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즈웰C보다 저렴한 220억 파운드 제안
英 '원전 4배' 정책 속 SMR과 경합
英 '원전 4배' 정책 속 SMR과 경합

18일(현지시각) 텔레그래프 등 외신에 따르면, 웨스팅하우스는 와일파 부지에 최소 2기의 대형 원자로를 건설하는 계획을 영국 다우닝가에 제시했다. 영국 노동당의 키어 스타머 총리가 '원자력 르네상스'를 선언하며 원전 확대를 추진하는 가운데 나온 이번 제안은, 2050년까지 원자력 발전 용량을 24GW로 4배 늘리려는 영국 정부의 국가 에너지 전략과도 맞물린다.
웨스팅하우스가 제시한 계획은 AP1000 원자로 2기를 우선 건설하고, 이후에 2기를 추가하는 방식이다. 원자로 1기마다 발전 용량은 1.1GW로, 총 4.4GW 규모의 전력을 생산하며, 수백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총사업비는 약 220억 파운드(약 40조 5882억 원)로 추산되는데, 프랑스 EDF가 건설 중인 사이즈웰 C 원전(3.2GW, 400억 파운드)의 예상 비용을 크게 밑도는 액수다. 웨스팅하우스는 원자로의 표준화 설계와 공장 제작 방식을 통해 비용 절감과 공기 단축이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 정부, 부지 직접 매입…'보글 사태' 재현 우려는 과제
지난 2015년 기존 원전이 문을 닫은 와일파 부지는 이번 제안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영국 정부는 힝클리 포인트 C, 사이즈웰 C에 이어 와일파를 세 번째 대형 원전 부지로 공식 지정했으며, 과거 사업을 추진하던 히타치에게서 1억 6000만 파운드(약 2951억 원)에 부지를 직접 사들여 소유하고 있다. 과거 이곳 사업을 타진했던 한국전력은 웨스팅하우스와의 국제 소송 합의 후 계획을 철회했다.
이 사업은 건설 기간 투자비 일부를 소비자 전기요금으로 거둬들이는 '규제자산기반(RAB)' 모델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성공적으로 추진된다면 수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고 영국 서부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웨스팅하우스가 과거 미국 조지아주 보글 원전 프로젝트에서 막대한 예산 초과와 공기 지연을 겪으며 파산보호를 신청했던 전례는 사업의 잠재적 위험 요인이다. 실제 사업화까지는 영국 정부의 철저한 기술·경제성 검증과 안정적인 투자자 확보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 영국 정부 "원자력 황금기 열 것"
◇ 대형 원전 vs SMR…'영국 최고 부지' 두고 경쟁
한편, 이 부지를 두고 롤스로이스의 소형모듈원자로(SMR) 건설 계획과 경합하는 구도다. 영국 정부는 롤스로이스와 SMR 건설을 위한 최종 계약을 협상 중이며, 지질학적으로 우수해 대형 원전과 SMR 모두에 알맞다고 평가받는 와일파는 글로스터셔의 올드버리온세번과 함께 유력한 후보지다. 하지만 웨스팅하우스는 와일파 부지가 SMR을 짓기보다 대규모 프로젝트에 더 알맞다고 주장하고 있다.
롤스로이스의 투판 에르긴빌기치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원전 시장의 뜨거운 열기를 전했다. 그는 "지금 수많은 나라에서 문의가 쇄도하고 있으며, (영국 정부의) 그레이트 브리티시 뉴클리어 사업 수주 이후 그 전화는 더욱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