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글로벌이코노믹 로고 검색
검색버튼

"소금보다 작은 AI 로봇, 단돈 14원"… 의료·반도체 공정 '게임 체인저' 등극

펜실베이니아대·미시간대, 머리카락 굵기 '완전 자율 로봇' 개발 성공
모터 없이 '이온' 뿜으며 유영… 반도체 웨이퍼로 대량 생산해 가격 혁명
"마이크로 로봇 산업의 첫 장 열어"… 암세포 추적·초미세 조립 투입 전망
세계에서 가장 작은 완전 프로그래밍 가능한 자율 로봇. 사진=펜 엔지니어링이미지 확대보기
세계에서 가장 작은 완전 프로그래밍 가능한 자율 로봇. 사진=펜 엔지니어링
소금 알갱이보다 작은 크기에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이는 초소형 자율 로봇을 단돈 1센트(약 14원)에 생산하는 기술이 등장했다.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보던 '나노 머신'이 현실화하며 의료 진단과 초정밀 제조 분야의 지형을 뒤흔들 전망이다.
정보기술(IT) 전문매체 톰스하드웨어는 29일(현지시각) 펜실베이니아대학교와 미시간대학교 공동 연구팀이 세계에서 가장 작으면서도 완전히 프로그래밍할 수 있는 자율 로봇 개발에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연구팀은 이 로봇이 인체 내부 진단이나 마이크로 단위의 정밀 제조 공정에 투입돼 산업계의 난제를 해결할 핵심 열쇠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머리카락 굵기 로봇, '이온' 뿜으며 헤엄친다


이번에 개발한 로봇은 가로 200마이크로미터(㎛), 세로 300㎛, 두께 50㎛ 크기다. 1㎛가 100만 분의 1미터이니, 맨눈으로는 거의 보이지 않는 미생물 수준이다. 펜실베이니아대 엔지니어링팀은 이 초소형 로봇의 물리적 설계를 맡았다.

가장 큰 난관은 이동 방식이었다. 미생물처럼 작은 세계에서는 물이나 혈액 같은 유체의 점성이 상대적으로 매우 크게 작용한다. 사람이 꿀통 속을 헤엄치는 것과 비슷한 환경이다. 기존의 모터나 기계적 관절로는 이동이 불가능하다.

연구팀은 '이온 추진' 방식에서 해법을 찾았다. 로봇이 주변 용액 속 이온을 밀어내는 전기장을 발생시켜 그 반작용으로 추진력을 얻는 원리다. 팔다리처럼 움직이는 부품을 완전히 없앤 덕분에 내구성도 획기적으로 높였다. 실험실에서 쓰는 미세 주사기(마이크로피펫)로 빨아들여도 부서지지 않고 멀쩡히 작동한다.

빛으로 대화하고 춤추며 정보 전달


로봇의 두뇌는 초소형 컴퓨터 기술을 보유한 미시간대 연구팀이 담당했다. 로봇 몸체에는 초저전력 프로세서와 메모리, 센서, 그리고 전력을 공급할 태양전지를 집적했다.

이 로봇은 외부에서 쏘는 빛의 깜박임(펄스)을 언어로 인식해 명령을 수행한다. 데이터를 밖으로 내보낼 때는 이온 추진기를 미세하게 조절해 몸을 떠는 방식으로 신호를 보낸다. 마치 꿀벌이 춤을 추며 동료에게 꿀의 위치를 알리는 것과 흡사하다.
전력 효율도 극한으로 끌어올렸다. 로봇 등판을 덮은 태양전지의 출력은 75나노와트(nW)에 불과하다. 지극히 미세한 전력이지만, 로봇은 이 에너지만으로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이며 수개월 동안 작동한다. 초기 모델에는 온도 센서를 탑재해 주변 환경을 감지하는 기능을 입증했다.

반도체 공정으로 '1센트 혁명'… 떼 지어 임무 수행


이번 연구가 학계와 산업계의 주목을 받는 진짜 이유는 '가격'과 '양산성'에 있다. 연구팀은 기존 반도체 제조 공정을 응용해 이 로봇을 웨이퍼 위에서 대량으로 찍어낼 수 있다고 밝혔다.

개당 생산 단가는 약 1센트, 우리 돈으로 14원 안팎이다. 저렴한 비용으로 수백, 수천 대의 로봇을 한꺼번에 투입하는 '군집 로봇(Swarm Robotics)' 운용이 가능해진 셈이다. 예를 들어 환자 몸속에 수천 대의 로봇을 주입해 암세포를 찾거나, 혈관 속 찌꺼기를 제거하는 시술이 현실화할 수 있다. 초정밀 반도체 조립이나 미세 화학 공정에서도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마크 미스킨 펜실베이니아대 교수는 "우리는 지금 마이크로 로봇 역사의 첫 페이지를 보고 있다"며 "기존 전자공학 기술을 활용해 저렴하게 대량 생산할 길을 열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성과가 단순한 실험실 기술을 넘어 상용화 단계로 진입하는 신호탄이라고 평가한다. 실리콘 밸리의 한 로봇공학 전문가는 "움직이는 부품이 없는 추진 방식과 반도체 공정을 결합한 것은 대량 생산의 난제를 해결한 핵심 열쇠"라며 "향후 센서를 다양화하면 환경 오염 물질 감지나 인체 내 약물 전달 등 활용 분야가 무궁무진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맨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