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감기 치료 중 주사 맞은 초등생 의식불명
지역 대학병원 등 12곳 배후진료(응급치료 뒤 진료) 애로 ‘수용 거절’
1시간 거리 서면 온병원 응급센터서 응급처치 후 부산백병원
또 놓친 골든타임… 전문가 “정부 필수의료 대책 시급”
지역 대학병원 등 12곳 배후진료(응급치료 뒤 진료) 애로 ‘수용 거절’
1시간 거리 서면 온병원 응급센터서 응급처치 후 부산백병원
또 놓친 골든타임… 전문가 “정부 필수의료 대책 시급”
이미지 확대보기이재명 대통령 “응급실 ‘뺑뺑이’ 현상이 자꾸 일어나고 있다. 대책은 무엇인가?”.
정은경 복지부장관 “전화로 환자 분산은 응급실 과밀화 현상을... 인적 매칭... 컨트롤타워...”
이 대통령 “지금도 (뺑뺑이가) 벌어지고 있는 현상 아니냐. 그래서 대책이 뭐냐?... 다음 국무회의에서 보고해 달라”
이날 이 대통령의 질문에 복지부 관계자 그 누구도 국민이 원하는 답을 내놓지 못했다.
최근 부산 사하구 장림동의 한 소아과에서 감기 치료를 받던 초등학생이 주사제 투여 직후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인근 대학병원들이 연이어 수용을 거절하는 사이 1시간 가까이 응급실을 찾다가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지난 10월에도 갑자기 쓰러진 고등학생이 비슷한 이유로 숨지는 초유의 사고가 발생한 지 두 달 만에 같은 일이 반복된 것이다.
이번 초등학생 환자의 경우 지난 15일 오전 10시쯤 부산 사하구 장림동의 한 소아과에서 감기 증상으로 수액 치료(덱사메타손·페니라민·암브록솔)를 받던 중 갑자기 의식을 잃었다.
해당 소아과의사가 즉시 119구급대를 통해 대학병원 4곳 등 모두 13곳에 SOS를 보냈으나 “소아중환자실 병상 부족” 등을 이유로 수용을 거부했고, 먼 거리의 서면 온병원 응급센터만이 수용 가능하다는 연락을 받았다.
119구급대 이송 도중 부산 서구 ‘구덕터널’을 지날 때 이 환자는 급격히 의식 저하를 보였으며, 서면의 온병원 응급실에 도착 직전 심정지에 빠졌다. 당시 반경 10분 이내에 3개의 대학병원이 있었으나 모두 환자를 받을 수 없던 상황이었다. 당시 이 환자를 이송했던 구급대원은 “근처 대학병원까지 불과 10분 거리인데, 수용 불가로 이동이 지연됐다”라며 “그 짧은 시간이 너무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이 환자는 이날 오전 10시 53분께 부산진구 당감동 온병원 응급센터에 도착했다.
이 병원 응급센터 고영환 과장(외과먼문의)과 호흡기알레르기센터 오무영 센터장(전 부산백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이 즉시 에피네프린(아드레날린)을 투여하고 기관 삽관을 통해 기도를 확보, 11시 4분경 자발 순환을 회복시켰다. 그러나 아이의 의식은 돌아오지 않았고 자발 호흡도 불가능한 상태여서, 이후 보호자의 요청에 따라 인근 백병원으로 옮겨 중환자실에서 집중 치료를 받고 있으나 중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환자를 첫 응급조치한 온병원 오무영 센터장은 “페니라민 주사에 의한 아나필락시스로 추정된다”라며 “세계적으로도 보고가 드문 예외적인 약물 부작용 사례”라고 설명했다.
아나필락시스는 특정 음식, 약물, 벌독, 조영제 등 알레르기 유발 물질에 노출된 뒤 갑자기 전신에서 일어나는 과민면역반응을 말한다.
노출 후 수 분에서 1시간 이내에 증상이 폭발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증상으로는 피부 두드러기, 홍반, 심한 가려움, 입술·눈·혀가 붓는 혈관부종 등이 나타날 수 있으며, 호흡기 증상으로는 목이 조이는 느낌, 쌕쌕거리는 숨소리, 호흡곤란, 기침 등이 동반되고, 혈압이 떨어지면서 어지럼, 실신, 심하면 심정지까지 진행할 수 있다.
국내 통계상 항히스타민제 아나필락시스는 인구 10만 명당 연간 10건 내외, 사망은 100만 명당 0.1명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드물다. 문제는 이런 예외적 사례에서조차 환자를 제때 수용할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가 약물 부작용보다 더 심각한 ‘소아응급 인력난’과 병상 부족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냈다고 지적한다. 부산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소아응급 전문의 부족 사태가 계속되면서, 야간이나 주말에는 소아응급실을 아예 운영하지 못하는 병원도 늘고 있다.
정근 (사)대한종합병원협회 회장은 “응급상황에서 아이를 맡길 곳이 없다는 건 사회적 재난”이라며 “정부가 필수의료 인력 확충과 소아응급전담센터 확대 대책을 시급히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드문 약물 부작용보다 더 두려운 것은 골든타임 속에 아이를 받아줄 병원이 없다는 현실이다. 이번 사건은 ‘소아 응급 의료 붕괴’가 더 이상 예외적 비극이 아님을 보여준다.
강세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emin3824@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