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토 재무상 "협상 도구로 존재한다" 발언으로 미·일 무역 관계 새로운 국면 맞아

배런스는 지난 2일(현지시각) 일본 가토 가쓰노부 재무상이 최근 텔레비전 인터뷰에서 "미국 국채는 협상 도구로 존재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가토 재무상은 "실제로 쓸지 여부는 별개 결정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금 일본은 1조1300억 달러(약 1584조 원) 규모 미국 국채를 갖고 있어 외국 중 최대 보유국이다. 중국은 7840억 달러(약 1099조 원)로 그 다음이며, 영국이 셋째다.
배런스에 따르면 가토 재무상은 일본이 미국 국채를 매각할 계획이 있다고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동맹국 일본이 미국 국채를 무역전쟁 도구로 언급한 것은 보기 드문 압박으로 해석된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세계 금융시장 불안정 가능성 때문에 미국 국채 매각 신호 보내기를 꺼렸다.
호주 웨스트팩 은행 금융시장 전략 책임자 마틴 웨튼은 지난 2일 블루스카이에서 "일본 가토 재무상이 강한 패를 꺼내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일본 집권 자민당 정책연구회 의장 오노데라 이쓰노리는 미국에 대한 보복 수단으로 국채를 일부러 쓰면 안 된다고 밝혔다.
금융 전문가들은 일본 같은 큰 투자자가 미국 국채를 매각하면 미국 채권시장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배널번 자본시장 수석 시장 전략가이자 정치경제학자 마크 챈들러는 배런스와 대화에서 "범죄 이야기에 나오는 사람이 이미 모두 아는 총이 든 권총집을 보여주는 것과 같다. 가토 말은 뻔한 사실을 언급한 것이지 실제로 쓸 뜻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풀이했다.
챈들러는 미국 국채 매각이 시장 변동성을 키우고, 금리 오름을 일으키며, 세계 시장 유동성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극단적 경우, 연방준비제도(Fed)가 마지막 대출자로 나서 일본이 판 국채를 사야 할 수도 있지만, 이는 지금 연준의 대차대조표 줄이기 정책과 맞지 않는다.
일본도 미국 국채 매각은 자신의 발등을 찍는 행위가 될 수 있다. 일본 외환보유고 대부분이 미국 국채로 되어 있어 그 가치를 지키는 것이 일본에 이롭다. 또한 달러를 엔화로 바꿔 일본으로 가져오면 엔화 가치가 오르고 수입품 값이 내린다. 이는 일본이 30년간 물가 하락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지금까지 외국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 매각을 본격화했다는 증거는 없다. 일본 재무성 자료를 보면 일본 투자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발표한 그 주에 장기 미국 국채를 176억 달러(약 24조 원) 순매도했지만, 최근 2주 동안은 순매수로 돌아섰다.
금융시장 참여자들은 일본 재무상 발언으로 다음 주 열릴 미국 국채 경매에 관심이 모일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재무부는 오는 6일 420억 달러(약 59조 원) 10년 만기 국채와 8일 250억 달러(약 35조 원) 30년 만기 국채를 경매한다. 미 연준 금리결정 회의도 6일과 7일에 열리나, 제롬 파월 의장이 금리를 그대로 둘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