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 "필리핀 잠수함 사업, 훈련·정비 센터까지 패키지 제안"…HD현대는 내년 1월 OPV 첫 인도
美 트럼프 2기 '안보 부담 전가' 기조에 다급해진 마닐라…'한국형 자주국방' 벤치마킹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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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보기남중국해에서 중국의 '회색지대 도발'이 연일 거세지는 가운데, 필리핀이 해양 안보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한국 방산 기업들에게 손을 내밀고 있다. 특히 잠수함 도입과 같은 거대 전력 증강 사업부터 독자적인 방산 생태계를 구축하는 '자주국방(SRDP)' 모델에 이르기까지, 필리핀의 시선이 'K-방산'에 고정되고 있다고 필리핀 유력 신문 필리핀스타(The Philippine Star)가 29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HD현대, 1월 신형 초계함 첫 인도…한화오션은 '잠수함 패키지' 띄워
보도에 따르면, 당장 눈앞에 닥친 전력 공백을 메워줄 '구원투수'는 HD현대중공업이다. 필리핀 해군은 내년 1월, HD현대중공업으로부터 신형 원해경비함(OPV) 1번함을 인도받는다. 이는 총 6척 규모의 도입 사업 중 첫 결실로, 중국 해경의 물대포 공격 등 해상 압박에 대응할 실질적인 순찰 자산이 될 전망이다.
반면, 로미오 브라우너(Romeo Brawner) 필리핀 합참의장이 "꿈(dream)"이라고 표현한 잠수함 도입 사업은 아직 안갯속이다. 한국의 한화오션은 필리핀 측과 잠수함 능력 확보를 위한 포괄적인 논의를 진행 중이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매체에 "필리핀 승조원과 정비 요원을 위한 훈련 프로그램, 시뮬레이터 제공은 물론, 기술 이전과 잠수함 기지 개발, 유지보수(MRO) 센터 설립까지 포함된 패키지를 제안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길버트 테오도르(Gilbert Teodoro) 필리핀 국방부 장관은 최근 한국 측 인사들에게 "관심은 있지만, 예산 우선순위에서 잠수함은 밀려나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실제로 2026년 필리핀 국가 예산안에서 군 현대화 프로그램은 '미편성 예산(unprogrammed appropriations)'으로 분류되어 있어, 자금 확보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트럼프 2기 '부담 떠넘기기' 공포…"한국식 자주국방 배워야 산다"
필리핀이 한국에 주목하는 더 근본적인 이유는 미국의 안보 정책 변화다. 최근 발표된 미국의 새 국가안보전략(NSS)은 중동과 유럽에서 발을 빼고 서반구에 집중하겠다는 기조를 명확히 했다.
매체는 "트럼프 행정부의 메시지는 동맹국과 짐을 나누는 '분담(burden-sharing)'이 아니라 짐을 떠넘기는 '전가(burden-shifting)'"라고 날카롭게 지적했다. 미군에만 의존하던 시대가 저물어가는 상황에서, 필리핀에게 한국은 '따라 하고 싶은 교과서'다.
한국은 6.25 전쟁의 폐허 속에서 자주국방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산업화를 일궈냈으며, 이를 바탕으로 세계적인 조선 강국이자 방산 수출국으로 도약했다. 매체는 "한국은 안보 위협을 산업화의 동력으로 삼았고, 이제는 AI와 무인 체계 등 차세대 전장까지 준비하고 있다"며 "필리핀도 단순 구매를 넘어 한국 기업들과의 협력을 통해 자체 방산 제조 기반을 닦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자체 무기 개발 걸음마…'한국형 모델' 이식 시도
필리핀은 지난해 10월 마르코스 대통령이 서명한 '자주국방태세 부활법(SRDP Revitalization Act)'을 통해 독자적인 방산 역량 강화를 꾀하고 있다. 최근에는 100% 필리핀 자본으로 개발된 원격 사격 통제 체계(RCWS)인 '코브라(COBRA)'를 공개하기도 했다.
매체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오션 등 한국 기업들이 단순한 장비 공급을 넘어 "파트너의 주권적 능력(sovereign capability)을 지원하겠다"며 현지 생산 기반 구축을 제안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필리핀으로서는 한국의 기술과 노하우를 흡수해 '동네북' 신세를 면하고, 양질의 일자리까지 창출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하는 눈치다.
황상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1234@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