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브스 재무, 중국 범죄단서 압수한 52억 파운드 비트코인 활용 검토
전문가들 "변동성 큰 비트코인, 신속하게 매각해 재정 확충해야"
압수 비트코인, 난방비 지원 삭감 등 논란 정책 자금 규모 훨씬 웃돌아
레이첼 리브스 영국 재무장관이 중국 조직범죄단으로부터 압수한 50억 파운드(약 8조9400억 원) 규모의 비트코인을 활용해 재정 적자를 메꿀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전문가들 "변동성 큰 비트코인, 신속하게 매각해 재정 확충해야"
압수 비트코인, 난방비 지원 삭감 등 논란 정책 자금 규모 훨씬 웃돌아
영국 데일리 메일 온라인판은 26일(현지시각) 영국 정부가 중국 사기 조직의 자금 세탁 수사 과정에서 세계 역사상 최대 규모의 암호화폐를 압수했다고 보도했다.
약 52억 파운드(약 9조2900억 원) 상당의 비트코인은 '경제적 악순환'에 직면한 영국 정부에 '무료 탈출 카드'가 될 수 있다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압수 비트코인 규모, 논란의 정책 자금보다 훨씬 커… 전문가들 "매각해야"
보도에 따르면 이 압수된 비트코인의 가치는 겨울철 난방비 지원 삭감, 사립학교 수업료 부가가치세 감면, 그리고 논란이 되고 있는 가족 농장 상속세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세수 감소분을 모두 합친 것보다 크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압수한 비트코인을 매각해 재정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독일이 범죄자로부터 압수한 암호화폐를 매각해 재정을 확충한 사례를 언급하며, 비트코인의 변동성을 고려할 때 신속한 매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 보수당 재무장관 노먼 라몬트는 "리브스 장관은 압수한 비트코인을 바로 매각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정부가 암호화폐를 합법화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수당 전 내각 장관 제이콥 리스-모그 경 역시 "재무장관의 징벌적 세금 인상은 처음부터 정당화되지 않았다"며 압수된 비트코인을 활용할 것을 촉구했다고 데일리 메일은 전했다.
회계법인 RSM의 암호화폐 전문가 크리스 에더링턴은 "비트코인은 변동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즉시 매각해야 한다"며 "리브스 장관은 예산 책임 사무소의 예측을 기다리며 정치적 압력을 고려해 이 문제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압수 비트코인, 중국 사기 조직 자금 세탁에 이용… 런던 부동산 매입 시도하다 적발
42세의 웬은 런던에서 가장 비싼 부동산을 매입하려는 시도를 하다가 경찰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햄스테드 북부에 수영장이 딸린 7개의 침실이 있는 2350만 파운드(약 420억 원)짜리 맨션과 영화관과 체육관이 있는 1250만 파운드(약 200억 원)짜리 주택을 매입하려 했다. 하지만 그의 연간 소득은 리즈에서 테이크어웨이 직원으로 일하며 번 6000파운드(약 223억5000만 원)에 불과했다.
경찰은 웬의 디지털 지갑에서 6만1000개가 넘는 비트코인을 발견했으며, 이는 영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암호화폐 압수였다. 당시 압수된 비트코인의 가치는 14억 파운드(약 2조5000억 원)였지만, 현재는 약 52억 파운드로 추산된다.
영국 검찰, 압수 비트코인 보관 위해 고등법원 허가 요청… 재무부 귀속 전망
영국 왕립 검찰청은 압수한 비트코인을 보관하기 위해 고등 법원에 허가를 요청했다. 예상대로 허가가 내려지면 이 비트코인은 재무부로 귀속될 것이다. 2023년에 도입된 새로운 법안에 따라 압수된 암호화폐를 판매하고 그 수익을 영국 중앙은행의 정부 통합 기금으로 이체할 수 있게 됐다.
리브스 장관, 200억 파운드 재정 적자 직면… 비트코인 매각으로 해결 실마리?
리브스 장관은 경기 침체와 정부 부채 증가로 인해 약 200억 파운드(약 35조7600억 원)의 재정 적자에 직면해 있다. 압수된 비트코인을 매각하면 재정 적자 해소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현재 비트코인 가격을 기준으로 압수된 비트코인을 매각하면 사립학교 수업료에 부과되는 17억 파운드(약 3조396억 원), 농부들에게 부과되는 5억2000만 파운드(약 9300억 원)의 상속세, 겨울철 난방비 지원 삭감으로 조달 예정인 15억 파운드(약 2조6800억 원)보다 훨씬 많은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
독일, 압수 비트코인 매각으로 23억 파운드 확보… 전문가 "매각 시점 중요"
독일 정부는 지난해 폐쇄된 불법 복제 사이트 무비2(Movie2)에서 압수한 5만 개의 비트코인을 23억 파운드(약 4조1100억 원)에 매각했다.
비트코인은 지난 1년 동안 가치가 두 배 이상 상승했으며, 최근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암호화폐 지지 발언으로 가격이 급등했다. 전문가들은 납세자에게 최대한의 이익을 가져다주기 위해 적절한 매각 시점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암호화폐 여왕' 즈다노바, 랜섬웨어 자금 세탁 혐의로 체포
한편, 영국 경찰은 '암호화폐를 위한 현금 여왕'으로 불리는 예카테리나 즈다노바를 자금 세탁 혐의로 체포했다. 즈다노바는 랜섬웨어 공격으로 얻은 수십억 달러를 세탁해준 혐의를 받고 있다. 그녀는 현재 프랑스에 구금되어 있으며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이처럼 암호화폐를 이용한 범죄가 증가하면서 각국 정부는 암호화폐 자금 세탁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영국 정부는 압수된 비트코인을 공공 자금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통해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고 암호화폐 범죄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태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