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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미의 '산홍-장고춤', 전통창작무에 진정성 불어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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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미의 산홍(珊紅)
5월 26일(금) 남산국악당에서 사흘간 개최된 제2회 무향 춤 페스티벌에 초청된 스물네 작품 가운데 김유미(미아트 컴퍼니 대표) 연출·안무의 『산홍(珊紅)-장고춤』(부제-붉은 산호의 노래, 이후 『산홍(珊紅)』)을 주목한다. 바람 불어 좋은 지천의 봄꽃, 핏빛 선연한 시절을 붉은 장고가 춤을 춘다. ‘산홍山紅’은 논개의 맥을 잇는 진주 의기(義妓)이자 여류시인이다. 김유미가 출연·안무·연출하여 설장구 가락에 담아낸 장고춤이 그녀의 예술혼을 기린다. 김소영의 ‘붉은 산호’ 그림이 왕관이 되고, 시우(時雨)의 ‘붉은 산호(珊瑚)의 노래’가 산홍을 존중한다. 신근철·구경숙의 진보라 치마·저고리가 열정을 보태고, 소리꾼 김율희의 작창과 구음이 분위기를 북돋는다.

춤작가 김유미는 동시대와 소통하는 전통 창작무 작업에 매진해 왔다. 보수적 시각을 탈피하고 안무자 정신을 온전히 구현하는 교향악단의 지휘자 역을 자임했다. 그녀는 몇 년간 가락을 연습해왔고, 전남도립국악단 무용단에서 군무로 논개제에서는 솔로로 올렸던 『산홍(山紅)』을 이번 남산국악당에서 그림 ‘붉은 산호’와 소리를 접목하여 더 확장성 있는 『산홍(珊紅)』으로 밀도 있게 농도 짙게 맵시를 과시했다. 악가무 가운데 춤에 매진한 여인, 그녀의 「산홍은 말이 없는 바다꽃 산호를 닮았다. 푸른 물결의 흔들림에 몸짓으로만 이야기하고 속울음을 운다. 때로는 토닥임으로, 혹은 설레임으로 마주한 그대 영혼을 흔든다. 이 봄, 붉어서 더 서러운 산홍의 혼이 가락을 타고 넘실거리며 기개 넘치는 춤, 시, 이야기로 다시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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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미의 산홍(珊紅)


『산홍(珊紅)』은 소리와 시, 장구와 춤, 그림이 장벽을 허물고 어울려 과거와 현재, 소외와 어울림, 개체와 전체, 관객과 연주자 모두를 하나로 엮어낸다. 안무자는 개별 예술작품이 작품 안에서 그 빛깔을 유지하면서도 자연스럽게 하나 되도록 한다. 무대에서 춤을 추는 인물은 역사 속 ‘산홍’이다. 산홍은 그림 ‘붉은 산호’의 이미지를 춤과 가락으로 구현한다. 산홍은 그림 속 정서를 표현한 색채의 의상을 입는다. 소리꾼의 소리와 함께 설장구 가락이 대삼 소삼으로 장구춤에 녹아든다. 『산홍(珊紅)』은 전통춤과 장구가락의 기본에 충실하며, 전통춤의 들숨과 날숨 호흡이 기존 설장구 가락에 자연스러운 춤사위로 표현되도록 안무하고자 했다.

『산홍(珊紅)』은 깊은 한국 춤의 호흡 속에 설장구 가락을 대삼 소삼의 춤사위로 녹여내며 여러 갈래의 예술을 한 작품으로 담아 절제된 안무의 절제미를 가진 대중성과 예술성을 가진 전통창작 작품으로 풀어냈다. ‘붉은 산호(珊瑚)의 노래’가 장구와 함께한 춤꾼 산홍의 일생을 반추하면서 열정으로 타오르는 작품의 분위기를 대변한다. 「나의 심장은/ 우주의 심연을 닮은 보랏빛// 오직 그대만을 향하는/ 그리움 담아/ 온 몸으로 붉은 꽃을 피운다.//가슴의 멍이 짙을수록/ 꽃은 더욱 아름답고// 영원을 노래하는 춤사위는/ 정지한 듯 화려하다// 나는 노래하지 않지만/ 그대는 듣는다.// 그대는 침묵하지만/ 나는 속으로 조용히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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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의 '붉은 산호'.


『산홍(珊紅)』은 구음-다스림에서 내드림-구음굿거리-동살풀이-휘모리-구음에 이르는 장단·작품 구성이 함께 진행된다. 도입부 (구음-다스림과 내드림)에 심연의 산호와 바다 물살이 운다. ‘산홍’이 산호의 깨어남을 춤으로 표현하고, 장구 장단으로 바다와의 조우를 작은 물방울부터 거세게 몰아치는 파도까지 표현해낸다. 일정한 장단이 없이 판소리꾼이 내는 정가 느낌의 소리와 물방울 같은 가야금 소리가 인상적이다. 구음굿거리춤(구음굿거리)는 산홍의 살풀이로 산호의 멍들고 상처 난 가슴에 아련하게 추어진다. 소리꾼의 작창 소리와 굿거리 반주 장단에 전통춤 호흡의 자유롭고 담백하지만, 장구춤의 흥을 돋우는 춤을 춘다. 미소 속에 울음이 뒤섞여진다.

