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3~5년 내 미국 물류·모듈 생산시설 투자, 장기적으로 완전 생산기지 구축 계획

패션 비즈니스는 지난 15일(현지시각) 아모레퍼시픽이 현재 중국과 한국에 집중된 생산기지를 미국으로 확대하는 '미국 제조업 피벗(Manufacturing Pivot)' 전략을 가속화한다고 보도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수출품에 최대 145%의 관세를 부과하는 보복 무역전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나온 조치다.
김승환 아모레퍼시픽 대표는 블룸버그 TV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대중국 관세 부과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고객들과 비상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향후 3~5년 내에 미국 현지 물류 및 모듈 제조 시설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아모레퍼시픽의 장기 계획은 더욱 야심차다. "실제 생산 설비의 경우 5~10년 정도를 생각하고 있지만, 최근의 변화와 트렌드를 보면 조금 더 앞서야 할 것 같다"고 김 대표는 언급했다. 그는 단기적인 시장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미국 시장에 대한 회사의 장기 비전과 의지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 K-뷰티 열풍 타고 북미 시장서 급성장... 코스알엑스 인수 효과 톡톡
아모레퍼시픽의 미국 현지 생산 전환은 중국 소비 부진에 대응해 세계 최대 화장품 시장인 미국으로 사업 중심을 옮기려는 글로벌 뷰티 업계의 흐름과 맞닿아 있다.
특히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2023년 10월 코스알엑스(COSRX, Inc.)를 인수한 이후 북미 시장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2024년 북미 매출은 5256억 원(약 3억6700만 달러)로 2021년 대비 5배 이상 증가했다. 이러한 성장은 한국의 대중문화, 엔터테인먼트, 음악, TV 드라마 및 영화의 세계적인 인기로 대표되는 K-컬처 열풍과 맞물려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한국 화장품은 메타 플랫폼스의 인스타그램, 바이트댄스의 틱톡, 알파벳의 유튜브 등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서 인플루언서들의 뷰티 콘텐츠가 바이럴 효과를 내면서 인기를 끌었다. 이러한 온라인 마케팅 성과로 아모레퍼시픽의 달팽이 에센스는 아마존닷컴에서 최고의 페이셜 세럼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우리 스킨케어 브랜드는 세포라와 아마존과 같은 온라인 채널에서 프리미엄 세그먼트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제품 중 하나"라며 "럭셔리 스킨케어에서 저렴한 제품까지 미국 내 제품 라인업을 다각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단기적인 유행이 아닌 주류 존재로 진화하고 있다"며 "물론 성공은 실행에 달려 있지만, 지금이 단지 절정의 순간이 아니라 주류 플레이어로서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상당한 잠재력이 있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미국 생산 전환은 트럼프의 무역 정책이 글로벌 기업들의 제조 계획과 수년간 의존해 온 공급망을 어떻게 혼란에 빠뜨리고 있는지 보여주는 최근 사례다. 이러한 전략 변화는 아모레퍼시픽이 더 많은 성장 기회를 내다보는 미국 시장에서 저가 제품 라인을 강화하려는 계획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