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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멕시코 철수 위기…6000개 일자리 사라지나

세무당국과 최대 3000억 페소 조세 분쟁 '이중과세' 논란 심화
전문가 "법적 안정성 흔들려…글로벌 기업 연쇄 이탈 우려"
삼성전자가 멕시코 세무당국과 부가가치세(VAT) 이중 과세 문제로 대규모 조세 분쟁을 벌이는 가운데, 소송 결과에 따라 현지 공장을 철수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삼성전자가 멕시코 티후아나와 케레타로에서 운영 중인 공장. 사진=WAVY이미지 확대보기
삼성전자가 멕시코 세무당국과 부가가치세(VAT) 이중 과세 문제로 대규모 조세 분쟁을 벌이는 가운데, 소송 결과에 따라 현지 공장을 철수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삼성전자가 멕시코 티후아나와 케레타로에서 운영 중인 공장. 사진=WAVY
삼성전자가 멕시코 세무당국과 부가가치세(VAT) 이중 과세 문제로 대규모 조세 분쟁을 벌이는 가운데, 소송 결과에 따라 현지 공장을 철수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삼성이 멕시코를 떠날 경우 6000개 이상의 직접 일자리가 사라지고 다른 글로벌 기업들의 연쇄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멕시코 티후아나 지역 매체 티후아나엔리네아(Tijuanaenlinea)는 지난 29(현지 시간) 삼성전자가 멕시코 티후아나와 케레타로에서 운영 중인 공장을 폐쇄할 경우 6000개 이상의 직접 일자리와 수백 개의 간접 일자리가 소멸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현지 경제전문가 옥타비오 코로나는 "삼성이 떠나면 법적 안정성에 대한 불안 탓에 많은 기업이 멕시코를 떠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대 3000억 페소 조세 분쟁, 쟁점은 '이중 과세'


이번 분쟁의 핵심은 멕시코의 수출산업 진흥제도인 IMMEX(제조·마킬라도라·수출서비스산업) 프로그램에서 비롯됐다. IMMEX는 수출용 제품 생산을 위해 수입하는 원자재와 부품에 관세와 부가세 납부를 유예하거나 면제하는 제도로, 2006년부터 시행됐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수천 개의 수출 기업이 이 제도를 활용해 왔다.

멕시코 국세청(SAT)은 삼성이 IMMEX 프로그램에 따라 수입한 원자재로 생산한 제품 일부를 멕시코 국내에서 판매하면서 부가세를 제대로 납부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SAT 측은 이른바 '가상 수입' 조항 해석을 근거로 삼성에 이중 과세를 적용하려 하고 있다.

삼성 측은 수입 시점에 이미 부가세를 납부했으므로 국내 판매 시 추가 과세는 부당한 이중 과세라고 반박한다. 최악의 경우 추징 예상액은 벌금과 가산세를 포함해 3000억 페소(24조 원)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삼성전자가 멕시코에서 6년간 벌어들인 전체 이익을 합친 금액과 맞먹는 규모다.

다만 멕시코 국세청 징수총괄국 가리 플로레스 국장은 지난 10월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삼성과의 소송 규모는 96억 페소(7690억 원)"라며 "3000억 페소라는 정보는 완전히 허위"라고 밝혔다. 실제 추징 규모를 둘러싼 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지난해 51심 연방조세행정법원에서 71로 승소 판결을 받았으나 SAT의 항소로 현재 대법원 심리가 진행 중이다.

투자 환경 불확실성, 글로벌 기업에 경고등


코로나 전문가는 "멕시코 현 법원이 법치주의를 적용하지 않고 권고 사항만 적용하고 있다"며 투자 환경의 불확실성을 지적했다. 그는 "투자자들은 세금 제도가 수시로 바뀌지 않고 중장기적으로 자본을 위협하지 않는 환경을 원하는데, 멕시코는 이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멕시코에 두 개의 대형 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티후아나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TV 스크린 공장이, 케레타로에는 하루 16000대 생산 능력을 갖춘 가전제품 공장이 있다. 케레타로 공장 생산량의 80%는 북미와 중남미로 수출된다. 삼성은 1988년 멕시코에 진출해 약 37년간 현지에서 사업을 운영해 왔으며, 티후아나 공장에서만 약 9000명의 고용 창출 효과를 내고 있다.

이번 판결의 파장은 삼성 한 기업에 그치지 않는다. 멕시코 대법원이 SAT의 손을 들어줄 경우 IMMEX 프로그램을 활용해 온 자동차, 항공우주 분야의 미국 기업들도 같은 과세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SAT2019년부터 2023년까지 다수의 마킬라도라 기업을 대상으로 450억 페소(36000억 원) 규모의 부가세 추징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 멕시코법인은 "멕시코 법률을 준수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30년간 유지해 왔다""멕시코 정부와 지속적이고 협력적인 대화를 통해 건설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 판결 시점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그 결과에 따라 멕시코 수출 제조업의 미래가 재정의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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