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끝자락'에서 골퍼의 발길을 붙잡는 전국 골프장을 둘러보면 한, 두곳이 아니다. 산세(山勢)가 빼어나 풍광(風光)이 풍요로운 곳으로 눈이 호강(豪强)하는 계절이다. 수목(樹木)들의 잎사귀가 단풍(丹楓)으로 깊게 물들어 풍요로운 맛을 내면서 가을 정취(情趣)를 마음껏 내뿜고 있는 곳이 있다. 전북 장수에 자리잡은 장수컨트리클럽(대표이사 이용규)가 바로 그곳이다.
장수 코스는 로키산맥 출신이 고향인 골프장 설계가 짐앵(Jim Angh)의 걸작품이다. 영국의 '재미난 코스' 설계가로 잘 알려져 있다. 해발 500m의 중후한 산에 들어선 코스를 바라보면 아늑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플레이를 하면서 누구나 알 수 있듯 산악지형이어서 조금은 불안하다. 홀들은 계곡을 따라 물 흐르듯 자리잡았다. 짐앵은 1번홀과 10번홀, 그리고 9번홀과 18번홀이 마치 데칼코마니(décalcomanie)처럼 닮아 있지만 전혀 다른 공략과 맛을 낸다고 했다. 특히, 짐행의 독특한 설계철학대로 산세와 계곡의 오르막과 내리막이 심한 지형을 최대한 활용한 창의적인 홀이 돋보인다. 산악지형 골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계단식 홀 배치가 전혀 없다. 지형의 생긴 그대로 페어웨이 선형을 잡은데다 절개와 성토가 거의 없이 자연스럽게 홀이 이어지고 있어 마음이 느긋해 진다.
하지만 원하는 스코어를 내기에 그리 녹록(碌碌)치가 않다. 80타대를 치는 골퍼는 나름대로 공략하면 최고의 즐거움과 기쁨을 선사하지만, 90타대 중반 이후의 핸디캡을 가진 골퍼들은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다. 이 때문에 호불호가 갈린다는 것이다. 티샷은 그리 어려움이 없다. IP지점이 대부분 넓어 티박스에서는 시원하게 때릴 수 있다. 다만, 제대로 공략하려면 두번째나 세번 샷에서는 조금 생각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코스는 1, 6, 10번홀이 오르막이고 2, 4, 9, 16, 18번홀이 내리막이다. 샷 밸류가 뛰어난 변별력 있는 코스여서 하이(High) 핸디 골퍼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로(Low) 핸디 골퍼들에게 도전의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최고의 난이도를 갖고 있다. 공략루트가 관건이다. 따라서 어찌보면 공략은 단순한 계산이 아닌 복잡한 함수를 푸는 지혜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골프코스 설계에서 중요한 독창성, 심미성, 전략성이 조화롭게 이루어져 있다. 다른 골프장과 달리 프로대회나 아마추어 대회를 연간 유치해 연 탓으로 그린이 빠르다. 오죽했으면 화장실 액자에 넣은 글귀에 '1m 퍼팅을 놓치면 골프내리가즘, 10m 퍼팅을 넣으면 골프오르가즘'이라고 했겠는가.
혹여 1000원짜리 내기라고 한다면 홀을 잘 골라내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 짜릿한 묘미를 주는 홀이 있다. 시그니처 홀로 4번홀과 16번홀이다. 둘다 파5로 호쾌한 티샷과 달리 두번째 샷부터는 많은 생각을 필요로 한다. '어떻게 되겠지'하는 요행은 전혀 통하지 않는 홀이다. 4번홀은 레귤러 티박스 기준으로 589야드지만 내리막을 계산하면 거리가 줄어 든다. 티샷만 잘해 놓으면 버디도 가능하지만 트리플보기도 밥먹듯 나온다. 세컨드 샷 주변과 그린 주변에 개울이 골퍼들을 불안하게 만들어 실수 샷을 유발한다.
하지만 타수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 '소타호신 소타호심(多打好身 小打好心), 다타호타(多打好他) 소타호낭(小打好囊)이라고 하지 않았나. 많이 치면 몸에 좋고, 적게 치면 마음에 좋다. 많이 치면 동반자가 좋아하고, 적게 치면 호주머니가 좋아한다는 얘기다.