산홍이 속이야기를 소리에 맞추어 춤으로 풀어낸 후에는 춤에 장구가락을 싣는다. 동살풀이춤(동살풀이)이 관객과 연주자와 설장구로 소통하며 슬픔을 넘어 환희와 기쁨을 연주한다. 서로가 대화하듯 연주하고 춤추며 기쁨과 환희가 모두의 흥을 돋운다. 판굿 느낌의 태평소를 제외하고, 장구, 꽹과리, 북, 징이 함께한다. 휘모리춤(휘모리)이 산 바다 속 산호의 마지막 몸짓으로 승무의 마지막 해탈의 북 장면같이 휘몰아치며 마무리된다. 구음 소리에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심연의 바다 속에 존재했던 산호는 불안정하게 바다 어딘가에 서서 다시 마지막 소리를 내며 잠든다. 화평을 간구하는 소리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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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미의 산홍(珊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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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미의 산홍(珊紅)


어깨에 걸쳐 늘어진 장구는 심장을 타고 몸과 하나가 되면 장구가 ‘심장’이 되어 함께 호흡한다. 김율희의 구음은 ‘굿거리부분’: 「붉은 꽃 한 송이가/고요하게 피어있네/어여쁜 그 맵시/사람 간장을 다 녹인다/가련하고 쓸쓸해라/붉은 꽃 그 심장은/보라 빛 멍울되야(어)/아득한 저 바다에/그 얼마나 보냈던가/나나나 나나 나나/나나 나나 나/멀고 먼 저 바다에/물결 타고 바람 타고/향기 실어 얘 왔구나/나나나 나나 나나/나나나 이내 마음/멍울되야 짙어지니/꽃 향기가 아름답네」, ‘마지막부분’: 「붉은 꽃 한 송이가/고요하게 피어있네/아득한 저 바다에/그 얼마나 보냈던가」로 ‘산홍’의 심정을 대변하며 작품의 심도를 높였다.

『산홍(珊紅)』에서 춤추는 ‘붉은 산호’를 상징하는 세 가지 색상인 짙은 보라, 연 청록, 짙은 붉은색이 장구와 환상의 조화를 이룬다. 짙은 보라색 치마와 저고리는 그림 ‘붉은 산호’ 속 보라색 꽃병이며 멍들고 상처 난 마음과 아련한 갈망을 표현한다. 살짝 보이는 속치마는 심연 속 바다, 붉은색 장구 띠와 머리 장식은 붉은 산호의 절절하고 열정적인 마음을 표현한다. 『산홍(珊紅)』에서 장구는 ‘산홍’의 심장의 비유이다. 심장이 내면의 리듬이라면, 장구는 외면에서 끊임없이 궁편과 채편 가죽을 두들기며 ‘덩, 쿵, 따’ 리듬을 들려준다. 장구는 심장처럼 단 한 순간도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리듬을 타며 대삼 소삼의 장단을 만들어 낸다. 심장은 장구 장단에 춤을 추게 된다. 가슴 깊이 추어지고 있는 내면의 춤이 몸으로 얼굴로 고스란히 표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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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미 미아트 컴퍼니 대표


춤작가 김유미는 정혜윤의 진주교방굿거리춤, 국수호의 「명성황후」(명성황후역), 한명옥의 「월인천강지곡」(수신역), 홍경희의 「춘향-사랑가」(춘향역)에서 깊은 인상을 남긴 춤 연기자이다. 『산홍(珊紅)』은 전통 창작춤의 미학과 대중친화력을 제대로 보여주었고 한국춤사위와 호흡, 전통 설장구 가락에 충실하면서도 역사 속 인물과 그림과 시와 구음소리를 가지고 비서사극 스토리텔링을 완성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원형이 제대로 존중되면서도 타 장르와의 경계를 넘나들며 동시대와 소통할 수 있는 작품을 계속 만들고자 하는 열정이 돋보인다. 김유미는 이런 작업을 집대성하여 한국의 뛰어난 예술을 세계 속에 전하고 싶은 작가 의식을 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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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미의 산홍(珊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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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미의 산홍(珊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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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미의 산홍(珊紅)


한국무용가 김유미는 숙명여대 전통예술대학원 졸업, 경남무형문화제 21호 진주교방굿거리춤 이수자, 인천시립무용단 수석단원 및 훈련장에 이른다. 그녀는 ‘미아트 컴퍼니’ 대표(연출 및 안무)로서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올해의 최우수예술가상’(주목할 예술가), 한밭경연대회 명무부 최우수상을 수상한 바 있다. 그녀의 대표작은 무용 「하아얀 소년」 「숨은꽃」 「초연」, 소리극 「콜비츠의 대화」, 오라토리오집체극 「봄날」, 제6회 서울아리랑페스티벌 오프닝 「춤추는 아리랑」, 판페라 「무령」, 창극 「지리산」 「솔의 노래」 등을 발표해왔다. 그녀는 전남도립국악단 무용단(7월 29일), 전국무용제 명무전(8월 19일)에 진주교방굿거리춤을 스승인 명무 정혜윤선생님과 함께 공연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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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미의 산홍(珊紅)


『산홍(珊紅)』은 오랜만에 접하는 옹골찬 창작무용이다. 시대의 춤꾼 김유미가 독무로 구성한 작품은 전통춤을 대하는 가없는 존중으로 수범이 된다. 주제에 집중하며 디딤과 사위에 소리를 소금처럼 집어넣어 작품을 완성체로 만들어 내는 능력은 가히 추종을 불허한다. 움직임 하나하나는 시가 되고, 시의 불림은 ‘산홍’의 서사가 되었다. 그녀의 『산홍(珊紅)』에는 붉은 가지마다 뜨거운 열정으로 피워 올렸을 아픔이 스며들어 있다. 전통춤에 동원되는 악기 가운데 여인의 마음을 가장 표현해낼 수 있는 악기 장구를 선택하여, 백색이 아닌 붉은색으로 예를 갖추어 경쾌한 ‘산홍제’(珊紅祭)를 올린 것은 살맛나는 나라의 예인이 보여준 투지의 자신감이었다.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사진없는 기자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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