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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원전’ SMR의 추락… 주가 반토막 나고 폐기물 경고등

설계도만 130개 ‘난립’… 표준화 실패에 빅테크 수요도 ‘물음표’
“폐기물 30배 더 나온다” 스탠퍼드 연구 충격… 경제성·친환경 ‘이중고’
웨일스에 계획된 롤스로이스 소형 모듈식 원자로의 디지털 이미지.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웨일스에 계획된 롤스로이스 소형 모듈식 원자로의 디지털 이미지. 사진=로이터
차세대 에너지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불리던 소형모듈원전(SMR)이 상용화 지연과 비용 급증이라는 암초를 만나 흔들린다. 영국과 미국 정부,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들이 잇달아 러브콜을 보내고 있지만, 시장의 냉혹한 평가는 주가 폭락으로 이어졌다. 기술 표준 부재와 경제성 논란, 여기에 예상을 뛰어넘는 핵폐기물 배출 문제까지 불거지며 장밋빛 전망에 빨간불이 켜졌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29(현지시간) “SMR 기술이 과도한 기대(Hype)를 받았지만, 실적 부진과 기술적 난제로 빛을 잃어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설계 경쟁만 치열… 규모의 경제실패한 SMR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오는 2050년까지 전 세계에 SMR 1000, 120기가와트(GW) 규모의 설비가 들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30개국이 약속한 전체 원자력 용량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수치다. 영국 롤스로이스가 지난달 웨일스 해안에 첫 SMR 설치 승인을 받는 등 정부 차원의 지원 사격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시장 반응은 싸늘하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대표적인 SMR 개발사 뉴스케일파워(NuScale Power)는 지난 6개월 사이 주가가 절반 넘게 곤두박질쳤다. 샘 알트만 오픈AI 최고경영자가 투자해 화제를 모았던 오클로(Oklo) 역시 지난 3개월간 비슷한 폭의 하락세를 겪었다. 나노뉴클리어에너지 등 후발 주자들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FT는 이러한 가치 하락의 배경으로 표준화 실패를 꼽았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개발 중인 SMR 설계 모델만 130여 개에 이른다. 350메가와트(MW)SMR조차 영국 힝클리 포인트 C와 같은 대형 원전보다 10배가량 작아 초기 투자비는 적게 들지만, 단위 전력당 생산 비용(LCOE)은 오히려 높다는 점이 문제다. 단일 표준 없이 난립한 설계 탓에 대량 생산을 통한 비용 절감이 요원하기 때문이다.

SMR(뉴스케일파워(NuScale Power), 오클로(Oklo)) 주가변동 추이. 도표=글로벌이코노믹/제미나이3 이미지 확대보기
SMR(뉴스케일파워(NuScale Power), 오클로(Oklo)) 주가변동 추이. 도표=글로벌이코노믹/제미나이3


폐기물 30배 더 나온다… 친환경성·안보 우려 증폭


친환경 에너지원이라는 수식어에도 균열이 가고 있다. 대형 원전보다 핵폐기물 배출량이 더 많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르고 있어서다.
지난 2022년 발표된 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SMR은 화학 반응성 연료와 냉각재 특성 탓에 기존 대형 원전보다 핵폐기물을 최소 2배에서 최대 30배까지 더 배출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더 깨끗한 에너지라는 SMR의 핵심 마케팅 포인트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연료 공급망 불안도 여전하다. 전 세계 농축 우라늄 시장은 러시아와 중국이 장악하고 있어, 서방 국가들이 SMR을 확대하더라도 에너지 안보 위협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SMR, 대형원전 폐기물 배출 비교. 도표=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SMR, 대형원전 폐기물 배출 비교. 도표=글로벌이코노믹


구글 TPU의 역설… 전력 수요 예측 흔들리나


SMR 업계가 믿고 있던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폭증시나리오 역시 변수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가 막대한 전기를 먹어 치울 것이라는 전망이 SMR 투자의 근거였으나, 반도체 효율 혁명이 이 전제를 흔들고 있다.

FT구글의 텐서처리장치(TPU)와 같은 고효율 칩이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소비 증가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기술 발전으로 전력 소비 효율이 기하급수적으로 좋아지면, 굳이 비싸고 건설 기간이 오래 걸리는 SMR을 고집할 이유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자본 집약적인 에너지 산업이 급변하는 기술 트렌드에 소외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미국 최대 전력사인 테네시강유역개발공사(TVA)가 특정 SMR 업체 한 곳에 올인하지 않고 여러 기술을 저울질하며 관망하는 것도 이런 불확실성 탓이다.

FT“2030년대 중반 상용화를 목표로 하는 SMR이 넘어야 할 산은 기술 입증뿐만 아니라 경제성과 시장의 신뢰 회복이라고 짚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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