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대급 이상 부대서 '콥 케이지(Cope Cage)' 장착하고 기동·포격…단순 시연 아닌 '전투 실험'
포탑 상부 이격 공간 확보해 '메탈 제트' 분산 유도…센서·주포 간섭 최소화한 실전적 설계
포탑 상부 이격 공간 확보해 '메탈 제트' 분산 유도…센서·주포 간섭 최소화한 실전적 설계
이미지 확대보기대한민국 육군의 주력인 K2 흑표 전차가 포탑 상부에 '철제 삿갓'을 쓰고 포효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분쟁에서 입증된 'FPV(1인칭 시점) 자폭 드론'의 위협이 한반도 전장 환경에서도 현실화됨에 따라, 한국군이 이에 대응하기 위한 물리적 방호 체계인 '즉흥형 대드론 케이지(Improvised Cope Cage)'를 실전적으로 운용 시험하기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기술 전문 매체 인터레스팅 엔지니어링(Interesting Engineering)과 군사 전문 소식통들이 29일(현지 시각)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
최근 공개된 이미지 속 K2 전차들은 단순한 주행 시험을 넘어선, 실전적인 전투 훈련을 수행하고 있었다. 포장된 사격 훈련장에서 위장 도색을 완비한 다수의 전차가 케이지를 장착한 채 일렬로 늘어선 모습은 이것이 단일 시제 차량의 테스트가 아닌, 최소 소대나 중대급 규모의 부대 단위 운용 평가(Field Test)임을 시사한다.
특히 전차의 주포(120mm 55구경장 활강포)가 불을 뿜으며 포구 섬광이 번쩍이는 순간에도 케이지가 견고하게 장착된 장면이 포착됐다. 이는 해당 구조물이 사격 충격을 견딜 수 있는지, 그리고 실제 전투 절차(기동-조준-격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검증하는 단계에 진입했음을 방증한다.
상부 공격(Top-Attack)의 '파해법'…이격 공간의 미학
핵심은 '이격(Standoff) 공간'이다. 케이지와 포탑 장갑 사이에는 수 인치 이상의 빈 공간이 확보되어 있다. 이는 적의 대전차 로켓이나 드론 투하 폭탄이 전차의 본장갑에 닿기 전, 케이지의 철망에 먼저 부딪혀 기폭되게 유도한다. 이 과정에서 성형작약탄(HEAT)의 고열 메탈 제트가 허공에서 분산되거나 초점이 흐트러져, 관통력을 획기적으로 떨어뜨리는 '희생양'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투박해 보이는 외형과 달리, 설계에는 정밀한 고려가 반영됐다. 구조물은 전차의 눈과 주먹을 가리지 않도록 고안됐다. 주포가 하늘을 향해 고각으로 움직이거나 포탑이 360도 회전할 때 간섭이 발생하지 않도록, 구조물의 상부가 개방되거나 절개부가 적용된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전차장 조준경(KCPS), 포수 조준경(KGPS), 원격사격통제체계(RCWS) 등 핵심 센서와 무장이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시야각을 확보한 개구부(Openings)가 확인된다. 차체 측면이나 하부, 지상고(Ground Clearance)에는 변형을 주지 않는 '탈착 가능한 추가 장비(Add-on)' 성격이 강해, 필요 시 신속한 장착과 제거가 가능하도록 설계된 점도 특징이다.
우크라 전훈의 '한국적 적용'…생존성 vs 시야 제한의 딜레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전차 손실의 상당수는 값싼 FPV 드론이나 상부 공격 지능탄에 의해 발생했다. 이에 전 세계 육군은 '콥 케이지(Cope cage)', '바비큐 그릴' 등으로 불리는 상부 구조물을 앞다퉈 도입하는 추세다.
K2 전차의 이번 실험은 승무원들이 구조물로 인한 추가 중량과 미세한 시야 제한, 승하차 시의 불편함 등을 감수하면서도 생존성을 높이는 전술 교리를 검증하는 과정으로 해석된다. 비록 능동파괴장치(APS)와 같은 하이테크 방어 수단이 개발되고 있지만, 물리적 케이지는 가장 저렴하고 즉각적으로 전차의 머리 위를 지킬 수 있는 '최후의 헬멧'이기 때문이다.
이번 운용 평가 결과에 따라 해당 케이지가 전시 긴급 개조 키트로 지정될지, 아니면 정식 양산형 부품으로 채택될지 결정될 전망이다.
황상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1234@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