장수하면 의례 막걸리를 생각나게 한다. 물론 장수에도 장수브랜드의 막걸리가 있다. 하지만 장수군의 장수는 한자가 다르다. 장수는 긴 장(長)자에 물(水)자를 쓴다. 동국대 학장을 역임한 오홍석 교수의 '땅 이름 점의 미학'을 보면 장수에 대한 풀이를 다음과 하고 있다. '짧고 작은 것에 대한 길고 큰 것이 장(長)이다. 만리장성처럼 긴 성을 장성으로 표현한다면, 양자강과 같이 긴 강을 장강(長江)이라 한다. 장수도 장강과 맥락을 같이하는 큰 물줄기의 의미를 안는다. 큰 물줄기는 산고수장(山高水長)이란 말처럼 산이 높고 험준한 곳에 나타나고, 장강수청(長江水淸)이란 표현처럼 수질을 맑게 하는 효과를 낳고 있다. 전북의 장수는 남덕유산, 백운산의 준령에 이어지는 소백산맥의 서사면에 있으므로, 육십령(六十嶺, 해발 734m)을 통해서만 영남 지방과 연결된다. 서쪽으로 성수산과 팔공산(대구의 팔공산과 별개임)을 따라, 또 하나의 준령이 나란히 있는 관계로 험준한 산지로 에워싸인 전형적인 산간분지이다. 이곳에서 발원한 물줄기는 금강과 섬진강으로 나뉘어 흐르므로, 수분(水分)이란 이름이 생겨나기도 했다. 여기에다 통합되기 이전의 장계(長溪)와 장수현은 모두 긴 개울, 큰 물줄기의 의미를 지니므로 높고 험준한 산악 환경에서 출현할 수 있는 물줄기의 공통점을 안는다'고 쓰여 있다. 특히, 장수는 일본인들이 한국에서 살고 싶은 1순위 올랐던 곳이다. 장수는 장안산 주봉을 중심으로 사자봉, 깃대봉, 무룡궁, 덕산 등의 주요 산봉에다 등산로와 장안산계곡, 덕산계곡 등 크고 작은 계곡, 폭포, 기암괴석, 약수터 등이 울창한 숲과 어울리는 청정 지역이다.
장수CC는 이벤트로 재미를 더해준다. 10개홀을 장생불사(長生不死)를 의미하는 10가지 물상인 해, 산, 물, 돌, 소나무, 달, 불로초, 거북, 학, 사슴 등 십장생(十長生) 홀로 만들어 스코어 챌린지홀로 지정해 365일 이벤트를 하고 있다. 5, 10월에는 패밀리골프대회를 개최한다. 24절기 및 기념일 이벤를 비롯해 락커룸의 락&락, 행운의 카트, 온라인 이벤트, 사진 콘테스트 등도 연다. 홀인원을 하는 골퍼에게는 장수CC의 기념품과 함께 홀인원 행운을 잡은 홀의 사진과 그 홀의 홀인원 깃발도 함께 증정한다. 퍼블릭 골프장의 특장점을 살려 2인에서 6인플레이까지 허용하고 있다. 캐디동행을 원칙으로 하지만 캐디 없이 플레이가 된다. 음식물 반입도 제한적이지만가능하다. 골프장 운영을 가급적 '고객의 눈높이'에 맞추고 있다. 소비자는 늘 변화하고 있는 탓이다. 장수CC의 운영의 모든 출발점은 '고객중심'이다. 고객만족을 넘어 고객감동, 고객감동을 넘어 고객집착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때문일까. 장수군 전체 인구가 겨우 2만1425명인데 지난해 장수CC를 이용한 골퍼들은 8만명이 넘었다. 장수CC는 가성비 높은 1박2일 코스가 인기다. 36홀 기준으로 그린피+숙박+조식이 30만5000원에서 38만원까지다. 물론 캐디피 14만원, 카트비 8만원은 별도다. 골프장 인근에 자리잡은 숙박시설은 편안하게 꿈을 주는 럭셔리한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식품제조 유통전문기업 아워홈(대표이사 부회장 구지은)에서 마련한 다양한 먹거리도 입맛을 돌게 한다. 밥상으로 사골우거지탕, 황태해장국, 남도추어탕, 해물된장찌개, 장수곱돌비빔밥, 해물짬뽕, 능이버섯갈비탕이 제맛이다. 술안주로는 오징어부추전, 두부김치, 통오징어 국물떡볶이, 버팔로윙&허니 버터감자튀김, 남도상추쌈튀김이 눈길을 끈다. 옷깃을 여미게 하는 계절에는 역시 찌개요리가 그만이다. 묵은지 돼지 김치전골, 주꾸미 삼겹 볶음, 차돌박이 능이버섯 전골, 보쌈 한상 정식이면 만찬을 즐길 수 있다.
안성찬 글로벌이코노믹 대기자 golfahn58@g-enews.com