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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글로벌 투자자들, 미국 시장 외면…유럽·중국으로 이동 본격화

지난 2020년 2월 25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한 트레이더가 폐장 직전 거래에 나서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020년 2월 25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한 트레이더가 폐장 직전 거래에 나서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 경제의 둔화 조짐과 무역전쟁 심화 속에서 글로벌 투자자들이 미국 시장을 외면하고 유럽과 중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는 유럽 주식시장이 올해 들어 9%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홍콩 증시의 기술주 지수는 30% 급등하는 등 미국과의 투자 흐름 차이가 뚜렷해지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6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이 대규모 관세 정책을 시행하고 경제 지표가 둔화하면서 투자자들이 새로운 투자처를 찾고 있다. 특히 독일 차기 정부가 발표한 1조2000억 달러(약 1600조8000억 원) 규모의 재정 지출 계획과 중국의 추가 경기 부양책이 투자 흐름을 변화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유럽과 중국이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펼치는 가운데 미국 내 경제 신뢰도는 흔들리고 있다. 최근 발표된 미국 경제 지표가 둔화 조짐을 보이면서 달러 강세에 대한 기대감도 낮아지고 있다. 실제로 올해 들어 미국 S&P500 지수는 1.8% 하락한 반면, 유럽 STOXX 지수는 9% 상승했고, 홍콩 증시에 상장된 기술주들은 30% 가까이 급등했다.

스테이트스트리트 글로벌마켓의 팀 그라프 유럽·중동·아프리카(EMEA) 지역 거시 전략 책임자는 "전 세계가 이제 미국 모델이 변화하고 있음을 인식하고 있다"며 "미국은 더 이상 예전처럼 신뢰할 만한 무역 파트너가 아니며 각국은 자국의 경제 방어에 집중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같은 분위기는 외환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유로화 가치는 4개월 만에 처음으로 1.07달러(약 1549원)를 돌파하며 강세를 보였으며 일부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기존의 유로화 약세 전망을 철회하고 있다.

올해 초까지 미국 자산을 선호하던 투자자들은 점점 유럽과 중국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있다. 로이터는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자료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달러 강세를 예상한 투자자들의 순매수 포지션이 절반 이상 줄어든 160억 달러(약 21조4000억 원) 수준으로 축소됐다"고 보도했다.

TS롬바드의 다리오 퍼킨스 글로벌 거시경제 총괄은 "지난해 12월까지만 해도 투자자들은 미국 시장을 최고의 투자처로 여겼다"면서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과 공격적인 무역 조치들이 각국의 지출 확대를 촉진하면서 투자자들의 자금 흐름이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미국의 은행업종은 올해 들어 8% 하락한 반면, 유럽 은행업종 지수는 15% 상승하며 상반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기술 기업들이 인공지능(AI) 경쟁에서 선두를 유지하고 있지만 중국의 신생 AI 기업이 급부상하면서 미국 시장의 투자 매력도 낮아지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 등장한 저비용 AI 모델 '딥시크'는 기존 서방 기업들의 AI 개발 비용과 효율성에 대한 기존 통념을 뒤흔들었다.

이 영향으로 홍콩증시에 상장된 기술주는 1월 말 이후 24% 상승했으며 같은 기간 미국 대형 기술주들의 주가는 12% 하락했다.

중국 투자회사 퉁헝 인베스트먼트의 양팅우 부총괄은 "중국의 기술력이 점점 강력해지고 있다"며 "틱톡, 샤오홍수(RED)와 같은 플랫폼을 통해 중국의 디지털 경제 기반이 확대되면서 투자자들이 다시 중국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시장이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유지하고 있어 단기적으로는 달러의 강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미국 중심의 투자 기조가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매뉴라이프 인베스트먼트의 네이트 투프트 글로벌 자산배분 및 주식투자 책임자는 "현재 진행 중인 변화가 일시적인지 아니면 구조적인 변화인지는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우리는 최근 유럽 주식에 대한 최저 비중을 중립으로 상향 조정했다"고 말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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