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스위스, 전자폐기물서 ‘금’ 추출 성공

전자폐기물에서 금을 추출하는데 스위스의 과학자들이 성공해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향후 추출하는 양을 늘려 상업화하는데 성공할 경우 전세계 금시장에도 커다란 변화를 몰고 올 전망이다. 인류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안전자산으로 꼽혀온 금의 위상에도 변화가 일어날 수 있어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전자쓰레기를 단순히 매립하지 않고 재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는 지적이다.


14일(이하 현지시각) 미국의 과학 기술 전문매체 더쿨다운(TCD)에 따르면 이처럼 획기적인 연구 결과를 내놓은 곳은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ETH 취리히) 소속 연구진.

이 대학의 라파엘 메젠가 교수는 ETH 취리히 홈페이지에 최근 올린 연구 보고서에서 페기된 PC 메인보드 20개에서 22캐럿짜리 금덩어리를 추출하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메젠가 교수는 “각종 전자제품에서 나오는 엄청난 양의 전자폐기물에서 추출했다는 점에서 매우 지속가능한 재활용 방법일 뿐 아니라 비용 효율도 높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는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메젠가 교수에 따르면 PC 메인보드에서 금을 추출하는데 적용한 기술은 치즈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적용하는 기술에서 힌트를 얻었다.

전자폐기물에서 금을 추출하기 위해 치즈 제조 과정에서 생산되는 ‘유청’을 사용했다는 뜻이다. 유청이란 우유가 엉겨 응고된 뒤 남은 액체다.

메젠가 교수는 “메인보드 같은 전자폐기물을 선성 용액에 담그면 유청 성분의 스펀지가 작은 금 조각들을 흡수하는데 여기에다 높은 열을 가하면 좀 더 큰 금 덩어리가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메젠가 교수팀이 추출하는데 성공한 금 덩어리의 무게는 22캐럿, 즉 450밀리그램(mg)으로 비록 소량이지만 이를 현재 시가로 환산하면 간과할 수준이 아니다.

최근 금값이 역대 최고가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일 국제 선물시장에서 금선물 근월물은 온스당 2276.89달러(약 315만원)에 거래됐다.

메젠가 교수는 “이 금덩어리의 가치는 망가진 PC 메인보드 20개에서 이만한 양의 금을 추출하는데 들어간 비용과 비교하면 대략 50배나 높은 수준”이라며 생산 비용이 매우 저렴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메젠가 교수는 자신들의 기술이 친환경적이라는 점도 힘줘 말했다.

그는 “전세계적으로 매년 쏟아져나오는 전자쓰레기의 양은 5500만t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전자폐기물에서 금을 추출하는 유사한 기술이 소개된 바 있으나 독성이 강한 화학물질을 동원한다는 것이 문제라면 우리는 유해 물질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친환경적”이라고 주장했다.

메젠가 교수는 이 기술을 상업화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 중임을 밝혔다.

그는 “추출량을 늘려 상업화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로 보인다”면서 “실제로 관련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