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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SK온, 헝가리서 중국 배터리 업체와 치열한 경쟁

전기차 수요 둔화로 생산량 16.7% 급감…직원 해고까지
CATL·EVE Energy, BMW와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우위 확보
헝가리 삼성SDI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헝가리 삼성SDI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 사진=로이터
한국의 대표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인 삼성SDI와 SK온이 헝가리에서 중국 경쟁사들과의 치열한 경쟁에 직면하며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전기차 수요 둔화와 중국 업체들의 공세적 진출이 겹치면서 한국 기업들의 입지가 크게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19일(현지시각) 닛케이 아시아가 보도했다.
헝가리 중앙통계청에 따르면, 헝가리의 배터리 생산량은 4월 전년 동기 대비 16.7% 감소했다. 삼성SDI의 이반사와 갓 공장, SK온의 코마롬과 이반사 공장이 헝가리 내 유일한 전기차 배터리 제조 시설인 점을 고려하면, 이는 두 한국 기업의 생산량이 비슷한 비율로 줄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두 회사 모두 지난 1년간 직원을 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는 1~3월 분기 전체 배터리 사업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4.9% 감소했다고 보고했고, SK그룹의 배터리 사업은 같은 기간 2993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독일 보훔 자동차연구센터의 페르디난트 두덴회퍼 소장은 "2025년과 2026년에는 한국 기업들의 상황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며 "한국 기업들이 너무 낙관적이었다"고 평가했다.
한국 기업들의 어려움과 대조적으로 중국 배터리 업체들은 헝가리에서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빅토르 오르반 총리가 중국 투자에 문호를 개방한 후 CATL, EVE Energy, Sunwoda Electronic 등이 헝가리에 진출해 유럽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특히 CATL과 EVE Energy는 독일 자동차 제조사 BMW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한국 기업들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다. BMW는 헝가리 데브레첸 공장에서 새로운 전기차 시리즈인 Neue Klasse EV의 양산을 준비 중이다.

두덴회퍼 소장은 "CATL과 EVE는 BMW와 함께 헝가리 Neue Klasse 공장을 전략적으로 계획했는데, 이는 중요한 새로운 전기차 시리즈가 될 것"이라며 "한국 기업들은 이 분야에서 덜 활동적이고 모든 고객을 대상으로 했는데, 그것은 실수였다"고 지적했다.

CATL의 데브레첸 배터리 공장 건설은 순조롭게 진행되어 올해 말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는 2023년 독일 동부 공장에 이어 CATL의 두 번째 유럽 배터리 공장이 된다. EVE Energy와 Sunwoda도 각각 데브레첸과 니레기하자에 첫 유럽 공장을 건설 중이며 2026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의 성장 배경에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기술의 발전이 있다. 한때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낮아 열등하게 여겨졌지만, 중국 제조업체들이 에너지 용량을 개선하면서 가격 경쟁력과 함께 매력적인 선택지가 됐다.

롤랜드 버거의 볼프강 베른하르트 선임파트너는 "유럽의 거의 모든 셀 제조업체가 NCM 셀용으로 설계된 공장에서 대규모 가동률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오르반 정부는 헝가리를 독일에 이어 유럽 두 번째 전기차 배터리 제조 허브로 만들기 위해 1조5000억 포린트(43억 달러) 이상의 보조금을 투입했다. 이는 헝가리 GDP의 약 2%에 해당하는 규모다.

헝가리에서는 메르세데스-벤츠가 케츠케메트에서 생산을 대폭 확대하고, 중국 전기차 제조업체 BYD가 올해 말 세게드에 첫 헝가리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어서 한국 기업에서 해고된 노동자들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보수 싱크탱크 자자드베그 재단의 졸탄 키첼리 정치분석 책임자는 "해고된 헝가리 노동자들은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오르반 정부는 EU 회원국의 전기차 신규 구매 인센티브를 기대하고 있어 수요 자극과 배터리 공장 주문 확보를 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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