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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노믹스 2.0의 딜레마, 감세와 관세 사이 줄타기

달러 강세냐 약세냐, 시장은 정책 우선순위에 주목

박정한 기자

기사입력 : 2024-11-08 13:51

트럼프 2기의 딜레마, 정책 우선순위에 주목. 사진=로이터   이미지 확대보기
트럼프 2기의 딜레마, 정책 우선순위에 주목.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그의 두 번째 임기 경제정책이 세계 금융시장의 최대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가 공약으로 내세운 감세정책과 보호무역주의적 관세 정책이 미국 경제는 물론 글로벌 금융시장에 미칠 파급효과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고 6일(현지 시각) 배런스가 보도했다.

트럼프 감세정책은 정부 적자를 확대해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에도 영향을 미쳐 금리인하 속도를 늦추거나 고금리 기조를 연장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시장은 이미 이러한 '트럼프 트레이드'를 반영하기 시작했다.
최근 주요 통화들의 약세와 달러 강세 현상이 이를 방증한다. 실제로 트럼프의 당선이 확정되면서 유로화와 엔화는 각각 2% 가까이 하락했고, 멕시코 페소화는 한 달 사이 4% 이상 급락하는 등 달러 강세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의 또 다른 핵심 공약인 관세정책은 이와 상충하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 관세 부과는 수입품 가격을 상승시키고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지만, 동시에 무역 상대국의 통화 약세를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미국의 수출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중국에 대한 고관세 부과는 단기적으로 중국 제품의 미국 시장 진입을 어렵게 만들 수 있으나, 위안화 약세로 이어져 오히려 중국 제품의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역설적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이러한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1985년 플라자 합의와 같은 국제적 합의를 추진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그러나 현재의 국제 정세, 특히 미·중 간 전략적 경쟁 구도를 고려할 때 이러한 접근이 성공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1985년 플라자 합의 당시에는 일본과 독일 등 미국의 동맹국들이 자발적으로 자국 통화 강세를 수용했지만, 현재 중국은 미국과 전략적 경쟁 관계에 있어 이러한 양보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며, 더욱이 자국 경제 문제로 인해 위안화 약세를 선호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더욱이 트럼프의 경제정책이 신흥국 시장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인도와 같이 내수 중심 경제구조를 가진 국가들은 상대적으로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으나, 중국 의존도가 높은 원자재 수출국들은 정책 방향에 따라 상당한 변동성에 노출될 수 있다.
예컨대 브라질의 경우, 중국으로의 원자재 수출 의존도가 높아 미·중 무역갈등 심화 시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하지만, 반대로 트럼프의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인한 글로벌 인플레이션 상승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오히려 이익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시장의 분석이다.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자동차·반도체 등 주력 산업에 대한 관세 부과 가능성이 한국 기업들의 리스크 요인이 될 전망이다.

다만 미·중 갈등 심화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한국이 대체 공급처로 부상할 가능성도 있어, 위기이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원화 환율은 초기 달러 강세 국면에서 상승 압력을 받겠지만, 한국의 견고한 경제 펀더멘털을 고려할 때 과도한 변동성은 제한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경제정책이 초기에는 달러 강세를 유도하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약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이는 미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와 함께, 감세와 관세 정책의 상충 효과가 현실화되면서 나타날 수 있는 자연스러운 결과로 해석된다.

초기의 공격적 감세정책은 재정적자 확대와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이어져 연준의 고금리 정책을 지속시키면서 달러 강세를 견인할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고관세로 인한 무역 파트너국들의 보복 조치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 비용 상승이 미국 기업들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이는 결과적으로 미국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더욱이 확대된 재정적자와 무역수지 적자라는 '쌍둥이 적자'의 부담이 커지면서 결국 달러 약세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결국, 트럼프노믹스 2.0의 성패는 상충되는 정책 목표들 간의 균형을 어떻게 조율하느냐에 달려 있다. 더불어 의회 장악 여부와 같은 정치적 변수들도 정책 실현의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금융시장은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우선순위와 실행 방식을 예의 주시하며, 그에 따른 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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