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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열었지만 수사는 아직…중수청, 출범부터 ‘개점휴업’

정원 3분의 2만 채운 채 출범…전산·사무공간도 미완성
수사기관 간 사건 경합·정치적 중립성 확보도 과제로
서울 중구 중대범죄수사청 청사.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서울 중구 중대범죄수사청 청사. 사진=연합뉴스
중대범죄수사청이 공식 출범했지만 인력과 전산 시스템, 사무공간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하면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수사기관 간 사건 관할 조정과 정치적 중립성 확보까지 풀어야 할 과제도 산적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중수청은 지난 2일 정원 2874명의 약 66%인 1900여명으로 업무를 시작했다. 지방청별 충원율도 대부분 60%대에 그쳤다. 부산청이 74.2%로 가장 높았고 광주청은 58.3%로 가장 낮았다.

수사에 필요한 전산 시스템도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중수청은 현재 경찰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을 일부 수정해 사용하고 있으며 독자적인 시스템 구축에는 약 3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사무공간 역시 부족하다. 서울 중구 르네스퀘어에 들어선 본청과 서울청은 출범 직후 건물 2~17층 가운데 일부 층만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사무실에는 칸막이와 컴퓨터 등 기본적인 업무 환경도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상태다.
법조계에서는 준비 부족 상태에서 출범을 강행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누가 보더라도 성급한 개청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출범 과정을 두고 정부의 개혁 의지에 의문을 제기했다.

인력과 인프라를 갖춘 뒤에는 수사 대상과 이첩 기준을 명확히 정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중수청의 수사 범위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다른 기관과 일부 겹치는 만큼 사건을 둘러싼 기관 간 충돌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공수처도 출범 초기 사건을 선별해 입건한다는 논란을 겪은 바 있다. 이에 따라 중수청 역시 어떤 사건을 직접 수사하고 어떤 사건을 다른 기관으로 넘길지 객관적인 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일정 부분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관 간 수사권 충돌을 조정할 제도적 장치도 아직 가동되지 않았다. 개정 형사소송법에 따라 수사권관할조정협의회가 설치될 예정이지만 관련 조항은 내년 2월 5일부터 시행된다. 앞으로 약 4개월 동안은 공식 조정기구 없이 경찰과 중수청 등이 기관 간 협의를 통해 관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중수청과 경찰 등 수사기관 간 사건 경합이 언제든 현실화할 수 있다며 수사권관할조정협의회를 조기에 실질적으로 가동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치적 중립성 확보도 과제다. 최근 지방중수청장 인사에 현 정부에서 출범한 특별검사팀 특별검사보 출신 3명이 포함되면서 정치적 중립성을 둘러싼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행정안전부 장관이 중수청에 대해 수사지휘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을 놓고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교수는 행안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이 독립적이고 공정한 수사를 위해 만들어진 중수청의 취지와 충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교수 역시 정치적 외압을 견제할 수 있는 내·외부 통제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검찰개혁 이후 새 수사체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별도로 평가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박 교수는 수사체계 변화에 따른 부작용과 성과를 객관적으로 점검할 독립적인 평가기구 설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결국 중수청이 안착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인력 충원을 넘어 수사 기준과 기관 간 관할 조정, 정치적 중립성을 담보할 제도적 장치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다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h2@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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