 도입 사례처럼 무기 구매와 함께 자국 방위산업 키우기를 바라는 다른 나라들에 중요한 참고 사례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관련국들의 공식 확인이 없는 만큼, 이집트 공군 현대화의 최종 그림이 어떻게 그려질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이집트가 프랑스와 협력을 더욱 강화할지, 아니면 중국, 한국 등 제3국과 새로운 관계 설정을 통해 다가올 지역 안보 환경 변화에 대비할지 그 결과가 주목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